모호한 교섭 기준에 ‘모범 원·하청’도 결렬…“법 손질 없인 혼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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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교섭 1호' 한동대가 파업 수순을 밟게 된 배경에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강제 없이 자발적으로 대화에 나선 원청마저 어디까지 교섭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기준이 불분명해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원청이 직접 결정하기 어려운 인사·경영 관련 요구까지 교섭 의제로 등장하고 다른 노동관계법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기준이 모호한 까닭에 노동위가 교섭 의무를 인정하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원청이 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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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대 이어 부산지하철도 접점 못찾아
요구 456곳 중 실제교섭 102곳뿐
사용자성 해석달라 법적 다툼 확산
노동부 지침 보완에도 불확실성 남아

‘원청 교섭 1호’ 한동대가 파업 수순을 밟게 된 배경에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란봉투법)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적 강제 없이 자발적으로 대화에 나선 원청마저 어디까지 교섭하고 책임져야 하는지 기준이 불분명해 갈등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원청이 직접 결정하기 어려운 인사·경영 관련 요구까지 교섭 의제로 등장하고 다른 노동관계법과의 충돌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와 원·하청 노조가 참여한 부산지하철노조의 단체교섭도 9일 결렬됐다. 이 사업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하청 노조가 함께 교섭하는 첫 모델로 주목받았고 정부 역시 원·하청 공동 교섭의 모범 사례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7~9월 다섯 차례 교섭에서도 시설 개선과 임금 수준, 인력 증원 등 주요 의제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교섭 결렬의 결정적인 원인이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조의 임금 관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하청 공동 교섭은 서로의 이해가 다른 만큼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법 시행 전부터 제기됐지만 정부는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 신청과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행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 노조법 시행 6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본교섭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기준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 456곳 가운데 실제 교섭이 이뤄진 곳은 102곳(22.4%)에 그쳤다. 나머지는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이 모호한 까닭에 노동위가 교섭 의무를 인정하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원청이 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한동대 사례 역시 이런 한계를 보여준다. 한동대는 노동위의 사용자성 판단을 거치지 않고 개정 노조법 취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교섭에 나섰다. 하지만 노조가 제시한 일부 의제가 원청의 결정 권한과 교섭 대상 범위를 넘어선다고 자체 판단해 수용을 거부하면서 결국 교섭이 결렬됐다.
이런 개정 노조법의 불명확성은 쟁의 기준을 두고 고용노동부가 두 차례나 보완한 시행 지침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침에서는 공장 신설이나 신기술 도입, 인력 재배치라는 경영상 결정 자체만으로는 합법적인 쟁의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선을 긋고는 있지만 또 노조가 구조조정이 예견된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쟁의 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부분인 만큼 상황에 따라 충분히 악용될 수 있는 조항인 셈이다.
다른 노동법과의 충돌 가능성도 문제다. 2027년 1월 시행을 앞둔 근로기준법 제44조의 4는 원청이 도급 대금 가운데 하청 근로자의 임금 몫을 구분해 지급하고 실제 지급 여부를 확인하도록 한다. 경영계에서는 이런 관리 행위가 개정 노조법상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했다는 사용자성 판단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노동부는 “임금구분지급제는 노조법상 사용자성 인정과 입법 목적과 내용이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태권도진흥재단 시설관리노조 사건에서 노동위는 원청이 하청 업체에 지급하는 도급액이 하청 근로자의 임금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법 적용 과정에서 여전히 해석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 비슷하다. 원청은 하청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일정 부분 관리해야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적극적인 안전관리가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대로 안전관리에 소홀하면 중대재해법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 노조법이 산업과 사회·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라며 “민간기업보다 공공기관이나 국가가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데 이에 따른 부담을 국가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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