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 1위 韓, 성과는 아직 … AI로 업무 재설계해야 생산성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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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등장과 확산에 따른 경제 영향을 분석해온 세계적 석학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학계에서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낙관론자'로 꼽힌다. 그럼에도 브리뇰프슨 교수는 "AI가 폭발적인 생산성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하지만 불평등, 자본 집중, 기업 간 격차 심화 등 부작용도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일부 초대형 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중앙집중화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AI 업계에 '스케일링 법칙'이 작용하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일부 기업의 '승자 독식'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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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석학 브리뇰프슨 교수
AI로 젊은 근로자 고용 급감
자본 집중 등 불평등도 심화
"AI에서 기술은 10% 불과
90%는 업무재설계 투자를"
"인간은 질문·평가 집중하고
AI역할은 실행에 묶어둬야"

디지털 기술 등장과 확산에 따른 경제 영향을 분석해온 세계적 석학 에릭 브리뇰프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학계에서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낙관론자'로 꼽힌다. 그럼에도 브리뇰프슨 교수는 "AI가 폭발적인 생산성 혁신을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하지만 불평등, 자본 집중, 기업 간 격차 심화 등 부작용도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로 '고용'을 꼽았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생산성 격차: AI가 기업, 근로자, 국가에 미치는 진짜 영향' 세션에서 자신이 미국 최대 급여 소프트웨어 업체인 ADP의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소개하며 "코딩, 콜센터 등 AI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직무에서 젊은 근로자의 고용이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 일부 기업이 'AI 승자독식'
브리뇰프슨 교수가 불평등의 신호로 지목한 또 다른 지표는 자본과 노동자 간 분배 구조다. 그는 "국내총생산(GDP)을 분석해보면 지난 200년 동안 GDP의 약 60%가 노동자에게, 약 40%가 자본에 돌아갔다"며 "그런데 최근 들어 자본 몫이 45%까지 올라가고 노동자 몫은 55%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자본 분배 구조 변화의 핵심 요인이 AI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AI가 상당한 양의 노동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자본 측면에서는 소수 기업 집중 구조가 심해지고 있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일부 초대형 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의사결정을 중앙집중화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AI 업계에 '스케일링 법칙'이 작용하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일부 기업의 '승자 독식'으로 시장이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브리뇰프슨 교수는 AI 시대에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도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J커브는 대기업들이 훨씬 힘들 수 있는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기존 것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기업들은 오히려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AX는 한꺼번에 바꿔야 효과
브리뇰프슨 교수가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복해 강조한 것은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는 "기술 자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며 전체 투자의 1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90%는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와 근로자 역량 교육 같은 무형자산인데, 대부분의 기업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을 향한 지적도 나왔다. 그는 "한국은 1인당 산업용 로봇 수에서 세계 1위지만, 그 기술을 실제 성과로 전환하는 데에서는 1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형자산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며 "도구만 사서는 충분하지 않고 업무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기업이 J커브에 올라타는 과정의 어려움을 시계에 비유했다. 수많은 톱니바퀴가 맞물려 작동하는 손목시계에서 톱니바퀴를 하나 빼고 전자회로를 하나 넣는다고 디지털 시계가 되지 않듯, 기업 내 수많은 업무 프로세스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AI만 넣는다고 AI 기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한 조각씩이 아니라 한꺼번에 바꾸는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 업무 자동화 아닌 '증강'에 초점
AI 역할이 커지는 시기에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브리뇰프슨 교수는 일의 범주를 질문 정의, 실행, 평가의 세 단계로 나누며 답했다. 그는 "AI는 가운데 단계인 실행을 매우 잘하고 있다"며 "인간은 질문을 정의하고 결과를 평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AI로 인간의 업무를 자동화하고 대체하는 방향이 아닌, AI로 인간을 증강할 수 있도록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AI를 활용해 지금 하는 일을 보완하고 새로운 일을 해나간다면, 인간을 대체하는 대신 인간을 보완해 더 큰 가치를 발휘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며 "이 같은 방식이 모두가 이길 수 있는 '윈윈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브리뇰프슨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특별강연을 진행하며 한국 학생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AI가 촉발한 노동시장 변화를 설명하면서, AI로 인해 1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의 탄생이 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젊은이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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