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권고 지도 ‘일본해’ 모르쇠한 일본, 쿠릴열도 ‘러시아 땅’엔 발끈

홍석재 기자 2026. 9.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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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각국에 채택을 권고한 '이퀄 어스 도법' 지도에 북방영토(쿠릴열도 가운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 섬)가 러시아 영토로 표시되자 일본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지도에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북방영토가 러시아 영토를 표시하는 것과 같은 색으로 그려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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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영토, 이퀄어스 지도에 러 영토
지도 제작자, 절충안 제시
‘이퀄 어스 도법’ 지도 일본어판에 일본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북방영토(쿠릴열도 가운데 특정 4개 섬)가 러시아 영토와 같은 색깔로 칠해져 있다.(빨간색 사각형 안) 지도는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고 각주를 달았다.

유엔이 각국에 채택을 권고한 ‘이퀄 어스 도법’ 지도에 북방영토(쿠릴열도 가운데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4개 섬)가 러시아 영토로 표시되자 일본 정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지도 제작자는 향후 일본어판 지도에만 이 지역을 일본 영토와 같은 색으로 수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퀄 어스 도법 지도와 관련해 “일본 정부 입장에 반하는 표기가 발견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일본 영토와 지리적 명칭에 관한 잘못된 인식이 (국제적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조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도를 게재하고 있는 누리집 운영자에게 표기를 수정하도록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총회는 5일(현지시각) 각국이 16세기부터 널리 사용돼온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 대신 실제 지역 위치와 크기를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이퀄 어스 도법’ 지도로 교체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164개국 찬성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이 지도에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북방영토가 러시아 영토를 표시하는 것과 같은 색으로 그려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됐다. 실제 이 지도를 보면, 일본 영토는 파란색으로 돼 있는 반면 북방영토는 러시아 영토와 같은 살구색으로 칠해져 있다. 또 해당 4개 섬의 이름이 러시아식으로 표기된 데다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일본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주석이 달려 있다.

북방영토가 포함된 쿠릴열도는 2차 대전 말 옛 소련이 점령한 지역이다. 일본이 패전 뒤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이 지역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고, 소련 붕괴 뒤 러시아가 실효지배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자국 영토인 홋카이도 서북쪽의 이른바 ‘북방 4개 섬’은 이 조약에서 포기한 지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지난달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임 도중 처음 쿠릴열도를 방문하며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사실상 경고장을 던졌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 문제에 “용납 불가” 입장을 내자, 러시아가 “오만하다”고 반박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뜻밖에 이퀄 어스 도법 지도가 재차 일-러 간 갈등을 도드라지게 한 것이다.

이퀄 어스 도법 지도 제작자 쪽은 일단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지도를 제작한 톰 패터슨이 자사와 한 인터뷰에서 “제작자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도 지도에 반영해야 할 때가 있다”며 “향후 일본어판에 북방영토를 일본 영토와 같은 색깔로 수정하고, 영어판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상황을 감안해 현재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퀄 어스 도법 지도는 한국어판을 제외한 영어·중국어·일본어판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으로도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패터슨은 지도 제작 때 미국 정부 기관의 지도 등을 참고했다고 후지뉴스네트워크에 설명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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