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은 힘에 의한 무역 … 韓 '경제 나토' 구축해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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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국가들이 할 수 있는 건설적인 역할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경제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법(한국명 트럼프 이후의 질서)' 저자인 수마야 케인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가 강대국의 경제적 압박이 거세지는 새로운 무역질서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이 '경제적 나토'를 구축해 공동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일수록 강대국이 무역과 공급망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때 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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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英 FT 칼럼니스트
거세지는 강대국의 압박 속
중견국가들 사이 협력 제안
개별 문제에 대한 해법보다
'경제적 회복탄력성' 갖춰야

"중견국가들이 할 수 있는 건설적인 역할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경제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법(한국명 트럼프 이후의 질서)' 저자인 수마야 케인스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가 강대국의 경제적 압박이 거세지는 새로운 무역질서 속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들이 '경제적 나토'를 구축해 공동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와 핵심광물 수출통제 등 각자가 보유한 '병목 지점'을 무기화하는 상황에서 중견국들도 힘을 합쳐 강대국에 맞설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무역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세션에 연사로 나선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대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 강대국들이 흔드는 국제무역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현재 국제 무역질서가 규칙보다 힘의 논리에 좌우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일수록 강대국이 무역과 공급망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때 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대담에서는 한국이 과거 겪었던 경제적 압박 사례도 거론됐다. 유 전 본부장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적 보복을 받은 한국이 사실상 혼자서 대처해야 했던 경험을 꺼냈다. 그는 "당시 한국이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했지만 다른 국가들이 함께 나서 중국에 대응해주지는 않았다"며 "개별 국가가 강대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서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케인스 칼럼니스트가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경제적 나토'다.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 연합해 한 회원국이 경제적 공격을 받으면 다른 회원국들도 함께 대응하는 일종의 공동 방위체제를 구축해 협상력과 대응력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현재는 강대국이 경제적 우위를 무기화하더라도 이에 맞서는 신뢰할 만한 보복 수단이나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 "질서 유지하던 美 역할 달라져"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현재의 무역질서를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에 비유했다. 과거 규범 기반 무역질서를 이끌었던 미국은 '해적 함대', 중국은 '군함', 유럽연합(EU)은 '느릿한 상선대'에 빗댔다.
그는 미국에 대해 과거에는 질서를 유지하고 규칙을 집행하는 '해군 함대'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그들은 해적 함대이고 자기들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철저히 거래적으로 행동하는 집단"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은 실제로 포를 쏘지는 않지만 우호적으로 보기 어려운 군함, EU는 급변한 무역 환경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느릿한 상선대로 표현했다.
한국과 영국, 캐나다, 멕시코 등은 이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들이다. 특히 한국은 무역을 통한 평화의 경제적 이익이 큰 만큼 '평화의 배'에 가깝다고 봤다. 다만 중국이 보완적인 교역 상대에서 점차 경쟁자로 변하고 미국도 거래적 접근을 강화하면서 한국이 직면한 무역 환경은 한층 험난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이 같은 국제 무역의 불안정성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런 불안정 상태는 상시화될 것"이라며 "기존의 규범 기반 무역질서로 단기간에 돌아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 CPTPP 가입만으로는 부족
한국의 대응책으로는 공급망과 시장 다변화를 주문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도 선택지로 제시했다. CPTPP 가입이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무역 자유화만으로 경제적 강압이나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 품목 의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무역전쟁에 단 하나의 해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상대방의 전략에서 배우며 기존 사고방식을 바꾸고 과거의 안정적인 무역질서가 예외적인 시기였음을 인정해 새로운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국가와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회복 탄력성'을 꼽았다. 새로운 제재나 수출통제가 등장할 때마다 우회로를 찾는 데 그치지 말고 공급망 충격과 경제적 강압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개별 사안마다 제재를 교묘히 피하는 요령이 아니라 진정한 회복 탄력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케인스 칼럼니스트는 "무역전쟁을 단기전이 아니라 장기전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눈앞의 무역 규제나 최신 뉴스에만 반응하기보다 앞으로 이어질 지정학적 경제 갈등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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