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말이 정말 진실일까?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여름 에디션)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장 ] 스즈키 유이 저/이지수 역 | 리프 | 2025년 표지=출판사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9/10/552805-UDxyZm4/20260910174727417xmmk.jpg)
[한국독서교육신문 권가온 대학생기자]
한 문장이 한 사람의 삶을 뒤흔들 수 있을까.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학자라면, 그 문장이 익숙한 명언이 아니라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낯선 문장이라면 어떨까. 스즈키 유이의 장편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라는 농담 같은 문장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며, 독자는 명언의 진위와 언어의 의미, 그리고 우리가 믿고 살아가는 삶의 문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자 제172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이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상반기 문학계를 뜨겁게 달군 이 작품은 이동진 평론가, 신형철 평론가, 은유 작가 등 여러 독자와 문학인들의 추천을 받았다. 특히 2000년대에 태어난 작가로는 최초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스즈키 유이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번에는 여름의 빛과 온도를 담은 특별한 '여름 에디션'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올여름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라는 점도 책을 펼쳐 들게 하는 이유다.
주인공 히로바 도이치는 일본 최고의 괴테 연구자다. 어느 날 그는 결혼기념일 식사를 하던 중 홍차 티백의 작은 꼬리표에서 낯선 문장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문장 아래에는 괴테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러나 평생 괴테를 연구해 온 도이치조차 이 문장을 본 적이 없다. 괴테가 정말 이런 말을 남겼을까. 출처를 알 수 없는 명언은 거짓일까, 아니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진실일까. 단순히 문장의 출처를 확인하려던 도이치의 여정은 곧 자신의 학문과 삶, 가족과 사랑을 되돌아보는 지적 모험으로 확장된다.
이 소설에서 명언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세계문학에서 길어 올린 수많은 문장들은 이야기의 뼈대가 되고, 인물들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괴테와 니체, 보르헤스와 말라르메를 비롯한 폭넓은 문학과 철학의 흔적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지만, 소설은 결코 어렵거나 딱딱하게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어딘가 어리숙하고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해 무거운 지식의 세계에 따뜻한 유머를 더한다. 학문적 탐구와 일상의 대화, 고전문학과 가족 간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엮이면서 독자는 지식의 숲을 산책하듯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도이치는 끊임없이 문장을 번역하고 해석한다. 'confuse'와 'mix'의 차이를 고민하고, 같은 문장이 독일어와 영어, 일본어로 옮겨질 때 어떻게 다른 빛을 띠는지 살핀다. 사랑은 모든 것을 뒤섞어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존재들을 하나의 조화 속에 놓는 것일까. 도이치는 이 문장을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 오래된 기록과 문맥을 찾아 나서지만, 소설은 점차 우리에게 묻는다. 문장의 출처를 밝혀내는 것과 그 문장의 의미를 자신의 삶 속에서 살아내는 것은 과연 같은 일인가.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말하기란 불가능하니까요. 그래도 괴테는 정말로 모든 것을 말하려고 했구나, 그런 생각은 듭니다."
작품 속 이 문장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가 품고 있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인간은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 말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번역되는 순간 조금씩 달라지며, 누군가의 입을 떠나는 순간 또 다른 의미를 얻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말은 불편하고 완전하지 않지만, 우리가 타인에게 다가가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붙잡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2001년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스즈키 유이는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후쿠시마로 이주한 뒤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사람마다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소설을 쓴 그는 오랜 독서와 사유를 바탕으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대학 도서관에서 30일 만에 완성했다. 실제로 작가의 부모님이 결혼기념일 식사 중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을 발견한 경험이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다는 사실은 소설의 설정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스즈키 유이의 문학적 재능은 방대한 지식에만 있지 않다. 그는 고전과 철학을 오늘의 언어로 불러오고, 학문적인 질문을 사랑과 가족, 일상의 감정 속에 내려놓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문학 연구가 미스터리와 모험 활극으로 변형된 메타소설이면서도, 결국 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타인과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따뜻한 이야기로 읽힌다.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이 작품을 "『파우스트』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평했다. 도이치는 지식을 좇지만, 작품은 앎의 양이 삶의 깊이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떤 문장을 '알아내는' 일과 그 문장의 의미를 '살아내는' 일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은 결국 사랑과 관계, 그리고 타인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는 태도다.
은유 작가가 말했듯 이 소설은 "명언으로 지은 집"과도 같다. 문장들이 서로 맞물려 이야기를 지탱하고, 독자는 그 문장들 사이를 거닐며 자신의 마음에 오래 남을 한 문장을 찾게 된다. 요시다 슈이치 작가가 주목한 것처럼, 이 작품에는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기쁨도 가득하다. 책을 읽고 문장을 발견하고, 그 문장이 삶을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순간의 기쁨이다.
수많은 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매일 새로운 문장이 쏟아지고, 누군가의 말은 빠르게 인용되고 소비된다. 그러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그럴수록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정말 누구의 말인가. 나는 그 말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무엇인가.
괴테가 모든 것을 말했다면, 이제 독자에게 남은 일은 그 문장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다시 읽는 것이다. 이미 세상에 수많은 말이 존재하더라도, 우리가 사랑하고 고민하며 살아낸 뒤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그 문장은 비로소 진짜가 된다. 올여름,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독자에게 한 권의 소설을 넘어 하나의 질문을 건넨다.
당신의 삶을 완성할 한 문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문장 안에는, 사랑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