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71억 들였는데 “TV밖에 안 써”…스마트경로당 실효성 논란

인천=안재균 기자 2026. 9. 1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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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3시 인천 남동구의 한 경로당. 인천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약 50억 원을 포함해 총 71억 원을 투입한 '스마트경로당 구축 사업'의 현장 모습이다.

사업 대행사는 인천 지역 1607개 경로당 이용자 전체가 아닌 2024년 구축 대상 100곳 가운데 조사에 응한 70곳의 경로당 회장 70명만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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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노인복지 사후관리 도마]
기존 장비 방치한채 10억 또 발주
만족도 조사는 회장단에만 의존
시의회 “행정감사서 낱낱이 검토”
스마트시티는 “입찰 적법” 해명
조민경 인천시의원(민주당·연수4)이 송도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스마트헬스케어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로당

9일 오후 3시 인천 남동구의 한 경로당. 여름철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거실에서는 노인 대여섯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한쪽의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는 콘센트가 뽑힌 채 꺼져 있었고, 키오스크 체험 테이블에는 장바구니 등 각종 물품이 놓여 있었다. 인천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스마트빌리지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약 50억 원을 포함해 총 71억 원을 투입한 ‘스마트경로당 구축 사업’의 현장 모습이다.

연수구의 한 경로당에서는 기기의 측정 정확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됐다. 사업 실태를 점검하러 나온 조민경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연수4)이 헬스케어 기기로 측정한 결과 ‘체지방률 1%’, ‘서맥 위험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서울경제신문 기자가 같은 기기를 이용했을 때는 정상 범위가 나왔다. 측정 방식에 따라 오차가 날 수 있다지만 고령층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기기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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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80세 회원은 “사용법이 복잡하고 측정 결과도 믿기 어려워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수구의 또 다른 경로당 회장도 “TV 모니터를 제외하면 실제 활용하는 기기가 거의 없다”고 했다.

만족도 조사 방식도 논란이다. 사업 대행사는 인천 지역 1607개 경로당 이용자 전체가 아닌 2024년 구축 대상 100곳 가운데 조사에 응한 70곳의 경로당 회장 70명만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일반 이용자의 의견은 빠진 셈이다.

송도더샵센트럴파크2차 경로당 안길남 회장(71)은 “기기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빠져 실제 만족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주 1회 오는 노인 일자리 매니저도 교육이 부족해 작동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 내부 문건에서도 조사 항목 중 ‘서비스 관리(시설·프로그램·유지 관리 등)’ 만족도는 74.3점으로 가장 낮았다. 기타 의견에는 ‘스마트경로당 매니저 교육 요청’, ‘스마트 매니저의 경로당 내부 인원 배치 요청’ 등이 담겼다.

사업 발주와 계약 과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도 나온다. 사업 초기 평가위원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져 감사를 받았던 인천스마트시티는 2024년 1차 사업 컨소시엄의 부사업자가 파산했지만 주사업자인 한국정보기술을 2025년 2차 사업자로 다시 선정했다. 한국정보기술에는 2년간 총 61억 원의 사업비가 배정됐다.

기존 시설의 활용도와 운영 문제를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약 10억 원 규모의 3년 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 의원은 “기기 오류와 현장 활용도 문제에도 사업비가 집행된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며 “행정사무감사에서 계약과 준공 과정 전반을 살펴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었는지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스마트시티 측은 “일부 기기는 비고정식으로 측정 자세나 사용 방법에 따라 오류가 날 수 있으며 상반기 전수 점검 결과 실제 고장은 드물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1차 사업 부사업자 파산 이후 주사업자가 유지·보수를 마쳤고 2차 사업자 선정도 블라인드 평가를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3년 차에는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TV 화상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안재균 기자 aj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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