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와는 ‘따로 또 같이’, 이란 전쟁 당사국 출동…인도 주도하는 브릭스 정상회의 12일 개막

박은하 기자 2026. 9. 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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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24년 10월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신흥 개발도상국이 주축이 된 글로벌 연합체 브릭스(BRICS) 정상회의가 오는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미·이란 전쟁에서 대립하는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가 모두 참여한다. ‘외교적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중·러의 ‘반서방’ 노선과는 거리를 두는 인도가 주빈국이라는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10일 인도 정부와 브릭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 의제는 무역, 개발금융, 국제기구 개혁 등이다. 중동·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개도국들이 겪는 에너지·식량 안보 문제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기후위기, 미·중과 개도국 간의 인공지능(AI) 격차에 대한 우려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릭스가 추진해 온 회원국 간 탈달러 결제 시스템 논의가 실질적으로 가장 파급력 있는 이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7월 SWIFT망을 우회하는 국제 결제 시스템 도입을 두고 ‘반미 정책’이라고 부르며 동조하는 국가에 10% 추가관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빈국인 인도는 중·러가 주도해 온 브릭스의 ‘반서방 색채’를 희석하면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에야 뉴델리 시내에 브릭스 정상회의 포스터가 걸리기 시작했다며, 인도가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행사를 조용히 치르려 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인도는 지정학적 이슈를 강조하는 대신 브릭스를 본래의 개발 중심적 의제로 되돌려놓으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를 서방에 맞서 국제질서의 정의를 수호하는 플랫폼으로 홍보해 왔다. 러시아는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 제재를 받자 브릭스를 통해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를 모색해 왔다. 브릭스는 2010년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5개국 체제로 출발해 2024년부터 11개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UAE,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가 새로 정회원 자격을 얻었다. 브릭스의 규모 확대는 중·러가 자국이 서방보다 글로벌 리더십에서 더 많은 대표성을 띠고 있다고 홍보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브릭스가 자체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브릭스 회원국은 세계 인구의 49.5%, 경제의 40%, 무역의 26%를 차지한다.

중·러가 주도한 브릭스의 행보는 인도의 이해관계와 맞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인도는 서방과도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도 비동맹 전통에 따른 ‘외교적 자율성’을 중시한다. 글로벌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내세워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대대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중동 문제에 물밑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 방면에서 인도보다 앞서 나갔다고 평가된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력에 대비해 중국, 러시아와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자국 통화의 영향력 확대와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역내 탈달러 결제 시스템 구축에도 동의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는 회원국 간 결제에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통화(CBDC) 사용을 확대를 권고하는 대신 달러화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질 수 있는 통합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지지하는 단계로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인도는 중국보다 앞서 CBDC를 발행하고 있다. 채텀하우스는 인도가 ‘불확실한 세계정세에서 위험을 회피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서방과 다른 국가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문제는 이란 이슈다. 브릭스는 2025년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이란 공습을 국제법 위반으로 규탄했다. 올해는 이러한 성명이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란과 공격을 주고받은 UAE와 사우디가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 문제에 침묵한다면 브릭스는 규모는 커졌지만 결속력은 약해졌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테헤란타임스 등 이란 매체에 따르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규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의 진보 싱크탱크인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의 임란 칸 선임연구원은 알자지라 칼럼에서 지난 6월 미·이란 휴전은 파키스탄, 카타르, 오만, 중국 등 브릭스와 파트너 국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며, 관련국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당장의 해법은 아니더라도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채텀하우스도 “브릭스의 진정한 힘은 소집력에 있다”고 평가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하며 중·인관계 개선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이 인도를 방문한다면 2019년 이후 7년 만의 방문이다. 중국 정부는 10일까지 시 주석의 정상회의 참석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중·인결속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시 주석과 모디 총리에게 모두 협상력을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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