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서재]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들은 무엇이 다른가』

[한국독서교육신문 장선영 기자]
"AI 시대, 우리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요즘 부모교육 현장에서 자주 만나는 질문이다. 생성형 AI는 이미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정보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 상당 부분을 AI가 순식간에 찾아 정리해 주는 시대가 되면서 부모의 불안도 커졌다. 코딩을 가르쳐야 할지, 영어를 더 시켜야 할지, AI 활용법을 먼저 익히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부모가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을 더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대신할 수 없는 어떤 힘을 길러줄 것인가'인지도 모른다.
임지은의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들은 무엇이 다른가』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AI 시대에 필요한 미래 역량을 학습력, 창의력, 공감력, 협업력, 회복력, 자립력이라는 여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미래 역량의 해답을 가장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유대인 교육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베스트'보다 '유니크'한 아이
우리 교육은 오랫동안 '남보다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익숙했다. 몇 점을 받았는지, 몇 등을 했는지, 어느 학교에 진학했는지가 아이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부모 역시 아이가 뒤처지지 않도록 더 많이 가르치고 더 빨리 준비시키는 것을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책이 보여주는 유대인 교육의 방향은 다르다. '베스트'보다 '유니크'를 지향한다. 다른 아이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자신만의 강점과 개성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를 누군가와 비교하기보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오래 몰입하는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관찰하며 그 안에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AI 시대에는 이러한 관점이 더욱 중요해진다. 정답을 빠르게 찾고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능력에서는 인간이 AI를 이기기 어렵다. 반면 자신만의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내는 능력은 인간에게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결국 미래 교육의 방향은 아이를 '정답을 잘 맞히는 사람'으로 만드는 데서 '자기만의 질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키우는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좋은 질문이 생각의 스위치를 켠다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질문'의 힘이다. 유대인 교육에서는 아이에게 답을 곧바로 알려주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다른 방법은 없을까?",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라고 묻는다. 질문을 받은 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꺼내 연결하고, 생각을 확장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간다.
이 과정은 독서교육에서도 중요하다. 아이가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독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은 뒤 자신의 경험과 연결하고, 등장인물의 입장을 헤아리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거나 반박하며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 볼 때 독서는 사고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AI 시대의 문해력 역시 단순히 글자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 수 없다. 수많은 정보 가운데 무엇이 중요한지 가려내고, 정보의 근거를 살피며, 서로 다른 내용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힘까지 필요하다.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보다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다.
책을 읽는 아이에서 '생활 독서가'로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들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독서와 글쓰기는 미래 역량을 키우는 중요한 토대로 제시된다. 특히 가족이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유대인의 독서문화는 부모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이에게 "책 읽어"라고 말하는 것보다 부모가 일상에서 책을 읽고, 읽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며 책이 삶의 일부가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독서는 단순히 어휘력이나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아이는 책을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삶을 만나고, 타인의 감정을 상상하며, 익숙했던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된 질문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관심 분야가 넓어지면서 아이는 스스로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한다.
여기에 글쓰기가 더해지면 생각은 더욱 단단해진다. 읽은 것을 자기 언어로 표현하려면 무엇을 이해했고 무엇을 모르는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결국 읽고, 질문하고, 대화하고, 쓰는 과정은 메타인지와 사고력을 함께 키우는 배움의 선순환이 된다.
실패하지 않는 아이보다 다시 일어서는 아이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넘어지지 않도록 길을 닦아주고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부모가 모든 위험을 미리 제거해 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빠를수록 예상하지 못한 문제와 실패를 경험할 가능성은 커진다.
그래서 책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역량이 회복력이다. 실패를 '끝'이 아니라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다시 시도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아이가 실수했을 때 부모가 곧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이번에 무엇을 알게 됐어?", "다시 한다면 어떻게 해보고 싶어?"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실패는 배움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대신 걸어주는 부모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믿어주는 부모가 필요하다. 그런 경험이 반복될 때 아이 안에는 '나는 다시 해볼 수 있다'는 자기신뢰가 쌓인다. 미래를 살아가는 힘은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실패 이후에도 자신의 삶을 다시 움직이는 힘에서 나온다.
부모력의 핵심은 아이를 존중하는 힘
이 책에서 무엇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대목은 부모가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해주지만, 때로는 그 사랑 속에 부모 자신의 불안이 숨어 있다. 다른 아이보다 뒤처질까 봐 비교하고,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재촉하며, 아이가 원하는 삶보다 부모가 생각하는 안전한 길을 선택하도록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 사회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인생 지도를 완성해 줄 수 없다.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 생기고 익숙했던 직업이 사라질 수 있으며, 기술과 사회의 변화 속도 역시 더욱 빨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 앞에 완성된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길을 찾을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충분히 관찰하고, 질문을 기다려주며, 다른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 실패할 기회도 허락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고 존중할 때 아이 역시 자기 자신을 믿고 선택하는 법을 배운다.
AI를 이기는 아이가 아니라 AI와 함께 자기답게 살아가는 아이
『세상을 움직이는 아이들은 무엇이 다른가』를 읽으며 결국 미래교육의 핵심은 '인간다움'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습력, 창의력, 공감력, 협업력, 회복력, 자립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부모와 나눈 대화, 함께 읽은 책, 마음껏 놀았던 시간, 실패하고 다시 도전했던 경험, 가족 안에서 존중받았던 기억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힘이다.
AI보다 더 많은 것을 외우는 아이로 키우려 애쓸 필요는 없다. AI가 내놓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왜?"라고 물을 수 있는 아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아이,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아이, 자신의 강점과 관심사를 발견해 스스로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지금 몇 문제를 더 맞히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자신을 잃지 않고, 새로운 문제 앞에서 질문하고 생각하며, 사람들과 협력해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힘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이 부모에게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나는 남보다 앞서가는 아이를 키우고 싶은가, 아니면 어떤 세상이 와도 자기 힘으로 길을 만들어 갈 아이를 키우고 싶은가?"
AI 시대의 부모교육은 어쩌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