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3000만 원 날려…” 무너진 뇌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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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중반 직장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3000만 원의 손실은 단순히 계좌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다.
주식투자로 손실, 뇌는 맹수 마주한 것과 유사 반응 손실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불안과 공포, 위협을 감지하는 뇌의 경보장치인 편도체다.
손실 직후는 어떠한 결정도 하지 말라운동이 도움주식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다음의 '3단계 회복 시간표'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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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로 손실, 뇌는 맹수 마주한 것과 유사 반응
● 스트레스호르몬 급격히 분비되고 도파민 균형 깨져
● 손실 직후 어떠한 결정도 하지 말라…운동이 도움
● 레버리지·빚투·물타기 금물…전업투자 결심은 최악
● 2개월 지나면 기분 나아질 것, 회복 시간 가져라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30대 중반 직장인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3000만 원의 손실은 단순히 계좌에서 숫자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몇 년간 악착같이 모은 종잣돈일 수도 있다. 일상을 뒤흔들 정도로 큰돈을 잃으면 뇌는 큰 혼란에 빠진다. 투자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도 바로 이때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조급함은 커지지만 정작 냉정한 판단을 내릴 능력은 가장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로 손실, 뇌는 맹수 마주한 것과 유사 반응
손실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불안과 공포, 위협을 감지하는 뇌의 경보장치인 편도체다. 막대한 큰 금전 손실을 마주하면 편도체는 이를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계좌에서 3000만 원이 사라진 화면을 보는 순간 눈앞에 맹수가 나타난 것처럼 비상 상태에 돌입하는 것이다. 큰 손실을 봤을 때 손이 떨리고 심장이 빠르게 뛰며 식은땀이 나는 등의 반응이 뒤따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우리 몸은 스트레스 상태에 빠진다. 불안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급격히 분비되기 때문이다. 케임브리지대 존 코츠 연구팀이 런던 금융가 트레이더들을 8일간 추적한 연구에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동안 이들의 하루 평균 코르티솔 수치가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곧이어 도파민의 균형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투자 기간 내내 도파민 자극에 익숙해져 있다가 손실이 확정되면 반등의 기대감이 완전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측좌핵의 도파민 신호가 급락하고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감이 찾아온다. 밥을 먹어도 맛이 없고, 평소 즐기던 게임이나 웹툰에도 손이 가지 않게 된다. 하루 종일 멍하게 있다가도 주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는 순간에만 정신이 번쩍 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화불량과 수면장애는 물론 "그 종목을 왜 샀을까"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같은 자책을 밤새 되새김질하면서 '주식 우울증'이라고 부르는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면 큰 손실로 충격을 받은 뇌가 다시 제 기능을 되찾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물론 3000만 원이라는 손실이 주는 충격은 개인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뇌가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추적한 연구는 하나의 힌트를 준다.
2008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뇌 기능을 측정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가 한창일 때 학생들은 뚜렷한 인지 저하를 보였다. 그러나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라지고 4주가 지나자 전두엽의 연결성 등 주요 수치가 모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2012년 학술지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실린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측됐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판단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지고 불안·우울 수치가 높아졌지만, 6~7주 뒤 대부분의 수치와 의사결정 능력이 정상화된 것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면 뇌가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하나 있다. 6주가 지난 뒤에도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는 부분적으로만 회복됐기 때문이다. 즉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인해 실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3000만 원, 혹은 그보다 훨씬 큰돈을 잃고 찾아온 환자들은 처음에는 하나같이 "다시는 주식을 쳐다보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런데 치료를 시작하고 6주 안팎의 시간이 흐르면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제 기분도 괜찮고 집중력이나 판단력도 거의 회복된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투자 유튜브를 찾아보고 경제 뉴스를 읽기 시작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발생한다. 몸과 마음이 상당 부분 회복됐다는 사실을 '이제 투자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2차 손실은 바로 이때 시작된다.
손실 직후는 어떠한 결정도 하지 말라…운동이 도움
주식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는 다음의 '3단계 회복 시간표'를 권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하루빨리 원금을 되찾는 것이 아니다. 손실 직후 망가진 판단력을 먼저 되찾는 일이다.1단계는 손실 직후부터 약 2주까지의 '급성기'다. 이때는 무엇보다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뇌의 전전두엽의 기능은 최저점을 찍는다. 이 시기에 떠오르는 생각은 '어서 빨리 본전을 회복하자'는 것뿐이다. 치밀한 투자 판단이라기보다 본전에 대한 욕망이 빚은 조건반사에 가깝다. 무엇보다 계좌를 복구하려는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 가능하다면 주식 앱을 지우고, 주식 뉴스와 소셜미디어(SNS), 투자 단체대화방, 유튜브 등 시장을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드는 자극과도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2단계 구간은 손실 2~4주 후인 '회복기'다. 과열됐던 뇌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으면서 수면의 질도 서서히 나아지기 시작하는 때다. 다만 자책과 반추는 여전히 남아 있다. 새벽에 문득 잠에서 깨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왜 하필 그 종목을 샀을까' 같은 생각을 몇 시간씩 반복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일상의 리듬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보다 취침과 기상 시각을 일정하게 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의 루틴이 잡히면 다음 날 출근할 힘이 생기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도 정상이 된다.
가벼운 운동도 도움이 된다. 유산소운동을 하루 10분씩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라는 뇌신경 영양인자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BDNF는 전두엽에 작용해 새로운 뇌세포의 성장을 촉진한다. 달리기,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기 같은 최소한의 운동만으로도 하루 100~300여 개의 뇌세포를 새롭게 만들고, 호르몬도 개선할 수 있는 것이다.

2개월 지나면 기분 나아질 것, 회복의 시간 가져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손실을 한 번에 만회하려는 행동부터 끊어야 한다. 레버리지나 선물·옵션처럼 위험이 큰 상품에 손대는 것이 대표적이다. 큰 손실을 입은 뒤에는 위험을 냉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상태에서 파생상품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로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손실이 클수록 "평범한 투자로는 복구할 수 없다"는 조급함이 커지고,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기 쉽다. 대출이나 신용·미수 등을 끌어오는 '빚투' 역시 같은 이유에서 피해야 한다.무리한 물타기도 경계해야 한다. 추가 매수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근거가 기업가치가 아니라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오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은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해 주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지켜야 할 것은 체면이 아니라 남아 있는 돈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에 뛰어드는 선택은 더욱 위험하다. 큰 손실을 본 뒤에는 월급으로 천천히 복구하는 것보다 주식으로 한 번에 만회하는 길이 훨씬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실패로 무너진 자기효능감을 회복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매일 출근해 본업에서 작은 성취를 쌓는 것이다. 손실을 다음 투자로 복구하려는 집착이 오히려 2차, 3차 손실을 부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식투자로 큰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느끼는 절망의 크기가 반드시 손실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호르몬이 작용한 결과일 뿐이며, 우울과 무기력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2개월만 지나도 당신은 지금과 완전히 다르게 상황을 인지할 것이다. 그러니 두 달 뒤 한층 차분해진 상태에서 내려도 될 결정을 공포와 절망 속에서 서둘러 내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3000만 원, 혹은 그보다 더 큰 손실을 보고 있다면 오늘부터 세 가지만 시작해 보길 권한다. 첫째, 먼저 주식 앱을 지워보자. 계좌를 없애라는 뜻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잔고를 확인하며 손실을 되새기는 행동부터 끊으라는 의미다. 시세를 확인할 때마다 흔들리는 뇌에 잠시 쉴 시간을 주는 것이다. 둘째, 매일 아침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걸어보자. 회복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실천과 땀에서 시작된다. 셋째, 지금 겪는 고통을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털어놓길 바란다. 가족이나 친구여도 좋고,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동창이어도 괜찮다. 혼자 끌어안고 있을 때 손실은 '나만의 고통'이 되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함께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로 바뀌기 시작한다.
3000만 원은 분명 큰돈이다. 그렇다고 당신의 인생 전체를 결정할 만한 돈은 아니다. 당신에게는 그 돈을 여러 번 만들어낼 시간과 체력, 기회가 남아 있다. 필자 역시 2017년 주식으로 3억2000만 원을 잃고 죽고 싶은 시간을 보냈지만, 지금은 그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로 있다. 손실의 상처와 쓰라린 기억은 아직도 남아 있지만 그 의미는 예전과 같지 않다.
계좌는 마이너스일지 몰라도 '당신'이라는 종목의 가치까지 마이너스가 된 것은 아니다. 팔이나 다리가 부러졌을 때 우리 "앞으로 평생 걷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깁스를 하고, 뼈가 붙을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뇌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자. 마음에 깁스를 했다고 생각하고 두 달만 회복할 시간을 줘보자.

●1981년 출생
●연세대 의학과 학사, 동 대학원 정신과 석사
●저서: '구로동 주식 클럽' '살려주식시오'
박종석 연세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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