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진공 정책금융의 '기적'…국내 건조 최초 크루즈 '팬스타 미라클호', 韓~日을 잇다


지난 6일 낮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계류장에 2만2000톤급 대형 크루즈 페리 '팬스타 미라클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코니 객실과 야외 수영장, 러닝 트랙 등 크루즈급 부대시설을 갖춘 팬스타 미라클호는 지난해 4월부터 부산과 일본 오사카를 잇는 국제항로에 투입됐다.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한 최초의 크루즈페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크루즈페리는 여객과 화물을 함께 수송하는 페리의 운송 기능에 고급 편의시설과 위락시설을 갖춘 크루즈선의 여가·관광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선박이다. 해상 관광과 물류를 연결하는 새로운 바닷길을 연 것이다.
앞서 팬스타는 2022년 부산~오사카 항로에 첫 번째 카페리선 '팬스타 드림호'를 투입하며 국내 최초로 크루즈 개념을 도입했다. 당시 일본에서 들여온 여객선은 객실만 빽빽히 들어선 구조였다.
이에 객실 일부를 과감히 헐어내고 그 자리에 카페, 공연장 등의 공간을 조성해 '배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프리미엄 크루즈 페리를 목표로 팬스타 미라클호를 건조했다.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해선 배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여행객들이 편안함을 느껴야해서다. 그러나 거친 파도 앞에서는 때때로 서 있기 힘들 정도의 휘청거림도 있었다.
염근동 팬스타 여객부장은 "부산항에서 오사카항으로 향하는 오늘이 1년 새 가장 날씨가 안 좋은 날인데 현재 파고가 4미터 안팎으로 높다"면서도 "이런 파고에 따른 출렁거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선체 안정 유지를 위한 '핀스테빌라이저'가 작동해 선내 진동을 줄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계부터 크루즈급 호화 여객선을 표방한 팬스타 미라클호가 관광객의 조망권을 극대화한 파노라마 라운지, 인피니티풀, 사우나 등 외양 뿐 아니라 우리나라 첨단 선박 기술을 적용해 고객들의 편안함까지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그동안 연안·국제 여객선 시장에서는 해외 중고선을 도입해 운항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신조선 건조는 중소·중견 선사에게 금융 부담이 적지 않아서다.
진입 장벽 속에서도 팬스타그룹은 국내 조선소인 대선조선에 대형 크루즈페리를 발주했다. 문제는 과도한 금융 비용에 대한 부담이었다. 이 때 해진공의 정책금융 지원을 받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해진공은 팬스타그룹의 크루즈 페리 신조선 도입을 위해 '중소선사 특별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선순위 금융에 대한 채무보증을 제공했다. 전체 선가 7050만 달러 중 팬스타그룹이 20%인 1410만 달러를 자체 부담하고 나머지 80%인 5640만 달러는 선순위 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구조다.
해진공은 이 중 선순위 금융의 95%인 최대 5358만 달러, 한화로 약 750억원 규모를 보증했다. 이를 통해 팬스타그룹은 별도의 고금리 후순위 대출 없이 자기자본 20%를 투입해 신조선 건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특히 해진공의 보증을 바탕으로 산업은행·하나은행·부산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이 선박금융에 참여했다.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민간 금융기관의 자금이 함께 투입되면서 중소선사의 신조선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선사에게 신조선 건조에 필요한 금융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해진공의 정책금융은 미라클호라는 새로운 선박 확보뿐 아니라 조선소에게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나아가 미라클호가 부산과 오사카를 연결하는 국제항로에 투입되면서 단순한 여객 운송을 넘어 해상 관광과 물류를 결합한 사업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팬스타 미라클호의 취항 과정은 정책금융이 기업의 사업 기회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김성진 해진공 선박금융부장은 "팬스타 미라클호는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선사의 신조선 확보를 지원하고 국내 조선소의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로 연결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중소·중견 선사의 신조선 확보와 신규 항로 개척을 위한 맞춤형 금융지원을 확대해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해운·조선산업의 동반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오사카(일본)=오세중 기자 dano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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