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 오른 '모두의 AI'···이용자수 확보에만 혈안돼선 안돼
정부, 이용자수 따져 GPU 차등 지원 계획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출발선에 섰다.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각각 이끄는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이르면 이달말부터 베타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정부는 올해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B200 512장을 지원하고, 내년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서비스 확산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사업자들이 제시한 목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용자 숫자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연말 월이용자수(MAU) 500만명을 목표로 내걸었다. KT 역시 올해 500만명 수준의 이용자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후 SK텔레콤과 KT는 내년 각각 1000만명과 2000만명, 카카오는 2030년 3000만명까지 이용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자 확보가 중요한 이유도 있다. 정부는 향후 실제 서비스 이용량과 이용자 활성도 등을 고려해 GPU를 차등 지원할 방침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용자수는 AI 서비스의 성패를 가늠할 중요한 지표다. 아무리 뛰어난 AI를 개발하더라도 국민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AI'라는 사업 취지를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얼마나 많은 국민이 실제 서비스를 이용했는지 따져보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이용자 수만으로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SK텔레콤과 KT, 카카오는 이미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각각 수천만명의 통신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고, 카카오는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서비스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전화와 문자, KT는 통신·미디어를 비롯한 기존 서비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각각 AI 서비스의 주요 이용자 접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때문에 단순히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는지만으로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끌어왔느냐가 아니라, 이들이 서비스를 지속해서 사용할 만한 가치를 만들어냈느냐다.
특히 사업자들의 진짜 경쟁 상대는 나머지 두 컨소시엄만이 아니다. 이미 국내 이용자들은 챗GPT와 제미나이를 비롯한 글로벌 AI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SK텔레콤과 KT, 카카오 가운데 어느 사업자가 더 많은 MAU를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이미 사용하던 AI 서비스를 두고도 '모두의 AI'를 다시 찾을 이유가 있느냐다.
물론 '모두의 AI'가 글로벌 AI와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 SK텔레콤은 별도 앱 설치 없이 전화와 문자 등 익숙한 방식으로 AI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공공서비스 신청부터 쇼핑·결제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서비스와 AI를 결합해 국민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AI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 자체가 이번 사업의 차별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들여다봐야 할 것도 단순한 이용자 규모를 넘어야 한다. 공공서비스 신청이나 예약·결제 등을 얼마나 정확하게 수행하는지, 이용자가 서비스를 얼마나 반복해서 사용하는지, 기존 AI 서비스와 비교해 어떤 차별화된 편의를 제공하는지 등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비스 이용량과 이용자 활성도가 향후 GPU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평가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용자 숫자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면 사업자들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것보다 단기간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할 유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AI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정부가 민간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지원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글로벌 빅테크가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앞세워 AI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AI 서비스 개발과 확산을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은 더욱 명확해야 한다. 연말 MAU 500만명은 분명 의미 있는 성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500만명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의 AI'가 성공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이용자들이 왜 서비스를 이용했고, 얼마나 자주 다시 찾았으며, 기존 AI로 해결하지 못했던 어떤 불편을 해소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정부 지원으로 확보한 GPU와 기존의 막강한 고객 접점을 이용해 사람들을 AI 서비스 앞까지 데려오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이용자들이 스스로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서비스의 몫이다.
'모두의 AI'의 성적표에 필요한 숫자는 MAU 500만명만이 아니다. 국민 500만명이 이 AI를 계속 써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증명해야 할 것은 이용자의 규모가 아니라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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