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투트 "AI가 이끄는 미래 위험…인간 본연 마음 되찾아야"

강종훈 2026. 9. 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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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상상하던 공상과학의 미래가 오늘날 이미 펼쳐지고 있어요. 우리가 회복하고 되찾아야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마음, 심장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하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칠레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급속한 속도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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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 칠레 작가…김애란과 11일 개막 대담
'누구세요?' 주제로 16일까지…김연수 "인간 이해하려면 이야기 필요"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여하는 벵하민 라바투트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가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9.10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예전에 상상하던 공상과학의 미래가 오늘날 이미 펼쳐지고 있어요. 우리가 회복하고 되찾아야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마음, 심장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개최하는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칠레 소설가 벵하민 라바투트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급속한 속도로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계속 자본과 욕망에만 이끌려 나간다면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미래일 것"이라며 "사람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굴복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는데, 절대로 우리 미래를 괴물들의 손에 남겨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괴물'이란 정치인이나 인공지능(AI) 산업 수장 등을 의미한다며 "과학과 기술의 산물이 우리에게 파라다이스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동물적인 감각을 회복하고 반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라바투트는 특히 AI가 급부상해 일상에 침투하는 현실에서 문학적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지의 세계에서 답을 찾고 신비로운 것을 발견해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것이 문학의 기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마음, 즉 심장이 없이 계속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굉장히 위험하다"며 "그러나 문학은 AI로부터 안전하다. 문학이 그 위험한 시스템 밖에 있는 마지막 마법이자 영혼이 담긴 예술"이라고 했다.

1980년생인 라바투트는 과학사 속 천재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독특한 논픽션 소설을 선보여왔다. 소설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로 2021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됐다.

2023년작 '매니악'은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을 중심으로 양자역학과 AI 혁명 등을 다뤘다. 이 소설은 한국 바둑 고수 이세돌과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로 마무리된다.

라바투트는 "우리는 두 AI 기사가 바둑을 두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며 인간의 실제 경험이 묻은 소설과 책을 찾는다"며 "가장 두렵고 걱정스러운 것은 비인간적 주체가 결정을 내리는 미래이며, AI와 같은 비인간 시스템이 우리 주체성을 빼앗아 간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 서울국제 작가축제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작가축제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설가 김애란, 벵하민 라바투트, 김연수, 시인 서효인. 2026.9.10 jin90@yna.co.kr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아트센터에서 이어지는 이번 축제 대주제는 '누구세요?'(Who are we?)이다. 인간과 공동체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통해 AI 시대에 사람다움의 가치와 문학의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라바투트는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의 김애란 작가와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개막 대담을 나눈다.

김애란은 간담회에서 "최근 3년간 거의 모든 분야 행사가 AI를 주제로 하면서 고민의 시간이 있었고 한편으론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걱정도 했다"며 "그러나 AI 환경이 언어모델을 바탕으로 하다 보니 작가로서 피할 수 없는 주제라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성을 떠나 AI 환경은 작가들이 처한 가장 큰 공통분모라는 생각도 한다"며 "기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점점 알기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는데, 기술 작동방식이 아니라 문학의 작동방식에 관해 더 고민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행사에는 해외 작가 10명과 한국 작가 14명이 참여한다. 한국과 해외 작가의 1:1 대담, 작가와 번역가 대담, 관객 참여형 워크숍 등 20여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축제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소설가 김연수는 "개막 대담을 하는 두 작가의 출발점은 다르지만,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에서 만난다"며 "이번 축제에서는 답을 얻기보다 또 다른 질문을 맞닥뜨릴 가능성이 클 것이고 그게 문학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나는 무엇인가, 타인은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인가'인데 이는 AI를 통해서도 알 수 없다"며 "'누구세요'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데이터가 아닌 이야기가 필요하고, 이것이 문학을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국제작가축제는 한국문학번역원이 2006년부터 개최해온 국제 문학 축제다. 국내 독자들이 문학을 접할 기회를 확대하고 한국문학과 세계문학이 교류하는 토대를 만들고자 마련됐다. 지난해까지 총 61개국 405명의 국내외 작가가 초청됐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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