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다 쓰러진 개·쥐로 '수면' 비밀 밝힌 과학자들 '래스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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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도록 뇌를 깨우는 물질인 '오렉신'의 역할을 밝혀 기면증의 원인을 규명한 과학자들이 미국판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불리는 2026년 '래스커상'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래스커상 선정위원회는 "두 연구자는 수면 조절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혀낼 길을 열고 인간 기면증에 면역 체계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기면증과 다른 수면장애를 치료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026년 래스커-드베이키 임상의학 부문은 혈우병 A 치료에 쓰이는 이중특이항체를 개발한 핫토리 구니히로·기타자와 다케히사·이가와 도모유키 등 일본 연구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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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도록 뇌를 깨우는 물질인 '오렉신'의 역할을 밝혀 기면증의 원인을 규명한 과학자들이 미국판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불리는 2026년 '래스커상'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배고픔과 관련된 생쥐 실험과 갑자기 쓰러지는 개에 대한 연구가 만나 수면을 조절하는 뇌 회로가 밝혀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야나기사와 마사시 일본 쓰쿠바대 교수와 에마뉘엘 미뇨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가 수면과 기면증의 생물학적 원리를 밝힌 공로로 2026 래스커상 기초의학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래스커상은 1945년부터 매년 의학 분야에 큰 기여를 한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래스커상 수상자가 노벨상 수상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역대 래스커 수상자 중 86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두 연구자가 처음부터 함께 수면을 연구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에서 연구하던 야나기사와 교수는 아직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뇌세포 표면 수용체의 기능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과정에서 두 개의 뇌 수용체에 결합하는 짧은 아미노산 사슬인 '펩타이드' 한 종류를 발견했다.

발견한 펩타이드를 생쥐에 주입하자 먹이를 더 많이 먹었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식욕'을 뜻하는 그리스어 '오렉시스'에서 이름을 따 이 펩타이드를 '오렉신'이라고 명명했다.
연구팀은 오렉신이 식욕을 조절하는 물질일 것으로 추정했다. 오렉신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를 만들면 음식에 관심을 갖지 않고 체중이 빠질 것이라 예상했다.
예상과 달리 유전자 조작한 생쥐의 체중과 먹이 섭취에는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변화는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밤새 적외선 카메라로 생쥐의 행동을 촬영하자 생쥐들이 갑자기 쓰러져 짧은 시간 동안 렘 수면에 빠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오렉신이 식욕보다 수면과 각성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단서가 발견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미뇨 교수는 도베르만핀셔·레브라도리트리버·닥스훈트 등에서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기면증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기면증이 있는 개들은 지나치게 졸릴 뿐 아니라 기쁨 등 강한 감정을 느끼면 갑자기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나타난다. 분석 결과 이 개들에게는 야나기사와 교수가 발견한 오렉신이 작용하는 특정 수용체가 결핍돼 있었다.

1999년 잇따라 발표된 두 연구는 서로 다른 동물에서 관찰된 현상을 하나의 생물학적 경로로 연결했다. 이후 미뇨 교수팀은 기면증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오렉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른 연구팀에서 사망한 기면증 환자의 뇌에서 오렉신을 만드는 세포가 사라져 있다는 사실도 확인헀다.
오렉신의 발견은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다. 2014년 오렉신의 작용을 차단하는 약물이 불면증 치료제로 승인됐다. 오렉신의 작용을 모방해 부족한 각성 신호를 보충하는 기면증 치료제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과제지만 관련 약물이 최근 승인을 받았다.
연구는 계속 이어진다. 기면증은 면역체계가 오렉신을 만드는 신경세포를 잘못 공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뇨 교수는 이런 면역 반응이 발생하는 원인을 추적하고 있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졸림이 뇌에 어떻게 축적되고 몸이 각성과 수면 사이를 어떻게 전환하는지 연구하고 있다. 현재 승인된 치료제는 오렉신 수용체 두 종류 가운데 하나만 겨냥해 다른 수용체까지 조절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노벨상·래스커상 등 과학상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공헌을 조명한다. 오렉신의 발견 과정은 과학이 때로 연구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빠르게 진전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미뇨 교수는 "둘 사이 경쟁이 우리 둘 모두 연구를 더 빠르게 진행하도록 자극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야나기사와 교수는 "서로 다른 두 종에서 이처럼 극적이고 아름답게 결과가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이 연구결과의 설득력을 높인다"고 덧붙였다.
래스커상 선정위원회는 "두 연구자는 수면 조절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밝혀낼 길을 열고 인간 기면증에 면역 체계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며 "기면증과 다른 수면장애를 치료할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2026년 래스커-드베이키 임상의학 부문은 혈우병 A 치료에 쓰이는 이중특이항체를 개발한 핫토리 구니히로·기타자와 다케히사·이가와 도모유키 등 일본 연구자 3명이 공동 수상했다. 파킨슨병 연구 지원 활동을 펼쳐온 배우 마이클 J. 폭스는 래스커-블룸버그 공공서비스상을 받았다.
[문혜원 기자 m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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