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을 다시 ‘시장’으로 되돌려야

서울앤 2026. 9. 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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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의 진보를 위한 투자 공정성 담보한 현대판 ‘토지 개혁’ 절실

[서울&]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비공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더불어민주당은 오랫동안 부동산 개혁을 말해왔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하나 짚어야 한다. 민주당은 과연 개혁을 제대로 해냈는가? 돌아보면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늘 좌절했고, 언제나 무엇인가에 밀렸다.
노무현 정부는 분양원가 공개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정부가 자리를 잡는 사이 그 약속은 무산됐다. 건설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그 고수익은 결국 집값에 얹혀 국민 부담으로 되돌아왔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의미 있게 도입됐지만 예외 조항이 늘어나며 후퇴했고, 시장의 불신만 키웠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보유세를 강화하는 한편 매입임대사업자를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다주택자가 급증했고 2021년에는 상위 2% 종부세까지 완화됐다. 개혁을 안 한 것이 아니다. 개혁 의지가 자꾸 뒤로 물러서면서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 문제였다.
이 후퇴의 반복이 남긴 것은 분명하다. 부동산 시장에는 내성이 생겼고 국민은 진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더는 믿지 않게 됐다.
지금 정부의 세제 개편을 두고 논란이 이는 것도 같은 우려에서 비롯된다. 이번에도 똑같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은 정말 시장인가?
정상적인 시장에는 자동 조절 기능이 있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고, 가격이 오르면 공급은 늘어난다. 그래서 값이 한쪽으로만 치닫지 않고 스스로 균형을 찾는다. 모든 시장경제가 이 원리를 지향한다.
그런데 한국의 부동산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오히려 늘어난다. 가격이 오르면 공급은 도리어 줄어든다. 그래서 오를수록 더 오르는 현상이 반복돼왔다.
이유는 두 가지 데이터에 있다. 첫째, 서울의 갭투자 비율은 절반에 이른다. 집을 사려는 사람의 절반가량이 실거주가 아니라 시세 차익을 노린다. 그러니 값이 오르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오히려 사들인다. 둘째, 한국의 주택 보유 기간은 세계에서 가장 짧다. 산 지 5년도 되지 않아 되파는 경우가 많다.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값이 오르면 더 오를 것을 기대해 팔지 않는다. 매물이 사라지고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시장 정상화란 집값을 무너뜨리는 일이 아니다. 투자·투기 수요를 줄이고, 보유 물량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해서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비정상 구조를 만들었는가? 세제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세율과 구조 자체가 잘못돼 있었기 때문이다.
기대 수익을 낮추는 핵심 수단은 보유세다. 그런데 보유세는 오랫동안 무력했다. 세율이 너무 낮아 투자 수요를 줄일 수 없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려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완화되거나 사라질 것이라 여기니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매도 물량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은 양도세다. 그런데 양도세에는 감면 조항이 지나치게 많았다. 게다가 그 구조는 역진적이었다. 집값이 비쌀수록, 많이 오를수록 더 많이 깎아준 것이다. 이러니 값이 오를 때 누구도 팔려 하지 않고 오래 쥐고 있었다.
방향은 명확하다. 보유세를 인상해 기대 수익을 낮추고, 양도세 감면을 대폭 줄여 매물이 꾸준히 나오게 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의 자정 작용이 되살아난다.
다만 세제는 큰 틀에서 두 축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합리성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지속 가능성, 그리고 시장의 자율 조정을 돕는 설계여야 한다. 다른 하나는 공정성이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세제여야 오래간다.
이번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은 이 원칙에 가장 부합한다. 세 개의 축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첫째, 실거주를 강조한다. 실거주자에게 혜택을 주고 투자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매기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공정의 원칙이다. 둘째, 세율을 대폭 인상하되 고가로 갈수록 무겁게 매긴다. 가장 큰 차익이 초고가 구간에서 발생하는 만큼, 그 구간을 눌러야 자정 작용이 생긴다. 셋째, 적용 범위를 최소화했다.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실거래가 40억원 이상 주택으로, 그 비중은 0.4% 안팎에 불과하다. 그만큼 지속 가능성이 담보된다.
정리하면 보유에서 거주로, 역진에서 누진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집값이 많이 오르면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 즉 조세 부담의 공정성을 바로잡았다.
특히 실거주 중심 접근은 과거에 없던 정책이다. 나는 이것을 토지 개혁에 견준다. 실제로 경작하는 사람에게 토지를 나눈 것이 토지 개혁이었다면,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 중심으로 주택을 재편하는 것이 부동산 정상화의 본질이다. 이 축을 흔들면 개혁의 큰 기둥이 무너진다.
최근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강남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율이 오르고 기대 수익이 낮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강북구·노원구·성북구처럼 오른다던 지역도 거래량이 줄고 있다. 투자자들이 정책과 세제를 믿고 관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남만 잡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다. 그렇지 않다. 집값이 오를 때 수도권 전체를 끌어올리는 것이 강남이다. 강남이 하향 안정되면 다른 지역의 안정도 뒤따른다. 강남을 잡지 않고서는 수도권 문제도, 양극화 문제도 풀 수 없다.
분명히 해두자.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말이 아니다. 공공을 늘려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말도 아니다. 비정상이 된 시장을 정상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그동안 보유세가 비난받은 것은 보유세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 세제로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으면, 시간이 갈수록 신뢰는 쌓이고 지지는 오른다.
이번 개편은 오래 고심한 끝에 나온, 제한적이지만 중요한 출발점이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훼손되면 축은 무너지고 우리는 다시 악순환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이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처음으로 집값을 안정시킨 정부를 갖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이광수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 저자·투자분석가 korea.analys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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