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량제 다이어트’ 강남구, “요요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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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분리배출’ ‘재활용’ ‘자원순환’ ‘폐기물 처리’…. 매일 접하고 강조한 탓에 제목만 봐도 식상한 청소행정 뉴스에서 참신한 이야깃거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구청장 김현기)에서 전자우편으로 날아온 보도자료 한 건이 기자의 시선을 붙잡았다.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봉투를 뜯어서 건강검진을 해 ‘비만’ 여부를 파악했단다. 체지방이 늘어나면 체질량지수가 올라가는 것처럼 종량제봉투로 배출되는 쓰레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이 과다하게 포함돼 있으면 경고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런 기법을 기반으로 강남구는 지난 6개월(2~7월)간 생활인구가 4% 늘었음에도 생활쓰레기를 1052t 줄이고 재활용품을 905t 늘리는 성과를 냈다. 이런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한 담당자는 강남구 자원순환과 김준영 주무관이다. 서울&은 지난 4일 강남구 율현동 강남환경자원센터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원회수’에 대한 문제의식이 참신하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 중인 자원회수시설의 소각 용량으로는 시 전체 폐기물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 강남구가 선도적으로 폐기물 감축 작업에 나섰다. 우리 구는 25개 구 중 두 번째로 정주 인구가 많고 쓰레기 배출량도 연 8만669t(2025년 기준)에 달한다. 최근 강남구는 정주 인구뿐 아니라 생활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점검해보니 상반기 대비 4%가 늘어 자치구 중 가장 증가폭이 크다. 사람이 늘면 폐기물도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강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개발과 지티엑스(GTX) 개통으로 생활 인구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당연히 쓰레기도 늘어날 것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종량제봉투에 담겨 혼합 배출되는 재활용 가능한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의 비율이 약 25%다. 분리회수만 잘해도 소각 용량 초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남구가 단순히 ‘줄이기’에서 더 나아가 ‘건강하게 관리하기’로 정책을 고도화한 이유다. 지난해 구는 버려질 뻔한 폐비닐 304㎏을 분리 회수함으로써 전년(2024년) 대비 26.1%를 추가 자원화했다. 강남구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종량제봉투 내 혼합 배출되는 재활용품의 자원화를 위한 인식개선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
‘폐기물 비만도’라는 개념을 고안한 배경은?
“강남구의 생활폐기물은 종량제(혼합 배출) 폐기물 약 40%, 재활용품 약 30%, 음식물류 폐기물 약 30%다. 종량제봉투를 뜯어보면 내용물 중 13%가 비닐이다. 비닐은 열분해하면 기름을 뽑을 수 있는 등 고품질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인데 분리회수가 안 되면 그냥 태워진다. 그걸 보면서 쓰레기를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람으로 치면 ‘살을 뺀다’가 아니라 체성분과 체질, 지방을 관리하자는 의미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건강도’를 측정하고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원순환과로 배치되기 전 체중이 지금보다 20㎏ 더 나갔다. 1년간의 노력으로 20㎏이 빠졌는데 예전 식습관으로 돌아가자 10㎏이 다시 찌며 ‘요요’를 겪었다. 이때 살을 빼는 것 못지않게 몸을 건강하게 유지·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아이디어를 자원회수 정책으로 승화시켰다.”
‘혼합배출지수’ 관리 방법을 소개하면?
“대사증후군 판단 기준인 체질량지수(BMI)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평가지표를 혼합배출지수(MRI, Mixing Recyclables with garbage Index)라고 해서, 종량제봉투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총량을 폐기물 총량(종량제+재활용+음식물류)으로 나눈 값이다. 이 값이 30 미만이면 ‘건강’, 30~35 미만은 ‘주의’, 35~40 미만은 ‘경계’, 40 이상은 ‘비만’으로 평가한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 10년간 주의→비만→주의를 거쳐 지금은 ‘경계’ 수준을 보인다. 종량제로 버려지는 재활용 가능한 것을 분리 회수하면 MRI 지수가 낮아지게 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함축된 메시지가 정책 효과를 높이겠다.
“주민들은 폐기물, 분리배출 관련 용어를 어렵게 느끼고 연이은 분리수거 캠페인에 대한 피로감도 갖고 있었다. 오랜 기간 자원순환 문화 증진을 위해 각 기관이나 지자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크게 효과를 보기 어려운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이번 ‘폐기물 건강 관리’라는 콘셉트는 주민들에게 귀에 쏙 들어오고 자원회수 개념도 쉽게 이해되고, 눈에 보이는 평가관리로 주민 관심과 참여를 촉진해 정책 수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 사업은 지난 3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주최한 ‘2026 전국 지방자치단체 자원순환 워크숍’에서 서울시에서는 유일하게 우수 사례로 발표돼 전국 지자체들의 공감을 얻었다.”
강남구의 자원순환정책을 소개하면.
“‘줄이기’를 넘어 ‘건강하게 유지하기’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사업·인프라·제도·민간 협력 등을 망라한 범구민 인식개선 사업에 나서고 있다. 주민 참여 사업으로 폐비닐 분리배출을 인증하면 자원봉사 시간을 주는 챌린지를 진행해 주민 255명이 참여했다. 주민들과 함께 종량제봉투를 열어보는 행사를 열어 평가 후 성적표를 제공하고, 지난 4월에는 강남환경자원센터에 홍보관(웰쓰장)을 개관해 유아·청소년 등 3600여 명이 분리배출 교육에 참여했다.
강남구는 2013년에 선도적으로 재활용 선별장(강남환경자원센터)을 갖췄다. 오랜 경험으로 재활용품을 75%까지 골라낸다. 13년 운영 노하우의 성과다. 한 예로 투명 페트병과 비닐류는 목요일에 별도로 수거한다. 자원재생 품목 수거일을 다른 쓰레기 수거일과 달리해서 주민들이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결과적으로 분리배출 성과도 높아졌다. 주민들이 관심 갖는 과태료 통보문도 음식물, 비닐, 플라스틱, 종이, 캔고철, 유리병, 불연물 등 위반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시해 각인시켰다.
지난해부터는 폐비닐 전용봉투 180만 장을 관내 소규모 상가에 배포했고, 현대백화점과 협업해 폐비닐을 열분해하여 자원순환 봉투로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만들었으며, 폐비닐을 가져오면 종량제봉투로 보상해주는 ‘거점 수거 보상제’ 역시 높은 호응에 힘입어 올해 정규 편성했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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