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트럼프는 우리 리더" 막 오른 전당대회… 행사장엔 빈 자리
지지자 "우리가 이뤄낸 것들 많아"
시작까지 2만 석 못 채운 행사장
민주, '이웃사랑' 행사로 조용한 맞불

“트럼프는 우리의 리더입니다. 그가 전면에 나서는 건 당연합니다.” 공화당 전당대회 첫째 날인 9일(현지시간) 오후, 반듯한 정장 차림의 공화당 지지자인 메리 베스(50)는 마치 슈퍼스타의 공연을 보러 가는 듯 설레는 표정이었다.
댈러스 도심의 한 호텔에서 전당대회 장소인 아메리칸항공센터로 향하는 무료 셔틀 버스에서 만난 그는 '트럼프 쇼'라는 평가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임무(duty)"라고 했다. 언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나서는 모습에 공화당조차 반감이 있다는 식의 기사에 대해선 불쾌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너무 억지스런 평가”라며 “전면에 나서는 것 자체가 그의 책임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도착하자 전국 각지에서 온 지지자들은 반짝이는 카우보이 모자나 붉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섰다. 행사장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국가가 울려 퍼지자 지지자들이 일제히 오른손을 가슴에 얹었다. 38도를 웃도는 땡볕에도 인내심 있게 줄 서서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행사장 정문 앞에는 전당대회 조형물이 설치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새겨진 재킷, 티셔츠 등 각종 기념품 상점도 열렸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 기사에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신을 텍사스 토박이라고 소개한 로셸 브룩스는 “언론에 의해 필터링되지 않은 대통령의 메시지, 공화당의 메시지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녀는 “이번 전당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펩 랠리(pep rally·사기 진작 응원집회)’라고 부르고 싶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이뤄낸 일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장애물과 그걸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오른 데 대해서도 대의를 위해 감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50대 남성 케빈 테일러는 "분명 어려운 시기"라면서도 "불의에 눈 감는 것보다 끝까지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전당대회는 공화당의 기대만큼 흥행에 성공하진 못한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하기 때문에 경비가 삼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날 오후2시부터 전당대회가 시작한 오후4시까지 행사장 주변은 그리 붐비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당대회가 공식 시작됐을 때도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메리칸항공센터 내 1·2층을 제외한 3·4층은 빈 자리가 눈에 띄었다. 주최 측도 최근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일반 참석자용 무료 입장권을 많이 배포했지만 만석을 만들지는 못했다. 댈러스의 한 카페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민주당도 싫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하는 일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아 공화당 전당대회에 주변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텍사스주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이지만 댈러스에선 민주당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특히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켄 팩스턴 공화당 후보와 초접전 구도를 펴고 있는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 캠프는 공화당 전당대회 장소에서 11㎞ 떨어진 장소에서 '이웃사랑 식료품 기부' 행사를 열었다. 캠프는 기독교 신앙과 정치 메시지를 결합한 'Love Thy Neighbor(네 이웃을 사랑하라)' 캠페인을 진행하며 전쟁과 물가 상승으로 힘들어 하는 유권자들을 파고 들고 있다.
탈라리코의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행사장에 나온 로리 웨스트브룩스는 "텍사스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정말 큰 사건이 될 것"이라며 "공화당 전당대회는 그저 대형 환호 파티일 뿐 거기서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물가 문제에 대해선 "기름값 문제를 넘어서 전쟁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끔찍한 발상이자 잔인한 짓"이라며 "전혀 사려 깊지 못하고 불필요했으며 단지 트럼프의 자존심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댈러스= 김현빈 특파원 hbkim@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만 주주 울린 김승원 '전화 한 통'?… "2억 날리고 가정마저 휘청"-경제ㅣ한국일보
- '故 장제원 아들' 노엘 "0.063이니 택시 탈게요"… 음주운전 논란 후 달라진 근황-사회ㅣ한국일보
- 용혜인만이 아니었다…이재명 기본소득위에 포진한 ‘김길오 네트워크’-정치ㅣ한국일보
- 이혼 소장에 적힌 은신처 주소 찾아가... 자녀 앞에서 아내 살해한 30대 공무원 송치-사회ㅣ한국
- 황정음 "통장에 500원 있었는데… '하이킥' 하면서 몇십 억"-문화ㅣ한국일보
- 김승원 배우자 '조합 기부금' 어디로...94%가 '자체 운영경비'로 쓰였다-정치ㅣ한국일보
- '100억 탕진' 서인영 "한 달에 2억씩 썼더니…"-문화ㅣ한국일보
- 靑 "이 대통령 '임기 제한' 발언은 연임 안 한다는 뜻… 조만간 의사 표명"-정치ㅣ한국일보
- 트럼프가 '콕' 집어 보낸 '파병 위시리스트'… 한미, 7월 말부터 협의-정치ㅣ한국일보
- 작년 '법카' 유흥업소서 5516억 긁었다… 룸살롱에만 3026억-경제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