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재선충병 청정지역도 뚫렸다…울긋불긋 말라 쓰러진 강원 산림

양지웅 2026. 9. 1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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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칠전동과 신동면에 걸쳐 있는 춘천 드름산.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촌의 산림 곳곳에도 재선충병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 역시 재선충병이 창궐해 산림이 망가졌었다.

시 산림 당국은 재발을 막고자 여기에 침엽수 대신 자작나무와 상수리나무, 마가목, 산딸나무, 헛개나무 등 묘목을 심어 수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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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톱 굉음에 벌거벗은 침엽수림…수도권 인접한 영서 내륙 피해 확산
도내 피해목 82% 춘천에 집중…"선제적 방재 아쉽다" 늑장 대처 지적도
춘천 드름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현장 [촬영 양지웅]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춘천시 칠전동과 신동면에 걸쳐 있는 춘천 드름산.

해발 357m의 낮은 산이지만 의암호와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 명소로 꼽히며 시민들은 물론 여러 등산객으로부터 사랑받는 곳이다.

10일 송암동을 지나 이곳을 찾았을 때 시원한 초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대신 시끄러운 전기톱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

눈을 들어 산을 바라보니 곧게 뻗은 잣나무가 이내 힘없이 바닥으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 벌채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이었다.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에 기생하는 선충(1㎜)의 일종으로 나무 조직 내에 수분, 양분 이동통로를 파괴해 감염 1년 안에 소나무를 말려서 죽이는 해충이다.

가해 대상은 소나무·해송·잣나무·섬잣나무로, 현재까지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감염될 경우 100% 고사하게 된다.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침엽수들 [촬영 양지웅]

숲 일대는 재선충병에 걸린 나무들로 울긋불긋 물들어 있었다.

재선충병을 모르는 행인이 본다면 '올해는 단풍이 이르네'라고 오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드론을 띄워 산등성을 살폈을 때 상황은 더 심각했다.

벌목 현장 일원은 이미 민둥산으로 변했고, 남춘천과 홍천 방향으로 병에 걸려 말라 죽어버린 나무들이 확산한 모양새였다.

다행히도 의암호 너머로 서면 일원의 산림은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산림 당국이 수종 전환 작업을 마쳤다는 남면 가정리로 향했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강촌의 산림 곳곳에도 재선충병의 흔적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가정리 산 50번지 일원에 다다르자 헐벗은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재선충병이 휩쓴 지역서 산림 수종 전환 [촬영 양지웅]

멀리서 볼 때는 민둥산 같았지만, 직접 올라가 보니 곳곳에 침엽수 그루터기가 남아있었다.

춘천시가 작년부터 15.6㏊ 면적에 소나무와 잣나무 7천여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이곳 역시 재선충병이 창궐해 산림이 망가졌었다.

시 산림 당국은 재발을 막고자 여기에 침엽수 대신 자작나무와 상수리나무, 마가목, 산딸나무, 헛개나무 등 묘목을 심어 수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산림 곳곳의 말뚝이 꽂힌 자리에 작은 묘목이 심겨 있었다.

주민들은 시의 대처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수종 전환지 바로 아래 사는 황달중(61) 씨는 "5년쯤 전부터 말라 죽는 나무들이 점점 번지는 것이 보였는데, 초반부터 방제에 예산을 과감히 투자했다면 숲을 잃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게 됐으니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강원지역 재선충병 피해의 대부분은 춘천에 집중됐다.

도에 따르면 올해 도내 감염목 3만9천683그루 중 3만2천736그루(82.5%)가 춘천에서 발생했다.

재선충병에 베어진 침엽수 [촬영 양지웅]

춘천 광판리를 지나 홍천 인근으로 향할 때도 재선충병에 말라가는 나무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국내 대표 잣 생산지인 홍천에도 재선충병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잣 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도내 18개 시군 중에는 11개 시군에서 감염목이 발견됐는데, 춘천·원주, 홍천, 횡성 등 영서 지역 4개 시군은 반복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횡성군에서 피해가 집중된 서원면 석화리 역시 산맥을 따라 말라죽은 나무들이 즐비했다.

유원지로 유명한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에서도 감염목을 베어내는 전기톱 소리가 근처 하천까지 울렸다.

석화리, 간현리 모두 경기 양평군과 인접한 산림이라 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매개충의 밀도가 증가하고 소나무류 생육 여건이 나빠져 재선충병 피해 발생이 점차 집단화·규모화하는 까닭이다.

원주 간현리 덮친 재선충병 [촬영 양지웅]

특히 피해가 집중되는 춘천지역은 국비 확보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춘천시의회는 최근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심사하면서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국비와 도비 확보 필요성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시는 산림청 특별 방제 구역 지정을 추진하며 산림이 국가 차원의 방제 벨트에 속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재진 시 산림과장은 "치료제가 없는 재선충병은 고사목 베어내기로 방제에 의존하고 있는데, 그 기간도 8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로 제한됐다"며 "특별 방제 구역 지정과 예산 확보로 피해 확산을 막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단풍처럼 물든 재선충병 감염목들 [촬영 양지웅]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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