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접는 폰’ 공개하자···삼성 “우리가 남긴 거 재탕” 온라인 디스전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이윤정 기자 2026. 9. 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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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X 갈무리

애플이 첫 폴더블 아이폰 ‘아이폰 듀오(iPhone Duo)’를 9일(현지시간) 공개하자 경쟁사들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삼성전자였다. 삼성 모바일 미국 공식 엑스(X) 계정은 폴더블폰의 원조는 삼성임을 강조하며 재치있는 온라인 디스전을 시작했다.

이날 삼성 계정은 애플의 신제품 공개 직후 “우리가 남긴 음식 재탕 끝내면 알려줘(Let us know when you‘re done reheating our leftovers)”라는 글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수년 전부터 폴더블폰을 만들어왔는데 애플이 뒤늦게 비슷한 제품을 내놓았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비꼰 것이다. 삼성은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내놓은 뒤 폴더블폰 시장을 키워왔다.

그런데 삼성의 도발은 이어졌다. “또 기다리라고? 우린 3가지로 접고 있을게”라는 멘트도 남겼다. 애플이 이제야 폴더블폰을 공개한 것에 반해 삼성은 이미 트리폴드까지 내놓은 상황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도 소환했다. 애플이 ‘듀오(Duo)’라는 이름을 붙인 것을 두고 듀오링고가 자신들의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상황에 반응하며 “남 일 같지 않다”는 취지의 농담을 던진 것이다. 애플의 신제품 이름인 ‘듀오’가 기존에 다른 기업과 제품에서 이미 사용돼온 이름이라는 점도 함께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또 삼성 계정은 “다채로웠나? 신났나? 에 모두 “노(No)”라고 답하면서 “결국 예상대로였나?”라는 질문에는 “예스(Yes)라고 했다. 이어 ‘이제 갈아탈 때’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결국 삼성의 접는폰을 따라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간) 회사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하고 있다. 애플 신제품 공개장면 갈무리

애플은 이날 첫 폴더블 아이폰인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펼치면 7.6인치 화면을 제공하는 책 형태의 폴더블폰으로, 가격은 1999달러부터 시작한다. 폴더블폰이라는 제품군 자체는 이미 삼성·구글·모토로라 등 여러 업체가 수년 전부터 내놓았지만, 애플은 이번에 처음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의 반응이 특히 거칠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은 애플보다 약 7년 앞서 폴더블폰을 상용화했고, 이후 갤럭시 Z 폴드와 Z 플립 시리즈를 거듭 내놓으며 제품을 다듬어왔다. 반면 애플은 시장이 형성된 뒤에도 오랫동안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았다. 아이폰 듀오가 공개되자 해외 매체들도 삼성 등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먼저 선보인 기능과 디자인을 애플이 뒤늦게 가져왔다는 점을 비교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단순히 화면이 접힌다는 것만으로는 폴더블폰의 완성도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폰 듀오의 얇은 두께와 힌지, 디스플레이, 운영체제 최적화 등을 앞세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폴더블폰을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쟁에서 관전 포인트는 누가 먼저 접었느냐보다, 후발주자인 애플이 시장의 기준 자체를 바꿀 수 있느냐에 있다.

이처럼 경쟁사가 경쟁사를 직접 겨냥해 농담을 던지는 ‘브랜드 간 티키타카’는 최근 SNS 마케팅에서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광고처럼 제품의 장점을 일방적으로 설명하기보다 경쟁사의 신제품이나 화제에 재치 있게 끼어들어 소비자들의 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삼성과 애플처럼 이미 오랜 경쟁 구도가 형성된 브랜드가 주고받는 농담은 제품 자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두 브랜드의 관계와 경쟁 구도를 단숨에 각인시킬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과 뉴욕대 등의 연구진이 2025년 경쟁 브랜드 간 ‘라이벌 구도’를 활용한 마케팅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단순한 경쟁사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미 경쟁 관계를 인식하고 있는 ‘진짜 라이벌’을 언급한 브랜드 메시지가 경쟁자를 언급하지 않은 메시지보다 소비자 참여와 구매 의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를 ‘라이벌 언급 효과’라고 이름지었는데, 특히 경쟁사를 공격하더라도 적대적이기보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표현할 때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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