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엘베 없으면 입주 포기해야”…취약계층 주거지원법 제정 추진

이혜원 기자 2026. 9. 1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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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여서 거동이 불편했던 형님은 4층의 넓은 집이 아닌 2층의 좁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던 거죠. 형님은 만약 2층에 선택지가 없었다면 당첨을 취소하고 고시원에 계속 살아야 했습니다."

박용수 씨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 당첨 당시 입주 자격 1순위였던 지인이 넓은 집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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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오른 지난 8월 3일 서울의 한 쪽방촌에서 어르신이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암 환자여서 거동이 불편했던 형님은 4층의 넓은 집이 아닌 2층의 좁은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던 거죠. 형님은 만약 2층에 선택지가 없었다면 당첨을 취소하고 고시원에 계속 살아야 했습니다.”

박용수 씨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 당첨 당시 입주 자격 1순위였던 지인이 넓은 집을 포기해야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박 씨는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제가 아는 주거취약계층 상당수는 장애인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이들은 임대주택에 당첨돼도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입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매입임대주택 중 승강기 설치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임대주택 평형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 씨는 “제가 살던 곳이 16㎡(5평)이고 형님 집은 4평이 안 되는 것 같았다”며 “집이 너무 좁아서 세탁기 둘 자리가 없었다. 속내의는 손빨래하고 바지나 겉옷, 이불 등은 모아 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세탁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 승강기 부족하고 대기 길어…공공임대의 현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판잣집·비닐하우스·고시원·숙박업소 객실 등에 거주하는 가구는 2017년 36만9501가구에서 2022년 44만3126가구로 증가했다. 2025년 주택총조사 기준으로는 약 55만 가구다.

공공임대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입주까지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문제도 나타났다. 서울 중구 중림동의 고시원에 거주 중인 정동호 씨는 “1년이 넘는 기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 대기 번호는 88번에서 고작 80번으로 줄었다”고 토로했다.

쪽방촌 거주 주민도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촉구했다. 현재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에 사는 오중찰 씨는 “쪽방은 1평짜리 감옥”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숨 쉬고 살아갈 최소한의 ‘집’다운 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4년 12월 18일 오전 서울의 한 쪽방촌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뉴시스
● 주거취약계층 공급 물량 법으로 정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사례들을 통해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됐다. 제정안에는 기존주택 매입임대·전세임대주택 각 공급물량의 30%, 건설임대주택 신규 및 재공급 물량의 3%를 주거취약계층용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아울러 지원대상자의 연령, 건강, 희망 지역 등 특성을 고려해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토론회를 개최한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법은 우리나라의 주거권을 신장시키는 중요한 법안”이라며 “주거취약계층이 누구인지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의 주거상향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법적 책무로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적정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상담부터 주택 물색, 이주비와 보증금 지원, 입주와 정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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