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낭비 잡는 AI 분전반…에너지연, 선도전기에 기술이전

[수소신문] 건물 내 전력 사용량을 회로별로 분석해 에너지 낭비 지점을 스스로 찾아내는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분전반 기술이 개발돼 산업 현장 적용에 나선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은 김종훈 에너지ICT연구단 책임연구원(UST 교수) 연구진이 개발한 AI 기반 지능형 분전반 기술 '뉴로패널(NeuroPanel)'을 전력기기 전문 제조기업 선도전기㈜에 이전하고 지능형 분전반 공동 개발에 나섰다.
분전반은 건물로 공급되는 전력을 조명, 냉난방, 콘센트 등 각 회로로 나눠 보내는 설비다.
분전반의 전력 사용량을 계측하면 건물 내부에서 어느 곳에 얼마나 많은 전력이 사용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건물 에너지 관리는 주로 건물 전체 또는 메인 차단기 단위의 계측에 머물러 있다.
분전반 내부 수십 개 회로에 각각 계측기를 설치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고 회로별 용도를 파악하는 것도 관리자의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따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퇴근 이후에도 켜져 있는 조명이나 사람이 없는 공간의 냉난방 등 일상적인 에너지 낭비 요인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에너지연 연구진이 개발한 뉴로패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전반에 소형 AI 장치를 적용한 기술이다.
별도의 계측기를 각 회로에 설치하지 않고도 메인 차단기에서 수집되는 전력 데이터를 분석해 하위 회로별 전력 사용량을 분리하고 회로별 사용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뉴로패널의 핵심 기술은 '부하분리'다.
여러 악기의 소리가 섞인 합주에서 각각의 소리를 구분하는 것처럼 하나의 전력 데이터에 섞여 있는 하위 회로별 사용량을 AI로 분석해 분리해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각 회로에 별도의 계측기를 설치하는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회로별 전력 사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뉴로패널은 회로별 에너지 사용 용도를 자동으로 인식하고 향후 사용 패턴을 예측하는 기능도 갖췄다.
또한 회로별 중요도를 판단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한 지점을 관리자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형 장치에서 AI를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스파이크 신경망(SNN·Spiking Neural Network)' 기술도 적용했다.
SNN은 전력 데이터에서 변화가 발생하는 지점인 스파이크를 중심으로 연산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인 신경망에 비해 추론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약 54%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기존 건물에 대한 적용성도 높였다.
뉴로패널은 기존에 설치돼 있는 전력량계와 연계해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대규모 전력설비 교체 없이도 기존 건물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에너지연 본원 2개 건물을 대상으로 1년간 수집한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뉴로패널의 적용 가능성을 평가했다.
그 결과 기존 설비 대비 약 15%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뉴로패널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산업계와 연구기관 간 협력도 본격화된다.
기술을 이전받은 선도전기㈜는 수배전반 등 전력기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기업으로 에너지연 연구진과 함께 뉴로패널을 적용한 지능형 분전반의 제품화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이전은 연구 단계에 머물던 AI 기반 에너지 관리 기술을 실제 전력기기 제품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별도의 대규모 설비 교체 없이 기존 전력량계와 연계할 수 있어 노후 건물과 기존 상업·공공시설의 에너지 관리 고도화에도 활용 가능성이 기대된다.
김종훈 에너지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이전은 도전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연구가 산업 현장과 만나는 출발점"이라며 "단순히 전기를 나눠 보내던 분전반이 스스로 에너지를 관리하는 지능형 설비로 진화하면 건물 에너지 절감과 탄소중립 실현, 국내 전력기기 산업의 AI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연 문샷(Moonshot) 과제를 통해 수행됐다. 연구진은 아직 시작품 단계인 기술을 산업 수요기업과 조기에 연계해 기술 완성도와 현장 적용성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