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아픔 걱정하고 보호자 고충까지 헤아려주신 선생님[고맙습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체중 50㎏ 아래를 변함없이 고수하는 나를 보며, 재치와 유머를 겸비한 친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어느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라는 것이다.
"엄마가 한 번쯤은 예라고 대답해 드려야 원장님도 힘이 나고 보람을 느끼시지 않겠어요?" 그 말이 굵은 여운을 남겼다.
그렇지만 이 병원에서는 보호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빈 침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누구 하나 언짢은 기색 없이 환자와 보호자를 대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체중 50㎏ 아래를 변함없이 고수하는 나를 보며, 재치와 유머를 겸비한 친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난 부모님의 맏물 작품이고, 너는 재료가 부실한 끝물 작품이니 서로 견주지 마라”는 씁쓸한 논리에 앙천대소하곤 한다. 이 나이 먹도록 고뿔쯤이야 수시로 앓았지만, 크게 아파 병원 신세를 진 적은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화장을 하거나 멋을 부리는 일에도 인색해졌고, 그런 곳에 시간을 투자하지도 않았다. 근사한 노인이 되는 일이야 노력 없이 될 리 없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관점으로 보는 시시한 늙은이는 면하고 살아가자는 것이 나의 생활신조다.
어느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나 편한 대로 헐렁하게 살 수 있어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는 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라는 것이다. 따분하거나 무료해질 때면 “맞아! 바로 이거야!” 하며 무릎을 탁 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평소 부실했던 한쪽 무릎이 갑자기 균형을 잃었다. 그대로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순간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설마, 별일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사나흘을 버티다가 지인의 추천으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척추전방전위증에다 척추 2번 골절까지 발견된 것이다.
즉시 입원했고 나흘 후 수술을 받았다. 무통 주사까지 맞았지만 통증은 심했다. 무엇보다 앉을 수가 없으니 밥을 먹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한술 먹다가 눕고 때로는 서서 한술 뜨기도 했다. 도저히 먹지 못하고 상을 그대로 물리는 날도 있었다.
최선을 다해 수술하고 치료해 주셨겠지만, 회복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좀처럼 차도가 느껴지지 않아 마음도 지쳐갔다. 그때마다 심혈을 기울여 치료해 주시던 원장님께서는 아침, 저녁 회진 때마다 온화한 미소로 물으셨다. “이젠 좀 나았지요?” 또는 “이제는 안 아프지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안에는 환자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는 원장님의 진심이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었으리라. 그러나 나는 한 번도 명쾌하게 “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딸은 내게 말했다.
“엄마가 한 번쯤은 예라고 대답해 드려야 원장님도 힘이 나고 보람을 느끼시지 않겠어요?” 그 말이 굵은 여운을 남겼다.
어느 날은 수술이 늦게 끝나 수술복 차림 그대로 회진을 오신 원장님을 보게 되니 댕강한 바지 길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환자를 안심시키려 애써 지으시는 미소와 눈빛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다. 원장님은 알려진 의술의 권위만큼이나 자비심 또한 남다른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병원을 가도 비어 있는 환자 침대를 보호자가 이용하도록 선뜻 배려해 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병원에서는 보호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빈 침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고, 누구 하나 언짢은 기색 없이 환자와 보호자를 대했다. 원장님 이하 모든 직원이 한결같이 친절했다.
내게는 치매 판정 6년 차 중증 남편이 있다. 평소 돌보던 내가 갑자기 입원하게 되자, 딸의 일상을 잠식해 버렸다. 딸은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는 아버지를 위해 조기 퇴근해 씻겨드리고 저녁을 챙겨드린 뒤,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남편의 식사를 챙겨 함께 먹고, 아버지를 지키느라 사로잠으로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아버지 식사를 챙기고 센터에 보내드린 뒤 출근했다. 점심시간에는 병원으로 달려와 엄마인 나를 간병했고, 병원에서 자는 날이면 아침 6시부터 집으로 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나날이었다. 한 번은 낮에 잠깐 잠든 딸의 모습을 원장님께서 보시게 된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무척이나 죄송했다. 나를 돌보느라 지친 딸까지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 힘든 날들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원장님의 세심하고도 크나큰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나는 갑옷 같은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다. 평범했던 일상마저 누리지 못한 채, 한여름의 혹서를 견뎌내고 있는 “찌질한 노인”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글로 전하고 나니, 병고로 한동안 피폐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영재 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환자의 아픔을 깊이 걱정하고 보호자의 고충까지 헤아려 주시는 그 따뜻한 마음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원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병원의 무궁한 발전을 빕니다.
이석련(시조시인)
△ 이메일 : phs2000@munhwa.com
△ 카카오톡 : 채팅창에서 ‘돋보기’ 클릭 후 ‘문화일보’를 검색. 이후 ‘채팅하기’를 눌러 사연 전송
△ QR코드 : 라이프면 QR코드를 찍으면 문화일보 카카오톡 창으로 자동 연결
△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진중권 “국힘 의원 100명 넘는데 한동훈만 못해”
- [속보]권혁빈, 재산분할 2조5천억…최태원 넘어
- [단독] ‘김승원 의혹’ 공익신고자, 3년전 살해협박에 신변보호 받았다
- 개그맨 이혁재, 인천서 음주운전 사고…“휴대전화 줍다가 사고 냈다”
- [속보]최태원, 노소영 분할액 9440억 가운데 7000억은 수용
- “병영 생활 잘 하면 병장 대신 하사 달고 제대”…육군, 우수 예비역 병장 ‘예비역 하사’ 임
- [속보]부산서 아파트 창호 교체 중 4명 추락…사다리차 기울어
- ‘임신 9주 이하 허용’ 낙태약 도입…대통령 지시 두 달만
- 與, 김승원 관련 모든 증인 거부… 청문회 무력화
- 피 철철 흘리며 쓰러진 아내 두고 테니스치러간 남편…2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