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4대에 실은 ‘현악사중주’… 음악과 기계음 경계 허물다[박찬이의 올댓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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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음악가들이 각자 방에서 한 파트씩 연주한 영상을 자주 봤다. 트리오 소나타라면 세 명이, 현악사중주라면 네 사람이 따로 연주했다.
그는 투명한 헬리콥터 4대가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고, 각각에는 현악사중주 연주자가 타고 있었다고 했다.
현악사중주는 본래 네 사람이 서로 호흡을 읽는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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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첫선 이후 다시 재연
각각 하늘서 녹음후 합쳐 완성
악기소리와 굉음 뒤섞인 선율
두 세계의 충돌로 새음악 창출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음악가들이 각자 방에서 한 파트씩 연주한 영상을 자주 봤다. 트리오 소나타라면 세 명이, 현악사중주라면 네 사람이 따로 연주했다. 화면도 그에 맞춰 3∼4등분으로 나뉘었다. 녹음한 소리를 나중에 합친 것이지만, 근사하게 곡이 완성돼 있었다. 제아무리 코로나라도 음악적 합치는 막지 못했던 것.
그렇다면 반대의 시도도 가능할까. 일부러 연주자들을 떼어놓기. 그것도 각자 헬리콥터에 실어서. 독일 현대음악의 거장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1928∼2007)의 실험이다.
바이올린 두 명과 비올라, 첼로 연주자가 각각 다른 헬리콥터에 오른다. 네 대가 하늘로 떠오르면 연주가 시작된다. 악기 소리와 헬리콥터의 굉음은 지상으로 전송되고, 관객은 소음이 뒤섞인 선율을 듣는다. 제목도 무려 ‘헬리콥터 현악사중주(Helikopter-Streichquartett)’다.
1995년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이 최근 다시 하늘을 날았다. 지난 5일 독일 쇤하겐 비행장에서 도이체 오퍼 베를린 오케스트라 단원 네 명이 각각 헬리콥터에 탔다. 오는 19일부터 무대에 오르는 슈토크하우젠의 오페라 ‘빛의 수요일(Mittwoch aus Licht)’을 위한 것이었다. ‘헬리콥터 현악사중주’는 이 작품의 세 번째 장면이다.
슬슬 궁금해진다. 왜 헬리콥터일까. 현악사중주를 하늘에 띄워야 할 이유라도 있을까. 이 모든 것은 슈토크하우젠의 꿈에서 시작됐다. 그는 투명한 헬리콥터 4대가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고, 각각에는 현악사중주 연주자가 타고 있었다고 했다.
곡을 들어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이것은 회전날개의 진동음인가, 바이올린 활이 현을 신경질적으로 긁는 소리인가. 현악기의 날카로운 트레몰로와 기계음, 바람, 진동이 합쳐진다.
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이 다음일 수 있다. 평소라면 음악과 잡음으로 분리됐던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 악기와 기계 소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이것이 슈토크하우젠이 원했던 새로운 음악이 아닐까.
현악사중주는 본래 네 사람이 서로 호흡을 읽는 형식이다.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가 주고받는 대화는 하이든과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치며 가장 정교하고도 심오한 실내악 형식 중 하나가 됐다. 슈토크하우젠은 그 네 사람을 서로 보이지 않는 헬리콥터에 태웠다. 옆 사람의 기척도, 보잉도 볼 수 없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전자음악을 만들었고, 오케스트라를 공연장 곳곳에 나눠 배치해 입체 음향을 만들기도 했다. ‘헬리콥터 현악사중주’에서는 급기야 공간이 공연장 밖으로 향한다. 하늘까지도 음악의 일부가 된 셈이다. 그저 기인의 시도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분명 인상 깊은 장면이 있다. 네 사람은 서로 떨어져 있고, 사이에는 기계음과 카메라, 마이크와 공중의 거리가 있다. 그래도 모두는 결국 하나가 된다. 코로나 시절에도 우리는 비슷한 광경을 봤다. 여러 칸으로 갈라진 화면 속에서 단원들은 각자 다른 곳에 있었고, 소리만 모였다. 슈토크하우젠은 반대로 헬리콥터 네 대에 일부러 사람들을 흩어놓았다. 이 특이한 작품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음악은 창공에서도 연주될 수 있는가. 소음도 음향이 될 수 있을까. 진정한 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과 이미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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