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남이 짓고 직불금은 내가?”…소농 직불금이 부른 ‘위장자경’ 그림자

김선국 2026. 9. 1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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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농사는 다른 사람이 짓는데 땅주인이 자신이 농사짓는 것처럼 등록해 직불금을 받는 '위장자경'이 적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농업인을 돕기 위해 만든 직불금이 오히려 농지를 빌려주는 것을 막아 청년농이나 새로 농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의 농지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직불금과 8년 자경 시 양도소득세 감면 같은 혜택이 땅주인의 자경이나 위장자경을 유도해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의 농지 이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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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 인상분 임차료 반영 농업인 지주 38%·비농업인 20%
KREI “비농업인 소유 농지서 위장자경 만연 가능성 실증 확인”
소농 소유면적 1% 늘 때 임대차율 0.38%↓…청년농 농지 접근 저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실제 농사는 다른 사람이 짓는데 땅주인이 자신이 농사짓는 것처럼 등록해 직불금을 받는 ‘위장자경’이 적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농업인을 돕기 위해 만든 직불금이 오히려 농지를 빌려주는 것을 막아 청년농이나 새로 농사를 시작하려는 사람의 농지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농지임대차 시장의 수요·공급 분석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는 농업인이 소유한 농지보다 직불금 인상분이 임차료에 반영되는 비율이 크게 낮았다.

연구진은 땅주인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업경영체 데이터베이스(DB) 등에는 실제 경작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를 위장자경으로 봤다. 공식 자료만으로 위장자경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워 2018~2022년 농축산물생산비조사를 이용해 직불금이 오른 뒤 임차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분석했다.

농업인과 비농업인 땅주인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직불금이 1헥타르(ha)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라 1㎡당 100원이 늘었다고 가정하면 농업인 소유 농지의 임차료는 약 38원 올랐다. 직불금 인상분의 약 38%가 임차료에 반영된 것이다. 비농업인 소유 농지는 약 20원 오르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위장자경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봤다. 정상적인 임대차라면 직불금이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인에게 돌아가고, 그 혜택 일부가 임차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땅주인이 자신을 경작자로 등록해 직불금을 직접 받으면 직불금이 올라도 임차료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진다. 다만 비농업인이 직불금 제도 변화에 대한 정보를 늦게 접하는 영향도 일부 포함됐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직불금 인상분, 임차료에 얼마나 반영됐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

소농 직불금이 농지 임대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국 농지 임대차율은 2005년 37.6%, 2015년 37.1%에서 2020년 33.6%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소농이 소유한 농지 비중은 2010년 5.7%에서 2015년 7.0%, 2020년 9.0%로 높아졌다.

특히 2020년에는 소농 소유면적이 1% 늘어날 때 농지 임대차율이 0.38%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2020년 도입된 소농 직불금이 농지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대신 직불금을 받기 위해 직접 경작자로 남으려는 유인을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런 현상은 농지를 사기보다 빌려야 하는 청년농이나 신규 농업인에게 불리하다. 특히 땅값이 비싼 도시 근교에서는 임대 농지가 줄어들수록 농사를 시작하거나 규모를 늘리기가 더 어려워진다. 연구진은 직불금과 8년 자경 시 양도소득세 감면 같은 혜택이 땅주인의 자경이나 위장자경을 유도해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의 농지 이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광석 KREI 연구위원은 고령농이 농지은행에 장기간 농지를 빌려줄 경우 직불금 일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농지연금 혜택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직불금을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농사를 짓는 대신 합법적으로 농지를 빌려줄 유인을 만들자는 취지다. 농지대장과 직불금 통합관리시스템,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를 연계해 실제 경작자 확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채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비농업인 소유 농지에서 직불금의 임차료 귀속 효과가 매우 낮게 나타난 것은 농업 현장에서 위장자경이 많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며 위장자경이 확인되면 직불금을 환수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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