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 연봉 제안도 못 붙잡았다…AI 스타 연구자들, 빅테크 잇단 이탈

이규화 2026. 9. 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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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산업에서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상 패키지를 앞세운 'AI 인재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작 막대한 돈을 받고 빅테크에 합류한 핵심 연구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털록은 메타로부터 최대 15억달러(약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안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이탈은 실리콘밸리 AI 인재 경쟁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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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인재는 돈만으로는 잡아둘 수 없다
경쟁력, 결국 극소수 최고 인재 여부로 결정
인재 쟁탈전 치열해지며 몸값도 천정부지
최고급 인재들은 자신만의 연구 철학 중시


메타 AI. 로이터 연합뉴스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천문학적인 연봉과 보상 패키지를 앞세운 ‘AI 인재 쟁탈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정작 막대한 돈을 받고 빅테크에 합류한 핵심 연구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AI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 앤드루 털록(Andrew Tulloch)이 메타를 떠난다고 보도했다. 특히 털록은 메타로부터 최대 15억달러(약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안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이탈은 실리콘밸리 AI 인재 경쟁의 이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털록은 AI 연구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재다. 그는 메타에서 약 11년간 근무한 뒤 2023년 오픈AI로 옮겼고, 이후 미라 무라티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한 AI 스타트업 ‘싱킹 머신스 랩’의 공동창업자로 활동했다.

메타는 AI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시 그를 영입했고, 거액의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핵심 연구자로 확보했다. 하지만 합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회사를 떠나게 됐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례가 주목받는 이유는 반드시 거액의 보상이 인재를 붙잡아두는 데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전문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최고급 연구자들을 영입해왔다. 연구자 한 명에게 수억~10억달러를 넘어서는 보상까지 제시하는 ‘AI 인재 전쟁’은 흔한 일이 됐다.

최근 AI 업계에서는 인재들의 이동 자체가 하나의 산업 지형을 형성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싱킹 머신스 랩의 공동창업자였던 배럿 조프는 구글에 합류해 강화학습과 사후학습 분야 연구를 맡게 됐고, 동료 루크 메츠는 메타로 이동했다. 구글 역시 AI 조직에서 핵심 인력의 이탈과 재편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몸값 상승에 따른 이직’과 다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AI 연구를 수행했던 제이컵 콕슨은 지난 8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을 떠나면서 AI 업계 자체와 결별했다.

그는 AI 기업들이 자기개선이 가능한 AI 모델 개발 경쟁에서 지나치게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AI 핵심 인재의 이탈에는 더 높은 보상을 찾아 떠나는 경우뿐 아니라 AI 개발의 방향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자들의 문제의식도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AI 산업의 독특한 인력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최첨단 AI 연구는 수천명의 개발자를 단순히 추가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 모델의 학습 구조와 추론, 강화학습, 데이터 처리 등 핵심 영역에서 독창적인 연구 역량을 가진 소수의 연구자들이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빅테크들은 이들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보상과 연구 자율성을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희소성 때문에 이들 연구자는 일반적인 기업 임직원보다 이동성이 훨씬 높다. 한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다른 빅테크로 이동하거나, 독립 연구자로 돌아가는 선택지도 충분히 열려 있는 것이다.

메타 입장에서는 털록의 이탈이 더욱 뼈아플 수 있다. 메타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AI 인재 영입을 주도하며 오픈AI·구글·앤트로픽 등에 뒤처진 AI 경쟁력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에이전트 등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AI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털록의 퇴사는 AI 인재 전쟁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WSJ는 짚었다. 빅테크가 아무리 거액을 제시해도 최고의 연구자를 영원히 묶어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AI 패권 경쟁이 GPU와 데이터센터, 모델 성능을 넘어 결국 인재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지만, 그 사람들조차 기업의 자산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연구 철학과 경력을 가진 독립적인 플레이어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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