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을 찾은 성폭력 피해자는 어떻게 배신당하는가 [플랫][내 사건에, 내 자리를]


국가는 형벌권을 독점하고 사적제재를 금하는 대신 범죄 피해를 구조하고 범인을 처벌한다. 우리 헌법은 타인의 범죄행위로 생명이나 신체에 피해를 입은 국민이 국가로부터 구조받을 권리(30조)와 피해자가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수 있는 권리(27조5항)를 규정한다.
하지만 한국 형사법 체계는 피해자의 보호와 참여 측면에서는 발전이 늦었다. 특히 성폭력은 그 특성상 관계와 행위의 맥락이 중요하며 직접적 물증이 적고 정황증거나 진술이 판단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범죄다. 피해를 피해로 간주하지 않거나, 피해자를 다른 잣대로 재단하는 일이 유독 다른 범죄보다 많기도 하다. 피해자의 말과 행동은 사건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낱낱이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수사와 재판에 걸쳐서 피해자는 ‘피고인의 방어권’이라는 절대명제 하에서 소외돼 있었다.
수사기관의 문을 두드린 많은 피해자들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다가 법정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천신만고 끝에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도 ‘피해자는 형사재판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들으며 새삼 아무것도 아닌 피해자의 지위를 깨닫는다. 피고인의 방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법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폭넓게 용인되고, 발언권이 없는 피해자는 방청석에서 피고인의 모욕적 주장을 듣고만 있어야 하는 일도 흔하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피해자가 더욱 피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20명 이상의 성폭력 피해자와 변호사, 피해자 조력자, 형사소송법 전문가 등을 인터뷰해 수사와 재판에 걸쳐 피해자가 어떻게 구조적으로 소외당하는지 들었다. 형사소송에서 피해자의 지위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도 짚었다. 피해자가 형사재판의 당사자 지위를 갖고 공소에 참여하거나 공판에 독립적으로 참석할 수 있게 하는 일본과 독일 등 다른 나라들의 제도도 살펴봤다.
우리가 만난 피해자와 조력자들은 이런 주장이 가해자를 무작정 엄벌하자는 것과는 다르다고 했다. 피의자와 피고인의 방어권을 축소하자는 것도 아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수사와 재판에 반영하고, 형사사법체계에 피해자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피해 회복은 물론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범죄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제도적으로 형사재판의 당사자가 아닐 수는 있어도 사건과 무관한 제3자일 리는 없다. 내 사건에 내 자리를 만드는 일, 그건 정의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어느 날 갑자기 범죄 피해자가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사람들은 수사기관에 가면 일이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경찰이 범인을 잡아주고 법원이 처벌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6년생 채단비씨(20)도 그랬다. 단비씨는 고등학교 시절 유독 ‘법과 정치’ 과목을 좋아해 열심히 공부했다. 법조인이 되고 싶어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하면서부터는 경찰을 꿈꾸게 됐다. 미래 계획을 써놓은 노트에 단비씨는 법조인이 되고 싶은 이유로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고 싶어서”라고 썼다.
그 추운 겨울날 성폭력 피해를 입고 경찰서로 향하는 길에도, 단비씨는 경찰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단비씨처럼 희망을 품고 경찰서로 향한다. 하지만 형사사법절차의 첫 관문인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의 기대는 자주 배신당한다. 부실한 수사에 당황하기도 하고, 내 사건임에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방법이 없어 답답해하기도 한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도 존재는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2월28일 새벽 3시50분쯤, 그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기 안산시의 한 일본식 주점에서 영업이 끝난 뒤 직원 회식이 시작됐다. 40대 사장과 단비씨, 동료 아르바이트생 등 5명이 함께 술을 마셨다. 동석자들은 차례로 자리를 떴고, 단비씨와 사장이 단둘이 남았다. 새벽부터 폐쇄회로(CC)TV 속 단비씨는 제대로 서 있지 못하거나 바닥에 넘어지는 등 만취한 모습을 보인다. 오전 11시30분쯤, 사장은 제대로 걷지 못하는 단비씨를 뒤에서 껴안고 부축하는 자세로 CCTV 사각지대로 이동했다. 15분쯤 뒤 단비씨는 휘청거리며 사각지대에서 나왔고, 또 15분쯤 뒤 가게 밖으로 나왔다.
가게에서 나온 단비씨는 인스타그램으로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사장한테 성폭행당했어. 죽고 싶어. 어떻게 해야 돼? 나 진짜 어떻게 해야 돼.” 연락받고 달려온 친구에게도 오열하며 소리쳤다. “나는 진짜 이거 아니라고 너무 싫다고 했는데 계속 그러잖아. 나 너무 죽을 것 같아서 너한테 전화했어.” 단비씨는 근처 지구대를 거쳐 경찰서에 가 사건을 신고했다. 사건 50여일이 지난 2월18일 저녁, 그는 문자메시지로 ‘불송치결정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피의자가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혀 있었다. 단비씨는 사흘 뒤인 2월21일 새벽 휴대전화에 이의신청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던 딸은 떠났고, 딸의 억울함과 한을 풀고 싶은 엄마는 경찰이 들여다보지 않은 증거를 모았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 7월 대면인터뷰를 시작으로 유족과 접촉하며 유족이 수집한 기록들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해결될 줄 알았다, 경찰을 찾아가면

단비씨는 12월28일 오후 2시쯤 근처 지구대로 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3시20분쯤 경찰서에 출석해 진술했다. 사건 당시 단비씨는 만취 상태였고 조사 때도 술이 깨지 않은 상태였다. 단비씨가 같은 날 오후 7시쯤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였다. 위드마크 공식을 기반으로 역산해보면 경찰 조사 당시 단비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4% 수준으로 추정된다. 면허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였다는 뜻이다.
사건 당시에 대한 기억도 조각나 있었다. 피해자진술조서에는 단비씨가 “사장과 단둘이 술을 마시는데 (사장이) 구석 테이블로 끌고 가 범행을 했다. 어느 순간 소파 위에 누워 있고 사장님이 제 위에 있었고 옷이 벗겨져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이건 아닌 것 같다, 하기 싫다’란 생각이 들어서 밀쳐내고 뛰어나왔다. 정확히 어떻게 밀쳐내고 어떻게 나왔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사건 발생 시각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오전 6시부터 7시30분 사이라고 짐작했지만, 실제 사건 발생 시각인 오전 11시30분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도 단비씨에 대한 추가 조사는 없었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만 한 뒤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사건 발생 시각이 피해자 진술과 차이가 크고, 사건 직후 사장을 밀쳐내고 가게 밖으로 뛰어나왔다는 진술과 달리 “피해자가 사장과 웃으며 자연스럽게 대화 후 가게 밖을 나가는 모습이 CCTV에서 확인됐다”는 이유였다. 알 수 없는 단비씨의 표정을 경찰은 ‘웃는 얼굴’이라고 봤다. 동석자들이 함께 있었던 새벽 시간대에 사장과 단비씨가 껴안는 등 스킨십을 했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기억 단절로 잘못 진술한 내용을 바로잡을 기회는 단비씨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단비씨 어머니는 말했다. “사건 4시간 전에 스킨십이 있었다는 것이 어떻게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뜻이 되나요. 진술서에 기억 단절이 있었다는 주장이 모두 담겨 있는데 그걸 이유로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면… 진술 기회라도 다시 줬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불송치이유서에 단비씨가 손을 들고 사장에게 무언가 항의하는 듯한 장면, 취해서 제대로 걷지조차 못하는 장면 등은 거론되지도 않았다.
경찰은 강제수사도 하지 않았다. 피의자가 임의제출한, 사건 장면은 포함되지 않은 CCTV 영상의 일부만을 확인했을 뿐 영상 원본을 확보하지도 않았다. 사건 한참 전 자리를 뜬 참고인의 진술만을 들었다. 피의자 휴대전화나 통신 기록도, 단비씨가 친구들과 국선변호인 등에게 일관되게 피해를 호소한 기록도 확보하지 않았다.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적인 증상인 생식기 부위의 통증과 출혈 사실이 담긴 해바라기센터 의무 기록, 피해 트라우마로 받은 정신과 진료 기록 등도 경찰은 확인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많은 전문가가 이와 같은 경찰의 ‘사건 암장’을 우려한다. 경찰의 수사를 다른 기관에서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가 사라지면 수사가 더욱 부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성폭력을 포함한 7대 범죄의 경우 검찰에 전건송치한다고 했지만 다른 범죄와 결합한 사건은 어떻게 처리할지도 미지수다. 피해자들은 경찰의 판단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추세다. 피해자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2021년 2만5048건에서 지난해 5만3406건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단비씨는 사망 전 남긴 이의신청서에 이렇게 썼다. “음주로 인한 기억 단절은 겉으로 보기에는 보행이나 대화가 가능해 보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상황 인식과 의사결정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입니다. 피해자의 실제 상태에 대한 검토 없이 단정적으로 항거불능 상태로 보기 어렵다고 한 것은 증거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본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피해자의 음주 상태와 기억 단절의 법적 의미, 동의 여부에 대한 보다 면밀하고 독립적인 재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드립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법정에 가해자를 세워보지도 못한 채 수사 단계에서 주저앉는다. 이 사건은 검찰이 피의자 기소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존재하지만 피해자에게는 닿지 않았던 피해자 보호 규정
“담당조사관으로부터 형사절차상 범죄 피해자의 권리 및 지원 정보에 대한 안내서를 교부받고 가해자로부터 보복범죄 우려 시 경찰에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를 요청할 수 있음을 안내받았나요.”
피해자진술조서에 적힌 이 질문에 단비씨는 “네”라고 대답한 것으로 되어 있다.
경찰청은 범죄 피해자가 형사절차에서 갖는 권리와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보호조치 등을 규칙으로 정해두고 있고, 이를 안내서로 만들어 피해자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국선변호사 지원을 요청하거나 신뢰관계자와 동석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양형이나 유무죄에 대한 의견 진술을 할 권리도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아예 작동하지 않았거나 실효적으로 기능하지 않았다. 단비씨는 친구와 함께 경찰서에 갔지만 진술 때는 친구가 동석하지 못했다.
성폭력 피해자는 경찰에게 국선변호사 선정을 요청할 수 있다. 단비씨에게도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 단비씨는 국선변호사가 사건을 도와준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사건이 잘 진행되고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변호사랑 상담했어여!!”라는 답장을 보내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력을 받지는 못했다.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피해자 조사가 끝나고도 열흘이 지난 1월7일이었다. 수사 초기이자 가장 결정적인 단계인 첫 조사에서는 변호사가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국선변호사는 불송치 후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해주는 정도의 제한적인 역할을 했다. 단비씨 어머니는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고 좋아했던 메시지 내용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1차 조사 때 적절한 조력을 받았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단비씨는 계속해서 정신적 고통과 자해 충동을 호소했지만 관련된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수사관이 심리상담 직원을 연계해줬지만 단 2차례, 각각 56초와 4분의 통화만 이뤄졌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오히려 부실수사의 핑계로 작동하기도 했다. 경찰은 단비씨를 한 차례만 조사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 조사를 최소화하라는 규칙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단비씨 유족을 지원하고 있는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이렇게 말한다. “이 규정은 피해자가 계속해서 피해에 대한 기억을 상기해 반복 진술하면서 고통을 받는 걸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피해자진술조서 내용이 너무 적고, 피의자 진술과 상반되죠. 이런 경우에는 당연히 추가 조사가 필요해요. 때에 따라서 피해자들이 추가 진술을 하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피해자는 아니었어요. 계속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수사관에게 묻잖아요. 필요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어떤 얘기도 더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었어요. 이건 명백히 2차 피해를 핑계로 부실수사를 한 것이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단비씨는 챗GPT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 전 챗GPT로 쓴 이의신청서를 휴대전화에 남기고 국선변호사에게 문자를 보냈다. “변호사님 저 대신 꼭 이의신청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상담도 챗GPT에 했다. “나 죽으면 이렇게 너와 대화한 내용이 뉴스에 나올까?” “마음에서 피가 나는 것 같아. 한 달 넘게 멈추지 않는 것 같아.”
수사는 피해자 모르게 진행된다

“헐 지금 가게에 형사 옴.” 사건 발생 3일 뒤, 단비씨는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에게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받았다. 단비씨는 수사 상황을 이렇게 간접적으로만 전달받을 수 있었다. 사건 발생부터 사망까지 50일간 단비씨가 경찰과 통화한 횟수는 단 10번, 시간은 모두 합쳐 7분29초에 불과했다. 가장 긴 통화가 1분 남짓이었다. 피의자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답답한 50일이 지났다.
2월17일 낮, 단비씨는 “현재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담당수사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답장이 왔다. “사건은 일요일에 마무리되어 주거지 주소로 결과에 대한 내용을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부모에게 차마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던 단비씨는 문자로 안내해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중 통지서를 보내겠다는 경찰의 말에 단비씨는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단비씨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나 너무 무서워 불송치 뜨면 어떡해? 무혐의 뜨면 어떡해?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면 어떡해?” 친구에게도 말했다. “야 같이 빌어 빨리, 검찰로 넘어가게.” 그날 오후 8시쯤 단비씨는 불송치결정통지서를 문자로 받았다.
단비씨만의 사례는 아니다.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 이외에는 수사 과정과 내용에 접근하기 어렵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인 김진주씨는 가해자가 검거된 사실조차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회상한다. 각종 증거에 접근할 권한도 제한적이다. 단비씨가 사망한 뒤 유족은 경찰에 제출된 CCTV 영상을 열람하고 싶어 했으나, 유족이 선임한 변호사조차 “CCTV를 검찰에서 받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며 조심스러워했다. 경찰수사규칙은 수사 개시 3개월이 지난 후부터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피가 말리는 시간이지만 3개월이 되기 전에는 경찰에서 조사받는 것 외에 피해자가 수사 내용을 알 방법이 없다. 단비씨가 받은 불송치결정통지서에도 혐의없음 처분의 이유가 간략하게만 적혀 있어, 단비씨는 이의신청을 위한 내용을 파악하기조차 어려웠다.
검찰은 3월16일 CCTV 영상 확인과 참고인 조사 등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4월7일 무혐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지금도 유족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다. 검찰에 몇차례 전화를 해봤지만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단비씨 어머니는 말했다. 피의자인 사장의 휴대전화가 두 대였고, 검찰이 이를 포렌식했다는 사실 등은 최근에야 보도를 통해 접했다. “이건 언론보다 피해자 쪽이 먼저 알아야 하는 내용 아닌가요. 억울하면 언론에 얘기해야 하고, 언론을 통해 피해자가 사실을 알게 되고 이런 상황이 좀 한탄스러워요.” 단비씨 어머니의 말이다.
최근 유족은 고민 끝에 단비씨의 이름과 생전 모습의 일부를 공개했다. 아버지는 단비씨가 세상에 살다 갔다는 걸 한 명에게라도 더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고, 어머니는 가해자가 처벌받고 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서라고 했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 아이의 진실규명이에요. 그런데 진실이 규명되면 이런 게, 경찰 수사의 관행이나 문제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들어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단비 친구들도, 저도 살겠죠. 그런데 또 그러다가도 잘 모르겠어요.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해요.” 단비씨 어머니가 인터뷰 말미에 남긴 말이다.
▼ 남지원 기자 somnia@khan.kr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남지원 젠더데스크 somnia@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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