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논쟁과 연금개혁 논쟁은 닮았다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2026. 9. 10.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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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를 취재하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어, 이거 연금개혁 논쟁이랑 구도가 상당히 비슷한데?' 물론 둘은 전혀 별개의 이슈다.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에서 경찰 수사를 견제할 방안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견해에는 으레 '친검' 딱지가 붙는다.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론자 중 일부는 독일·미국 등 다른 나라 검사들도 직접 수사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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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를 취재하다 문득 기시감이 들었다. ‘어, 이거 연금개혁 논쟁이랑 구도가 상당히 비슷한데?’ 물론 둘은 전혀 별개의 이슈다. 그러나 닮은 점도 많다.

첫째, 상대의 악의를 가정한다. 연금개혁에서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기 위해 현세대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은 곧잘 ‘민간 보험사들의 공포 마케팅’으로 폄하된다.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에서 경찰 수사를 견제할 방안으로 검찰의 보완수사가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견해에는 으레 ‘친검’ 딱지가 붙는다. 물론 실제로 민간 보험사들이 국민연금 불신을 조장하는 것도 맞고, 검찰 출입기자 상당수가 검찰의 관점을 반영한 기사를 지나치게 많이 쓰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사주를 받거나 세뇌되지 않고도 합리적 우려를 할 수 있다. ‘그건 민간 보험사 논리다, 검찰 논리다’라고 해버리면 토론이 되지 않는다.

둘째, 같은 자료나 해외 사례를 보고도 다르게 해석한다. 일할 때 벌던 소득 대비 은퇴 이후 받는 연금의 비율을 ‘소득대체율’이라고 한다. 한쪽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더라도 한국의 소득대체율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고 한다. 다른 쪽에서는 해당 수치를 산출하는 과정을 들어 ‘착시일 뿐 그리 낮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런 논박을 거치면 하나의 사실관계에 합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론자 중 일부는 독일·미국 등 다른 나라 검사들도 직접 수사를 한다고 강조한다. 그 나라 검사들이 한국처럼 대대적으로 직접 수사에 관여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한편 보완수사권 폐지론자 일부는 독일 검사가 직접 수사를 거의 하지 않는 대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한마디로 일축한다. ‘한국 검찰은 다르다’고.

셋째, 진보 언론이 논조를 잘 정하지 못하거나 기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나뉜다. 그만큼 전통적인 보수·진보 구도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슈라는 뜻이다. ‘재정 안정’이나 ‘검찰 제도의 순기능’처럼, 진보가 그동안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가치와 결부된 문제라서 더 어렵다.

공동체에 중요한 논쟁이 선악 대결로 변질될 때, 피해를 보는 건 가장 취약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를 ‘선과 선 사이의 충돌’로 재정의하고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게 하는 일. 우리 시대 기자가 해야만 하는 일은 그런 게 아닐까.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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