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벗고도 통했다…지수가 영미 팝 공식을 깨부수는 법

황지민 2026. 9. 10.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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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지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팝시장 문을 두드렸다.

지수는 지난 4일 첫 정규 앨범 선공개곡 'CLICK'을 발매했다.

지수는 블랙핑크에서, 그리고 그간의 솔로 활동에서 쌓아온 정체성을 조금도 덜어내지 않은 채 팝시장 링에 올랐다.

첫 전곡 영어 싱글 'CLICK'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낯선 언어 안에 지수 그대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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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블리수
사진제공=지수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엔 황지민 기자]

11개월 만의 귀환, 첫 전곡 영어 싱글 'CLICK'으로 글로벌 정조준브리트니·사브리나 식 '도발적 클리셰' 거부…지수만의 우아한 직진조셉 칸 감독·두아 리파 작곡진 합류…가장 '지수다운' 얼굴로 팝시장 노크

블랙핑크 지수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팝시장 문을 두드렸다.

지수는 지난 4일 첫 정규 앨범 선공개곡 'CLICK'을 발매했다. 지난해 10월 제인(ZAYN)과 협업한 곡 'Eyes Closed' 이후 약 11개월 만에 공개한 신곡이자, 솔로 커리어 다음 장을 여는 첫수다.

■ 조셉 칸·두아 리파 작곡진 의기투합…서늘한 동화 품고 던진 승부수

'CLICK'은 서로 끌려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 이야기를 담은 댄스팝이다. 절제된 신스와 탄력 있는 베이스라인 위에서 지수의 중음역 보컬이 곡을 이끈다. 복잡미묘한 설렘이라는 감정을 과장 없이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뮤직비디오는 그래미 수상자이자 테일러 스위프트, 에미넴, 레이디 가가 등과 작업해 온 한국계 감독 조셉 칸이 연출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서늘한 동화 속 공주를 연상시키는 지수 모습이 담겼다.

작가진에는 두아 리파 'New Rules'를 쓴 캐롤라인 에일린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팝 최전선 인력과 손잡는 동시에, 지수라는 개인을 온전히 담아냈다.

■ '꽃' 피우던 한국어 고집 내려놓고…처음으로 영어로 건넨 인사

지수는 솔로 활동 초반부터 한국어 중심의 곡을 발매해 왔다. 데뷔 싱글 'ME'의 타이틀 '꽃'도, 지난해 미니앨범 'AMORTAGE'의 타이틀 'earthquake'도 한국어 곡이었다. 블랙핑크 다른 멤버들이 영어곡을 중심으로 활동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그런 지수가 'CLICK'에서 처음으로 전곡 영어 단독 싱글을 내놨다. 활동 반경을 아시아 너머로 넓히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 사브리나부터 찰리 XCX까지, 팝시장이 정의해 온 '성숙의 문법'

영미권 팝시장에는 오래된 공식이 있다. 어린 시절의 이미지로 출발한 여성 아티스트가 성인 아티스트로 인정받으려면 극적인 전환을 거친다는 것이다.

이는 아티스트 개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시장 구조와 소비자 기호가 만든 관습에 더 가깝다. 대중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성인 여성 아티스트의 성숙으로 읽어 왔다. 그리고 산업은 그 기대에 맞춰 전환의 서사를 설계해 왔다.

사브리나 카펜터가 대표적이다. 디즈니채널 '걸 미츠 월드'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쇼 종영 후 도발적이고 위트 있는 미학으로 이미지를 재구축했다. 그는 'Short n' Sweet'로 그래미까지 품었다.

사브리나 카펜터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마일리 사이러스가 걸어온 '디즈니 이미지를 벗는 통과의례'의 가장 성공적인 최신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새드걸 팝에서 과감한 무대 위 페르소나로 전환한 테이트 맥레이의 상승세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가사의 문법도 비슷하다. 사적 영역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드는 고백이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출산을 둘러싼 고민과 동료를 향한 복잡한 감정까지 털어놓은 찰리 XCX의 'brat', "두려울 만큼 개인적"이라는 평가 속에 그래미를 거머쥔 도치가 그 증거다. 시장이 요구하는 성숙이란 결국 더 많이 보여주고 더 깊이 고백하는 것이었다.

■ 공식을 거스른 우아한 직진…자연스럽게 배어 나온 11년 내공

지수는 이 흐름에서 조금 벗어난 걸음을 택했다. 데뷔 11년차가 주는 여유로움과 지수 특유의 톤다운된 목소리는 'CLICK'에 성숙미를 더한다. 다만 성숙미는 글로벌 시장의 기대에 맞춰 설계된 것이 아니라 지수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바이브이다.

'CLICK' 속 가사는 자극보단 부드러운 설렘과 망설임에 집중했다. 뮤직비디오 역시 동화 속 판타지적인 이미지를 전면에 세웠다. 지수는 블랙핑크에서, 그리고 그간의 솔로 활동에서 쌓아온 정체성을 조금도 덜어내지 않은 채 팝시장 링에 올랐다.

이러한 선택은 분명 리스크일 수 있다. 팝음악 산업은 파격적인 리브랜딩이 곧 화제성과 성적으로 되돌아오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악적 지향성을 일부러 변주하지 않은 채 내미는 도전은, 되려 가장 드문 종류의 승부수로 통했다.

정규 앨범은 아직 베일을 벗지 않았다. 앞으로의 트랙에서 지수가 어떤 얼굴을 꺼내 보일지는 온전히 열려 있다. 그가 다양한 모습을 시도할 자유는 언제든 지수 몫으로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첫 전곡 영어 싱글 'CLICK'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낯선 언어 안에 지수 그대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뉴스엔 황지민 saehay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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