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유기된 멸종위기종 ‘가득’…국립생태원, 미어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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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유기된 뱀 한 마리랑 앵무 두 마리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국립생태원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신정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생태원 내 '사이테스 동물 보호시설'에는 86종 462마리가, 생태원 내 또 다른 시설인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2024년 개관)에는 8종 101마리가 있다.
장지덕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장은 "이곳은 임시 계류시설인 만큼, 동물들을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내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7~8월 완공을 목표로 새로운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이 지어지고 있지만, 사이테스 보호시설은 2025년부터 관련 예산이 감액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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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사이테스 동물 보호시설 가보니

“내일도 유기된 뱀 한 마리랑 앵무 두 마리가 들어오기로 했어요.”
지난 7일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 내 ‘사이테스(CITES) 동물 보호시설’. 안내하던 강규호 동물보호부 전임연구원이 말했다. 사이테스(CITES)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을 말한다. 이런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는 시설 복도에는 늑대거북, 사바나왕도마뱀, 붉은모란앵무 같은 동물들의 사진이 빼곡했다. 2021년 개관 이후 이곳에 들인 동물의 종과 개체 수를 안내하는 게시물인데, 벽면이 가득 차 더 붙일 곳이 없어 보였다.
한 사육장에는 몸길이 80㎝ 남짓한 악어 한 마리가 온열등 아래에서 몸을 말리고 있었다. 한방을 쓰는 다른 악어는 물속 깊이 몸을 숨긴 채였다. “지난 7월 중순 경기 여주시 소양천에서 발견된 샴악어”라고 강 연구원이 설명했다. “사람을 안 무서워해요. 밥 주는 줄 알고 다가와요.”


샴악어는 사이테스 1급 멸종위기종이지만, 이 개체는 반려용으로 불법 사육됐다. 소유주는 “일광욕시키려 마당에 내놨다 사라졌다”고 했지만, 애초 사이테스 1급은 개인 사육 자체가 금지돼 있다. 야생 개체군이 이미 멸종위기에 처한 데다, 국제 거래가 멸종을 앞당길 수 있어서다. 샴악어는 야생에 500~1000여마리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샴악어뿐이 아니다. 지난 5월 대구에선 시외버스 화물칸에서 그물무늬도마뱀이, 7월 경기 양주시 한 아파트에서는 블랙킹스네이크가 발견되는 등 최근 외래 야생동물 ‘탈출’ 소식이 잦았다. 특히 지난달 초 야생생물 200여마리를 조직적으로 밀수입한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는데, 세관 적발을 피하려 새끼 동물을 키친타월·테이프로 감싸 과자통이나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수하물로 부치거나, 악어 입을 묶어 기내에 반입하는 수법을 썼다. 이곳에선 ‘여주 샴악어’를 비롯해 당시 검찰이 압수한 양쯔강악어·외알안경코브라 등 95마리를 위탁 보호 중이다.
늘어나는 야생동물 유기·유실과 밀수 탓에 보호시설은 포화 상태다. 이미 3단을 쌓아 올린 파충류 사육장은 빈 곳이 없었고, 일부 이구아나는 새장을 쓰고 있었다. 국립생태원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신정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생태원 내 ‘사이테스 동물 보호시설’에는 86종 462마리가, 생태원 내 또 다른 시설인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2024년 개관)에는 8종 101마리가 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수용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사이테스 시설 보호 개체 수는 2021년 33마리에서 올해 462마리로 14배 늘면서 수용률이 92%(최대 500마리)에 달했다.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의 경우 전체 수용률은 73%로 여유가 있지만, 포유류만 보면 91%로 추가 수용 여력이 없다. 포유류 대부분은 라쿤이다.
장지덕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장은 “이곳은 임시 계류시설인 만큼, 동물들을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내려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태원은 각 동물 생태에 맞는 기후대와 환경을 찾아 국내외 다른 곳으로 이관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에도 거북 28마리가 원서식지 보전시설인 베트남 꾹프엉국립공원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베트남 사례는 운이 좋은 경우로, 이관은 쉽지 않다. 강규호 연구원은 “사이테스 협약은 거래가 빈번한 종의 거래를 예방적으로 제한한 것이라, 역설적이게도 실제 서식지엔 해당 종이 많이 남은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현지 보전기관이 수용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야생에 풀어놓기도 어렵다. 반려 목적 야생동물은 애초 야생에서 포획된 게 아닌, 제3국에서 번식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년 7~8월 완공을 목표로 새로운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이 지어지고 있지만, 사이테스 보호시설은 2025년부터 관련 예산이 감액된 상태다. 김경석 기후에너지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보호시설을 더 확충해야 하지만, 내년 정부 예산안에도 담기지 못해 애로가 크다”고 토로했다.
근본적으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지덕 부장은 “야생동물의 습성은 가정에서 충족시킬 수 없는 만큼, 애초에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도 “‘유통·소비의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먼저”라며 “외래 야생동물의 국내 유입과 거래를 철저히 관리 감독하고, 야생동물이 반려동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속해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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