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노력해도 안 돼”… 청년의 무력감부터 깨야 한다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6. 9.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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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20대 후반 청년은 자동차 정비공으로 성실하게 일하던 기술자였다. 요즘 많은 젊은이가 이 청년처럼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 증가와 주택 공급은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할 수 없다. 그렇다고 청년과 국민이 느끼는 우울감과 무력감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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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진료실에서 만난 20대 후반 청년은 자동차 정비공으로 성실하게 일하던 기술자였다. 그는 언젠가부터 ‘인생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더 이상 구직을 할 의욕은커녕 집 밖으로 나올 에너지도 남지 않았다. 요즘 많은 젊은이가 이 청년처럼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청년기에는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장년기에는 꿈을 이뤄 가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과정이다. 그러나 갈수록 악화되는 취업난과 주거 비용 부담 등 고된 현실은 이들에게 삶의 의지를 꺾어 버렸다. 이러한 무력감, 박탈감, 우울감은 청년층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어 온 많은 국민이 마주한 문제다.

이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하다. 청년들이 원하는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 증가와 주택 공급은 짧은 시간 안에 달성할 수 없다. 그렇다고 청년과 국민이 느끼는 우울감과 무력감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자유 경쟁의 기회를 넓히고 사회 구조 전반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청년들이 다시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사회가 청년들에게 공정의 가치를 되찾아 줘야 한다. 그 기반은 자유 경쟁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 경쟁의 기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무 살 이후로는 실력에 따라 자유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이 많다. 취업, 결혼, 내 집 마련 등 인생의 단계가 다 그렇다. 꾸준히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젊은 층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망도 갖춰야 한다. 다만 과세와 같은 보편적인 사회적 의무, 주택 청약 등 도약의 사다리가 되는 기회 측면에서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내는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 얻은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배 아파하지도 않는다. 정부가 국민에게 요구하는 의무와 제공하는 기회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의 박탈감과 불공정 논란을 없앨 수 있다. 다시 노력해야겠다는 삶의 동력도 얻을 수 있다.

국민이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두터운 연금제도 구축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청년들이 노력 대신 일확천금의 기회만 좇게 만든다. 지금의 노력이 나의 미래를 보장한다는 믿음이 있을 때 청년은 무력감에서 벗어나 다시 뛰게 된다. 지금의 청년의 현실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가 된다. 이들의 우울과 무력감, 박탈감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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