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가 '콕' 집어 보낸 '파병 위시리스트'… 한미, 7월 말부터 협의

조영빈 2026. 9.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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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해주기를 희망하는 군 자산 목록을 우리 정부에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현재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의 파병을 검토 중인데, 이들 대부분이 이미 미국 요구에 대한 '맞춤형' 자산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군 고위 소식통은 "협의 과정에서 미 측이 기뢰 제거, 정찰, 후방 지원 등 작전 분야별로 한국이 파병해주기를 희망하는 목록을 제시했다"며 "해상초계기와 기뢰소해함, 군수지원함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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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계기·군수지원함 등은 美 요청 맞춤형 자산
구축함은 목록에 없어...비전투 참여 한미 공감
영·프 연합체 참여냐, 한미 협력이냐 갈림길
"美 요구 따른 파병" 여권 비판 여론 상승 우려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P-8A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을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2024년 9월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에서 비행하는 해군 초계기 모습.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파병해주기를 희망하는 군 자산 목록을 우리 정부에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는 현재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의 파병을 검토 중인데, 이들 대부분이 이미 미국 요구에 대한 '맞춤형' 자산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9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7월 말 무렵부터 외교 채널을 통해 한국군의 파병 문제에 관한 양자 간 협의를 시작했다. 영국·프랑스가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체 차원의 파병 논의와는 별도로 한미 간 양자 협의가 이미 한 달여 전 시작됐다는 것이다.


한국군 '비전투 임무' 참여에 한미 공감대

군 고위 소식통은 "협의 과정에서 미 측이 기뢰 제거, 정찰, 후방 지원 등 작전 분야별로 한국이 파병해주기를 희망하는 목록을 제시했다"며 "해상초계기와 기뢰소해함, 군수지원함 등이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측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군 당국의 검토가 이뤄졌고, P-8 해상초계기, 해군 특수전전단 폭발물처리반(EOD), 군수지원함 등이 후보군에 올랐다는 것이다.

'구축함' 같은 본격적인 전투를 위한 자산은 미국 측 요청 목록에 없었다고 한다.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애당초 미국은 전투 자산이 아닌 '비전투 자산'을 요청해왔다"며 "초계기 지원 등이 가능하다는 우리 정부 호응에 미국도 특별한 반대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란과의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전투 작전이 아닌 정찰 및 후방 지원 등 비교적 안전한 임무에만 한국군이 참여한다는 한미 간 공감대가 이미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파병 시 우리 군이 희생될 수 있다는 국내의 우려 여론을 다소나마 잠재울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美 이익 위한 파병' 여론 커질 수

이재명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8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공동언론발표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 우리 군 파병이 결국은 '미국의 이익과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란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지지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파병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국회 동의를 받겠다는 구상이다. 전쟁 발발 이후 영국·프랑스가 이끄는 다국적 연합체 구성에 참여해 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다.

하지만 한미가 양자 차원에서 애초부터 파병 자산에 대한 구체적 물밑 협의를 벌이고 있었던 점은 영·프 중심의 다국적 연대 차원의 군사적 기여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과 어긋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중간선거가 열리는 11월 전 파병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도 전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부분 역시 '미국 요구에 호응하기 위한 파병'이라는 여권 내 비판을 키울 수 있다.


영·프 참여냐 한미 협력이냐 갈림길

정부는 한미 간 협력 차원의 파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당초 미국의 파병 요청과 거리를 두며 영·프 주도의 다국적 연합체 참여에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최근 거세진 미국의 파병 압박을 어떤 식으로든 충족시켜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커졌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영·프와 함께 움직이겠다는 한국 측 움직임을 불편해하는 미국 측 분위기가 최근 부쩍 짙어지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영·프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는 군사적 기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다국적 임무'를 강조했다. 미국 주도의 작전에 참여하지 말라는 당부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은 다국적 연합체에 관한 언급 없이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해협에서의 항행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의 조속한 회복을 위한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구현모 기자 nine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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