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방치된 종로 빈집의 변신… '임대료 0원', 집 잃은 이웃의 새 안식처로

김지섭 2026. 9. 10.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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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 겪고 오시는 분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따뜻함을 담아 고쳤습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50년 된 빈집이 화재·침수·퇴거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웃의 임시 대피처로 거듭났다. 방치돼 있던 빈집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0년 매입해 종로구 등과 협력해 '긴급주택'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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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1호 '긴급주택' 가보니
화재·침수·퇴거 주거 위기 가구 대상
2층 주택에 4가구까지 거주 가능해
"마음 안정·치유 공간 조성에 힘써"
전국 지자체, 빈집 활용 활성화 박차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거 위기 가구에 제공하는 긴급주택. 입구 한편에 작은 정원을 조성했다. 김지섭 기자

"힘든 일 겪고 오시는 분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따뜻함을 담아 고쳤습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50년 된 빈집이 화재·침수·퇴거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웃의 임시 대피처로 거듭났다. 방치돼 있던 빈집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2020년 매입해 종로구 등과 협력해 '긴급주택'으로 마련했다. SH는 2018년부터 재난으로 주거지를 잃은 시민을 대상으로 6개월의 단기 거처를 제공하는 긴급주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9년간 129가구가 긴급주택을 이용했다.

창신동 긴급주택은 빈집을 활용한 긴급주택 1호다. 3일 창신동의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2층(연면적 158.07㎡)짜리 단독주택이 나타났다. 주택은 막바지 개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장실과 부엌 등은 완전히 새로 고친 상태였고, 도배·장판·방수 작업은 마무리 단계였다.

녹슨 대문은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단장을 마쳤다. 현관 입구에는 풀과 나무를 심은 작은 정원이 있었다. 2층으로 구성된 내부는 층별로 두 가구씩 거주할 수 있는 구조다. 1층은 방 2개를 쓰는 3인 가구와 방 1개를 쓰는 1, 2인 가구 대상이다. 2층은 방 3개짜리 4인 가구와 1인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지하는 주민 공용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 종로구 제공

말끔하게 수리된 주택 내부로 들어가 보니 창밖으로 푸른 하늘과 오밀조밀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노경민 종로주거복지센터 주택관리팀장은 "집을 수리하면서 갑작스럽게 집을 잃은 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치유하는 공간으로 느껴지도록 했다"며 "정원이나 집 안 마감재, 풍경 등 입주자들이 편안하고 따뜻하게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급주택 조성 작업에는 건축학과 대학생들도 동참했다. 이날 도배 작업에 나선 고려대 집수리 봉사 동아리 '쿠호프(KU-HOPE)' 소속 김예인(2학년)씨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참여하는 일이라 뜻깊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우(4학년)씨도 "입주하는 분들이 새 집 같다고 좋아하시는 표정을 보면 기쁠 것 같다"며 "실제 작업을 하면서 건축 실력도 키울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대학생 봉사단이 5일 가구를 설치하고 있다. 종로구 제공

빈집 활용은 인근 주민들도 반긴다. 도심 곳곳에 오래 방치된 빈집은 안전사고, 범죄 발생 위험을 높이고 주변 주거 환경을 해치기 때문이다. 종로구 '빈집 안전살핌이'로 활동 중인 김현주 종로56가동 통장은 "빈집에서 구조물이 떨어져 아이가 다칠 뻔한 적도 있고, 동파나 화재 위험도 크다"며 "입주자들이 들어오면 동네도 한결 안전해질 거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신동 긴급주택은 이달 리모델링을 모두 마치고 다음 달부터 입주자를 모집한다. 모집 대상은 화재, 침수, 퇴거 등으로 거주지를 잃은 시민이다. 나이와 소득 제한은 없다. 입주 기간은 6개월이며, 한 차례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임대료는 무료다. 입주자는 공과금만 내면 된다.

긴급주택 정비 전 방치됐던 빈집 모습. 종로구 제공

흉물로 남은 빈집은 전국적으로도 골칫덩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2021년 139만5,256가구, 2022년 145만1,554가구, 2023년 153만4,919가구, 2024년 159만9,086가구, 지난해 172만1,505가구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빈집을 활용해 취약계층에게 보금자리로 제공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는 빈집 소유주들과의 협의를 통해 집을 고쳐주는 대신 최대 3년까지 무상으로 빌려 취약계층에 제공하고 있다. 울산 동구는 지난달 '다시채움 빈집 리모델링 사업'으로 외국인 주민을 입주자 1순위로 정해, 우즈베키스탄 국적 외국인 근로자 가족이 입주해 첫 짐을 풀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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