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약 개발한다던 제넨셀, 정작 임상 승인나자 실험 축소·중단
제넨셀 임상시험 미스터리

유흥업소 사장 출신 브로커 양모씨와 함께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 등에 코로나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모 교수와 제넨셀(강 교수가 창업한 회사)을 둘러싼 의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지난해 제넨셀과 임상 수탁 기관 K사 간 민사 1심 판결문 ▲2024년 자본시장법 등 위반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강 교수의 형사 1심 판결문을 보면, 제넨셀이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할 물질과 역량, 신약을 끝까지 개발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 곳곳에 등장한다.

①대상포진서 갑자기 코로나 치료제로
강 교수는 ‘담팔수(제주 등에서 자라는 상록 활엽수)’ 추출물로 만든 천연물 신약 후보 ‘ES16001’을 대상포진 치료제로 만들기 위해 2016년 제넨셀을 창업했다. 2020년 임상 1상 시험도 마쳤다. 그러다 코로나가 확산하자 갑자기 이 물질을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가 충분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해 제넨셀이 J대학 연구팀에 ES16001의 코로나 억제 효과 측정 실험을 의뢰해 ‘일부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결과를 받긴 했지만, 이는 실제 동물·환자에게서 확인된 게 아니었다.
같은 해 제넨셀은 인도에서 코로나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한 뒤 “유효성을 확인했다”면서 국내 3상 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2상부터 다시 신청하라”고 했다. 추가로 ‘햄스터 실험 자료’도 요구했다.
②햄스터 죽었는데… 불리한 결과 뺐다
2021년 6월 제넨셀 측 의뢰로 J대 연구팀은 코로나에 감염된 햄스터를 대상으로 ES16001을 시험했다. 하지만 체중·체온과 바이러스 증식력, 폐 병변 등에서 효능이 발견되지 않았다. 제넨셀은 투여량을 높여 추가 시험을 요청했지만, 햄스터 5마리 중 1마리가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약물 역류와 토혈도 관찰됐다. 제넨셀 측은 ‘삭제요망’이라는 의견을 연구팀에 전달해 햄스터 사망 등 내용을 최종 보고서에서 빼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코로나에 감염된 햄스터로 시험을 하지 않고도 마치 한 것처럼 작성한 자료를 특허청에 제출해 2021년 1월 코로나 치료제 특허 결정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거짓 내용이 기재됐거나 필요한 기재가 누락된 허위 자료”라고 했다. 이에 강 교수는 9일 한 방송에서 “약물로 인한 사망으로 명확히 판단되지 않는 경우, 이를 기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일반적”이라고 반박했다.
③“5國 1100명 임상”… 424명→100명→모집 중단 요청
제넨셀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의지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제넨셀은 2021년 1월 임상시험을 대신 설계·운영하는 국내 CRO(임상시험수탁기관) K사에 임상을 맡기는 99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이어 그해 6월에는 용역비도 120억원으로 늘렸다. 식약처 임상 승인을 위한 준비 작업이었다. 제넨셀은 2021년 9월 임상 신청을 했고, 브로커 양씨의 김승원 후보자 접촉 등이 이뤄진 뒤인 그해 10월 26일 식약처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제넨셀은 승인 발표 당시 한국·독일·인도 등 5국 환자 1100여 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시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계획이 계속 축소됐다. 2022년 1월 K사와의 계약을 고쳐 3상은 빼고 우선 2상만 진행(목표 424명)하기로 했다. 첫 환자 모집은 임상 승인 약 7개월 뒤인 2022년 5월에야 이뤄졌다. K사가 그해 12월까지 모집한 환자(109명) 중 실제 임상에 참여한 환자는 100명이었다. 바로 이 시점(12월 2일)에 제넨셀은 환자 모집 중단을 요청했다.
또 제넨셀은 2023년 2월 자금 문제, 검찰 수사 등을 언급하며 K사에 해외 임상도 중단해달라고 했다. 당시 K사에 “대외적으로는 임상 포기가 아닌 일시 중단”이라고 했고, 이어 5월엔 국내외 임상 전체를 ‘잠정 중단’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제넨셀 측은 당시 코로나 변이 변화로 중증 환자 모집 등이 어려웠고, 치료제의 시장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임상 설계를 바꾸려 한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은 “2023년 5월쯤에는 제넨셀이 더 이상 기존 계약 이행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K사는 미지급 용역비 등 약 28억7300만원을 청구했고, 작년 9월 법원은 제넨셀이 약 4억5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K사 측은 본지 통화에서 ”현재 소송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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