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녹취록서 ‘양씨, 윤석열 캠프 임명장’ ‘원희룡 인맥’ 왜 안 밝혔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둘러싼 논란에 직접 답했다. 한 의원은 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공개한 녹취록을 두고 “분량상 필요한 부분을 올렸던 것이지 어떤 것이든 짜깁기라든가 편집한 게 없다”고 말했다. 자료 출처에 대해서는 “검찰로부터 어떤 자료를 받은 적도, 협업한 적도 없다”고 했다. ‘오빠’라는 표현을 지나치게 부각한다는 국민의힘 내부 지적에는 “이 사안에서는 오빠가 본질”이라고 반박했다.
세 주장 모두 따져볼 대목이 있다.
JTBC가 한 의원 공개본과 김 후보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을 대조한 결과를 보면 단순한 분량 축소로 보기 어려운 편집이 확인된다. 2021년 10월 8일 양수진씨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통화에서 양씨가 김 후보자에게 “식약처장님한테 부탁할 건 아니고, 왜 이게 딜레이가 되는지 확인만 좀 해달라”고 했다는 대목은 한 의원 공개본에서 빠졌다. 김 후보자가 양씨의 행동을 두고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의시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앞뒤 맥락도 제외됐다.
더 눈에 띄는 부분도 있다. 양씨가 제넨셀 측에서 자신의 회사에 전환사채(CB) 8억~1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한 부분은 원문에서는 한 차례 등장하지만 한 의원이 나눠 공개한 녹취록에서는 뒤쪽에 다시 붙어 두 차례 나온다. 두 번째 배치에서는 ‘수수료’ 이야기에 이어 김 후보자에게 전화를 했다는 대목과 CB 투자 이야기가 연결된다. 11월 12일 녹취에서는 양씨가 5억원을 “빌려달라”고 했고 1년 뒤 이자를 주겠다고 한 말도 빠졌다. “분량상 필요한 부분”을 발췌했다는 해명으로는 같은 발언을 다른 위치에 다시 넣은 이유까지 설명되지 않는다.
‘편집’ 논란은 공개 범위로도 이어진다. 한 의원은 양씨 녹취에 등장하는 송영길 의원, 최재성 전 수석 등 민주당 인사들의 이름을 연이어 공개하며 사건을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로 규정했다. 같은 사건 자료에는 국민의힘 쪽 인맥을 거론하는 내용도 등장한다.
공개된 자료에는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 강세찬씨가 양씨에게 “제주도 원희룡쪽 라인 붙여놔야겠다”고 보낸 메시지가 있고, 양씨가 윤석열 대선캠프 조직본부 명의 임명장을 받은 자료도 있다. 민주당 조계원 의원은 양씨가 윤석열 후보 측 인사에게 정부 과제와 관련해 힘을 써달라고 요청한 정황, 이준석 당시 대표 보좌관과의 접촉, 원희룡 전 장관 측 인맥을 거론한 내용도 공개했다. 한 의원이 현재까지 이런 대목을 민주당 인사 관련 내용과 같은 방식으로 공개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여기 이름이 등장했다는 이유 만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원희룡 전 장관, 이준석 의원 등이 부정한 로비에 관여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로썬 양씨와 강씨가 인맥을 과시하거나 접촉을 시도한 말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같은 기준은 녹취에 이름이 나오는 민주당 정치인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 ‘한 의원이 어떤 기준으로 공개 대상을 골랐는지’가 검증 대상이 되는 이유다.
자료 출처 문제에서는 이날 한 의원의 답변으로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해졌다. 한 의원 본인은 “검찰로부터 받은 게 아니다”라고 명시적으로 부인했다. 한 의원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사건 관계자인 공익제보자를 거쳐 자료를 확보했다는 취지로 읽힌다. 박 의원은 해당 제보자가 양씨에게 살해 협박을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의 신원을 보호하도록 규정한다. 제보자의 실명을 공개하라는 요구와 자료의 최초 유출 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 의원이 검찰에서 직접 받지 않았다고 해서 검찰 내부문서가 어떻게 외부로 나왔는지까지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9일 국회에서 한 의원이 공개한 김 후보자 기소 계획 보고서에 대해 “검찰 내부 문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건 수사·증거기록으로 편철되는 자료가 아니라 검찰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작성되는 보고서라는 설명이다. 이 직무대행은 이런 자료를 볼 수 있는 사람으로 당시 수사팀과 소속청, 대검 수사라인을 들며 “당시 수사 담당자와 대검의 보고 라인은 어느 정도 특정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자료가 유출됐다면 전산 기록도 남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대목은 자료가 제3자인 투자 피해자를 거쳐 한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가정과는 충돌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제보자가 최종 전달자일 수는 있다. 그 제보자가 정상적인 재판기록 열람을 통해 얻기 어려운 검찰 내부 기소 계획 보고서를 갖고 있었다면, 누군가가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 검찰 밖으로 문서를 빼낸 경로가 존재해야 한다. 이 직무대행은 “수사자료 제공이 공무상비밀누설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고, 퇴직한 공무원이 자료를 빼낸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의원은 “공익성이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령상 국회의원은 공익신고를 받을 수 있는 기관에 해당한다. 신고자의 신원은 보호돼야 하고, 공익신고와 관련해 신고자의 범죄행위가 발견되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도 있다.
공익제보라는 이유만으로 자료의 취득과 공개가 모두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은 국회의원이 공익신고를 받으면 조사기관·수사기관·권익위 등으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 비공개 검찰 자료를 SNS에 공개할 수 있다는 별도의 면책 규정은 없다.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주체는 공무원이나 전직 공무원이어서 한 의원이 자료를 전달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이 죄의 정범이 되는 것도 아니다. 유출을 요구하거나 공모·방조했는지 등 다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노회찬 전 의원의 ‘삼성 X파일’ 판결은 이런 구분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 전 의원은 불법 도청자료의 생성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그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행위의 정당성은 별도로 판단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발언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배포한 행위에는 면책특권을 인정했지만 홈페이지 게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공익성이 있다고 공개 행위가 자동으로 면책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한 의원이 “오빠가 본질”이라고 한 데에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이 배경에 있다. 장 대표는 전날 “‘오빠’를 강조하면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로비의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오빠라 불리는 공직자가 여동생 브로커의 청탁을 갖고 불법 로비해준 것”이라며 사적 친분 때문에 공적 시스템이 왜곡됐다는 것이 자신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사적 친분이 김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에 영향을 줬는지는 따질 사안이다. ‘오빠’라는 호칭 자체가 불법 청탁이나 특혜를 입증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양씨 회사가 받은 6억원 상당의 CB가 임상시험 승인 알선의 대가였다는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투자 논의가 김 후보자의 식약처 연락보다 약 두 달 앞서 시작됐다는 점도 판단 근거에 포함됐다.
한 의원은 이날 한발 더 나가 김 후보자가 양씨 자택에 간 적이 있는지, 그곳에서 단둘이 사진을 찍었는지를 공개적으로 물었다. 기자가 내연관계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런 관계에는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공개된 것은 한 의원의 질문이다. 해당 방문과 사진의 존재, 그것이 식약처 연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 의원의 폭로로 김 후보자가 양씨의 부탁을 받고 식약처장에게 직접 연락한 사실은 다시 검증대에 올랐다. 동시에 한 의원의 공개 방식도 검증 대상이 됐다. “편집한 게 없다”는 주장과 달리 원문에서 문장을 빼거나 이미 나온 발언을 다른 위치에 다시 붙인 사례가 확인됐다. “검찰에서 받지 않았다”는 해명은 직접 전달자를 둘러싼 의혹에는 답이 될 수 있지만 검찰 내부 기소 계획 보고서의 최초 유출 경로까지 설명하지 못한다. 공익제보자 보호와 자료 유출 경위 확인도 양립할 수 있다.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원자료의 출처와 한 의원의 공개 기준을 따져보면 될 일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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