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까지 빼앗았다"…인권단체, 계절노동자 착취 브로커 엄벌 촉구
노동력 착취·여권법 위반 고소
공공 중심 모집·관리체계 촉구

전남광주지역 이주노동자·인권단체들이 외국인 계절노동자들의 여권을 빼앗고 임금 일부를 가로채는 등 착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민간 브로커를 경찰에 고소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와 계절노동 전면개선 대책위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9일 전남광주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절노동자를 상대로 한 브로커의 불법 중간착취와 인권침해를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전남광주 해남과 충남 보령, 충북 청주 등에서 일한 필리핀 출신 계절노동자 8명을 대리해 해당 브로커를 노동력 착취 및 영리 목적 약취·유인, 여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전남경찰청에 고소했다.
단체에 따르면 피해 노동자들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계절근로자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항공료와 각종 경비 명목의 대부금 약정서를 작성하고 거액의 위약금이 설정된 계약을 맺었다.
브로커가 입국 직후 노동자들의 여권을 보관하고, 피해자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매월 급여에서 약 75만원을 대부금 상환 명목으로 공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피해자들은 계약 내용과 달리 하루 최대 12시간가량 일하면서도 연장근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일부 노동자가 근무지를 이탈하자 브로커가 SNS에 신분증 사진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며 협박했다는 내용도 고소장에 담겼다.
한 필리핀 노동자는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부양하겠다는 희망으로 한국에 왔지만 빚에 묶여 착취를 당했다"며 "계약보다 긴 시간 일하고도 초과 수당을 받지 못했고 매달 급여도 공제됐다"고 호소했다.
단체들은 이 같은 문제가 계절근로자 모집과 입국 이후 관리 과정에서 민간 브로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계절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 간 양해각서(MOU) 중심의 현행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공공 중심의 노동자 모집·관리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한편 해당 브로커는 계절노동자를 지자체에 연결하고 임금 일부를 중간에서 공제한 혐의로 지난 3일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에서 검찰에 송치됐다.
/윤태민 기자 ytm@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