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AI가 답할수록 인간은 더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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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를 뜯어 보자.
학생들이 AI의 답을 실제 제품과 대조하며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한다. AI는 정답을 대신 내놓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의 탐색과 사고를 돕는 조력자라는 것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처럼 AI가 내놓은 답도 다시 한번 '분해'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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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리버스 엔지니어링
염재무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마우스를 뜯어 보자. 덮개를 열면 버튼과 휠, 기판, 센서와 여러 전자부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왜 이 부품은 여기에 있을까”, “이것을 빼면 어떤 기능이 멈출까”라고 질문하는 순간 리버스 엔지니어링(역공학)이 시작된다. 설계도를 바탕으로 제품을 만드는 일반적인 공학과 반대로 완성품을 분해해 구조와 기능, 나아가 설계자의 의도까지 거꾸로 추적하는 작업이다.
서울의 중학교 기술교사인 저자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생성형 AI를 접목했다. 출발점은 실제 수업에서 발견한 문제였다. 학생들은 마우스를 뜯는 데는 흥미를 보였지만 제품별 분해 방법을 찾고, 낯선 부품의 이름과 역할을 알아내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정작 “왜 이런 구조로 만들었을까”를 생각할 시간은 줄어들었다. 교사가 답을 알려주면 수업은 빨라지지만 학생 스스로 탐색하고 추론하는 과정이 사라지는 딜레마도 있었다.
책은 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먼저 AI 시대에 왜 공학적 사고가 중요한지를 설명하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교육적 의미를 짚는다. 이어 생성형 AI를 이용해 제품의 분해 방법을 탐색하고, 이미지 속 부품의 명칭을 찾아내며 각각 어떤 기능을 하는지 추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이 모든 기능을 한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교육용 웹 애플리케이션도 직접 개발했다. 그러나 AI에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학생들이 AI의 답을 실제 제품과 대조하며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한다. AI는 정답을 대신 내놓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의 탐색과 사고를 돕는 조력자라는 것이다.
비용과 안전, 성능, 편의성, 환경까지 따져 최선의 해법을 선택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것이 공학자의 몫이다. 생성형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이것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처럼 AI가 내놓은 답도 다시 한번 ‘분해’해 볼 필요가 있다. AI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답을 빨리 얻는 사람이 아니라, 그답이 왜 맞는지를 끝까지 따져 묻는 사람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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