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첫 파업,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예상밖의 강경투쟁에 지역사회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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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노동조합이 9일 창사 58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당장은 일부 공장에 한정된 48시간 부분파업이지만 노조는 오는 16일부터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이날 새로운 입장문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예정된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사측이 실질적인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파업 기간 중이라도 언제든 교섭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노조가 16일부터 예고한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 시기와 후보자 등록 기간이 정면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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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안 환산액 1.4조원,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80% 규모
시·경제계·정치권 대화 촉구...노조 임원선거 일정과도 맞물려

포스코 노동조합이 9일 창사 58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들어갔다. 당장은 일부 공장에 한정된 48시간 부분파업이지만 노조는 오는 16일부터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을 예고했다. 이어 10월 전면파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철강업계의 유례없는 불황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마저 장기화할 경우 그 여파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 입장 차 여전...1조4000억원 요구안 놓고 평행선
노사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평균 월 23만원, 연봉 기준 약 700만원)과 격려금 600%(약 2000만원), 우리사주 50주 지급(현 시세 기준 약 1500만원 상당), 5년치 자연상승분 선반영(기본임금 12%·연봉 약 1100만원),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요구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 약 1조8000억원의 80%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포스코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약 4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급감하는 등 경영 환경이 유례없이 악화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회사는 교섭 과정에서 제시안을 거듭 상향 조정해왔으며, 최종적으로는 올해 임금 교섭을 마무리 지은 동종 대기업 철강사의 타결 수준을 웃도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회사의 최종 제시안조차 조합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결국 파업이라는 강수를 선택했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교섭에서도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포스코 역사상 최초의 파업이라는 초유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노조 “진정성 있는 안 가져오면 교섭 응할 것”
노조가 교섭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다. 노조는 이날 새로운 입장문을 통해 오는 16일부터 예정된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을 철저히 준비하는 한편, 사측이 실질적인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파업 기간 중이라도 언제든 교섭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는 했으나 회사의 실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교섭이 재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포항시·경제계·정치권 한목소리...지역사회 파장 우려
당장 생산 차질보다 더 큰 문제는 파업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의 후폭풍이다. 포스코는 지역 내 협력업체와 소상공인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철강산업 생태계를 중심으로 지역경제가 움직이는 포항의 지역 특성상, 이번 노사 갈등의 장기화가 지역사회 전반의 불안감 조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파업 첫날부터 지역사회 각계각층에서는 노사 양측에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포항시는 9일 포항시의회와 고용노동부, 상공회의소, 협력업체, 소상공인·전통시장 관계자 등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포스코의 생산·출하 감소가 협력업체 경영 위축으로 이어지고, 소득과 소비 감소를 거쳐 지역 상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조치다.
지역 경제계 역시 같은 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노사에 조속한 합의를 촉구했다.
포항 경제계는 노사협상 난항과 부분파업이 지역경제에 미칠 연쇄 파장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어느 한쪽의 승패를 가를 때가 아니라 포스코와 근로자, 협력기업과 포항의 미래를 함께 지켜나가기 위해 노사 양측에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해결을 호소했다.
정치권에서도 확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상휘 국회의원은 회사에는 조합원이 납득할 수 있는 진전된 협상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노조를 향해서는 쟁의 수위를 높이기보다 교섭을 통한 해결을 우선해 달라고 촉구했다.
노사 양측의 교섭을 둘러싼 갈등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대 현안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2차 파업 앞두고 노조 임원선거 시기 맞물려
이처럼 위태로운 국면 속에서 노조가 예고한 장기 파업 일정이 공교롭게도 차기 집행부를 뽑는 제21대 임원선거 일정과 정확하게 맞물린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노조 임원선거는 오는 15일 예비공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이어 18일부터 21일 후보자 등록을 받고, 23일 최종 후보자 확정과 동시에 선거운동에 돌입해 내달 2일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노조가 16일부터 예고한 120시간 규모의 2차 파업 시기와 후보자 등록 기간이 정면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이후 10월 전면파업까지 현실화할 경우 선거운동 기간과 쟁의 일정이 사실상 맞물리게 된다.
파업과 노동조합 내부 선거 일정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차기 집행부 선출을 앞둔 시점에 쟁의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2차 파업의 실행 여부가 걸린 중대한 기로에서 노사 갈등과 노조 내부 선거라는 두 가지 큰 이슈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향후 교섭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사 힘겨루기보다 신중한 판단 필요
물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과잉과 보호무역 강화, 내수 부진 등으로 철강산업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그 부담과 고통은 지역사회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이라는 역사적 기록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상 첫 파업’이라는 타이틀을 더 큰 갈등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합리적인 접점을 찾는 일이다. 철강산업의 생존 위기와 지역경제의 불안이 겹친 지금 노사 양측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혜진기자 jhj1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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