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업, 법률 검토는 사업 시작 전부터

특히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할 경우 계약, 고용, 분쟁 대응은 서로 독립된 영역이 아니라 사업 초기 단계부터 함께 고려해야 할 주요 법률 리스크다.
계약 분야에서는 협상 과정에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구두 합의가 최종 계약서에 반영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거래 당사자 사이에서 독점권 등 주요 사업조건을 협의하고 관련 이메일까지 주고받았더라도, 최종 계약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지 않고 ‘Entire Agreement Clause(완전합의조항)’가 규정돼 있다면 추후 분쟁에서 협상 당시의 합의를 계약 내용으로 주장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계약법상 ‘Parol Evidence Rule(구두증거배제법칙)’ 등에 따라 최종 서면계약이 체결된 이후 계약 체결 전의 구두 약속이나 이메일 등을 근거로 계약 내용을 추가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독점권, 가격, 계약기간, 해지조건, 손해배상 등 사업상 중요한 사항은 협의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최종 계약서에 명확하게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계약서는 거래관계가 원활할 때보다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용 분야에서도 미국의 제도와 한국의 일반적인 인사관리 방식을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널리 적용되는 ‘At-Will Employment(임의고용)’ 원칙은 일반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일정한 조건 아래 고용관계를 종료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이를 단순히 기업이 아무런 제한 없이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직원의 업무상 문제, 인사평가, 경고 및 주요 인사 의사결정의 배경이 적절하게 기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직원이 차별이나 보복 등을 주장할 경우, 기업이 실제 인사 결정의 합리적인 사유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고용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해고사유나 절차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계약에 규정하는 것이 기업에 항상 유리한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일반적인 직원 채용 시 장문의 근로계약서 대신 상대적으로 간결한 ‘Offer Letter(오퍼레터)’가 널리 활용되는 것도 이러한 미국 고용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방식 중 하나다.
미국 사업에서 사전 법률 검토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분쟁 발생 이후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사소송에서는 ‘Discovery(증거개시절차)’를 통해 이메일과 각종 전자문서 등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해야 할 수 있으며, ‘Deposition(증언녹취)’ 등 한국 기업에 익숙하지 않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뿐 아니라 경영진과 실무자의 업무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법률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도 비용과 시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Settlement(합의)’ 방식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다.
따라서 미국 사업에서는 분쟁이 발생한 이후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만큼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분쟁 발생 시 기업에 유리한 자료와 절차가 확보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해당 조항이 실제 분쟁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작동할지를 고려해야 하며,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할 때도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
결국 계약, 고용 및 기업분쟁에 대한 법률 검토는 각각 별개의 사후 대응 업무가 아니라 사업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하나의 연속된 리스크 관리 과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법인 설립이나 사업 개시 이후에 법률 문제를 검토하기보다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계약구조, 고용관계, 주요 사업조건 및 향후 분쟁 가능성까지 현지 법률환경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사업의 법률 리스크 관리는 문제가 발생한 이후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준비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효민 기자 jo.hyo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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