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5 차체 사양만 180개…로봇이 조립 척척

한지연 기자(han.jiyeon@mk.co.kr) 2026. 9. 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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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키를 훌쩍 넘는 로봇 두 대가 자동차 차체 앞뒤를 나눠 잡았다. 두 로봇이 동시에 팔을 움직이자 거대한 차체가 가볍게 들려 옮겨졌다.

차체 공장에선 두 대의 로봇이 움직임을 맞춰 차체를 옮기는 '로봇 협조 제어 이송 시스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생산하는 차체가 사양별로 길이와 무게중심이 달라 로봇이 움직여가며 위치를 잡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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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화성 EVO 플랜트 가보니
로봇, 어떤 부품 조립할지 판단
車길이·무게 달라도 맞춤 대응
다품종 유연생산 체제 갖춰
2027년 年 20만대 양산 목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로봇 두 대가 자동차 차체 앞뒤를 나눠 잡았다. 두 로봇이 동시에 팔을 움직이자 거대한 차체가 가볍게 들려 옮겨졌다. 뒤이어 길이가 다른 차체가 들어오자 로봇은 차체에 맞춰 잡는 위치를 바꿨다. 로봇 한 대가 들어 올릴 수 있는 무게는 최대 600㎏이다.

지난 8일 찾은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의 'EVO 플랜트 이스트'. 지난해 8월 기아 'PV5' 양산을 시작한 약 10만㎡ 규모 목적기반차량(PBV) 전용 공장이다. 연간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다. PV5는 승객용(패신저)과 화물용(카고)을 기본으로 휠체어 탑승 차량(WAV), 라이트 캠퍼 등 고객 목적에 맞는 다양한 용도별 개조(컨버전)가 가능하다. 이스트 공장은 하나의 라인에서 차체 공장 기준 180개 이상의 사양을 섞어 생산한다. 이를 위해 공간 배치, 배선을 비롯한 공장 설계부터 맞춤 제작을 목표로 이뤄졌다.

차체 공장에선 두 대의 로봇이 움직임을 맞춰 차체를 옮기는 '로봇 협조 제어 이송 시스템'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재 국내 완성차 생산라인에서 로봇으로 차체를 이송하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다른 공장에선 대형 컨베이어벨트처럼 생긴 이송설비를 이용한다. 생산하는 차체가 사양별로 길이와 무게중심이 달라 로봇이 움직여가며 위치를 잡는 식이다.

차체 조립도 한꺼번에 조립이 이뤄지는 다른 공장과 달리 레고 블록을 만들듯 4단계로 이뤄진다. 이른바 '4-벅(BUCK·틀) 순차 조립 공법'이다. 먼저 골격(이너벅)과 측면(레일벅)을 조립해 뼈대를 만든 뒤 외관 패널(아우터벅)과 지붕(루프벅)을 붙여 차체를 완성한다. 4단계에서 각각 맞춤형 벅을 선택할 수 있다 보니 길이와 높이, 문과 지붕 형태가 다른 차체를 한 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 공정별로 최적의 용접 조건을 적용해 차체 강성과 내구성도 높였다.

사양이 180가지를 넘는 만큼 차량별 부품이 뒤섞이지 않도록 철저한 공급 관리가 필요하다. 수많은 부품을 품목별로 보관한 뒤 필요한 사양에 맞춰 부품을 자동으로 공급받는 식이다. 또 모든 차량에는 위치와 생산 정보를 식별하는 '스마트 태그'가 부착돼 공정별 공구와 설비를 연결한다. 카고·패신저·섀시캡(운전석 뒤 적재 공간 없이 차대만 갖춘 특장용 차량) 등이 잇달아 들어와도 로봇이 차량별 사양에 맞는 부품과 엠블럼을 골라 정확한 위치에 장착한다.

이어 찾은 조립 공장에서는 로봇과 작업자가 함께 차량을 완성하고 있었다. 무겁거나 반복적인 부품 장착과 체결은 로봇이 담당하고 작업자는 설비에 저장된 체결 값과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이상이 발견되면 생산라인에서 즉시 수정했다. 수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미세한 외관과 촉감 등 고객이 체감하는 '감성 품질'은 사람의 눈과 손으로 최종 확인했다.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전무)은 "오토랜드 화성은 차량을 만드는 공장을 넘어 고객과 파트너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모빌리티로 실현하는 PBV 생산 허브"라고 말했다.

PV5의 변신은 이스트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추가적인 개조가 필요한 차량은 컨버전 센터로 옮겨져 오픈베드·크루밴·냉동탑차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기본차에는 개조용 부품을 달 수 있는 홀·브래킷과 배선 등이 마련돼 있어 완성차를 다시 뜯거나 구멍을 내는 작업을 줄였다. 약 6만4000㎡ 규모 컨버전 센터에는 전문 파트너사들이 상주하며 연간 4만대를 생산한다. 기아는 내년 6월 'EVO 플랜트 웨스트'를 준공하고 대형 전동화 PBV인 'PV7'과 'PV9'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스트와 웨스트를 합친 연간 생산능력은 20만대다.

[화성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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