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딩·진단 다 해주는 시대 … 기술 흔해질수록 인문학 힘 커져"

구정근 기자(koo.junggeun@mk.co.kr) 2026. 9. 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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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사양 산업이고 이공계만이 답이라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공지능(AI) 시대를 마주하니 인문학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강점을 갖게 됐습니다."

레비 편집고문은 "이제 환자들에게 무례해도 진단만 잘하면 된다는 닥터 하우스의 시대는 끝났다. 정확한 진단은 이제 AI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우스 박사가 할 수 없는 건 환자에게 공감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일이고, 앞으로의 슈퍼 닥터는 하우스 박사의 정반대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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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인간적 연결이 경쟁력 될 것
휴머노이드로 노동력 못메워"
범용인공지능은 아직 먼 얘기
스티븐 레비 와이어드 편집고문(오른쪽)이 9일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구글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그 모든 이야기' 세션에서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함께 구글을 비롯한 테크기업이 걸어온 길과 향후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인문학은 사양 산업이고 이공계만이 답이라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공지능(AI) 시대를 마주하니 인문학을 한 사람들이 오히려 강점을 갖게 됐습니다."

스티븐 레비 와이어드 편집고문은 9일 서울 장충아레나에서 열린 제27회 세계지식포럼 '구글이 세상을 바꾸는 방법: 그 모든 이야기'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구글 내부를 취재해 '인 더 플렉스'를 쓴 그는 AI 중심의 미래에서 젊은 세대가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느냐는 청중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좌장은 방송인 겸 작가 타일러 라쉬가 맡았다. 그는 AI 시대엔 더 이상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으로 대표되는 이공계가 안정적 직장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봤다. 레비 편집고문은 "지금 AI가 가장 생산적으로 하는 일이 컴퓨터 코딩"이라며 "코딩을 할 줄 알면 굶지 않는다는 옛말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AI가 신입 업무를 대신하면서 초급 인력 채용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에 가장 부정적인 집단이 젊은 세대라는 점도 그는 함께 짚었다. 그러면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관계' 설정 능력을 앞으로 반드시 길러야 할 역량으로 꼽았다.

그는 의료행위를 예로 들었다. 의사가 관여하지 않고 AI만 쓰는 편이 진단과 병력 청취, 치료 프로토콜 모두에서 낫다는 미국의사협회지(JAMA) 논문을 소개하면서도 "치명적인 암 진단을 기계로부터 통보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AI 시대 의사의 역할을 미국 의학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에 빗대기도 했다. 레비 편집고문은 "이제 환자들에게 무례해도 진단만 잘하면 된다는 닥터 하우스의 시대는 끝났다. 정확한 진단은 이제 AI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우스 박사가 할 수 없는 건 환자에게 공감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일이고, 앞으로의 슈퍼 닥터는 하우스 박사의 정반대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메우면 된다는 기대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고차원 수학 계산처럼 사람에게 어려운 일일수록 컴퓨터에는 오히려 쉽고, 사람이 당연하게 해내는 일일수록 로봇에는 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레비 편집고문은 "간병인의 역할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알츠하이머 환자를 침대에서 일으켜 화장실에 모셨다가 다시 모시는 일을 어렵지 않게 행할 수 있다"며 "그러나 로봇에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가 지난 3일 GPT-6 아스트라를 공개하며 범용인공지능(AGI) 도달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레비 편집고문은 "나는 아직 (AGI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하늘이 무너지지도 않았고 회사가 직원을 전부 해고한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AI가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지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에 대해서는 비율이 줄어들수록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고 봤다. 레비 편집고문은 "환각이 20% 정도라면 당연히 사람들은 오류 여부를 검증하려 들지만, 1%까지 내려가면 검토 과정 자체를 건너뛸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글에 대해서는 창업 초기부터 AI 회사였음에도 정작 AI 붐의 초입을 놓쳤다고 짚었다. 2016년께 구글 연구자 8명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만들어냈지만 경영진은 흥미로운 연구 프로젝트 정도로만 봤다는 것이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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