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소년보호재판은 죄의 무게만으로 처분하지 않습니다”

최환석 2026. 9. 9.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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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17개 시군 소년사건 전담
죄와 벌 균형보다 교화에 초점
최근 경험 담은 수필집 펴내
“소년전문법원과 전문법관 필요”

경남 창원지방법원 류기인 부장판사는 2022년 전입하면서 소년부를 맡아 지금까지 소년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5년 동안 창원지법 119호 법정 판사석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을 모아 수필집 〈착한 판사, 나쁜 판사〉를 최근 펴냈다.

책 제목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착한 판사와 나쁜 판사는 어떻게 구분할까. 재판을 앞둔 소년에게 ‘착한 판사’는 가벼운 처분을 내리는 판사다. 사회 내 처분이 아니라 바로 소년원 처분을 내리는 판사는 ‘나쁜 판사’다. 피해자나 시민 처지에서는 정반대다. 엄한 처분을 내리면 착한 판사, 관대한 처분을 내리면 나쁜 판사다. 촉법소년 나이 하향 논의가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 이유이기도 하다.

류 부장판사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세상의 잣대와 아이들의 기대 사이에서, 판사를 착함과 나쁨으로 재단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하는 질문이다.

“형사사건에서는 선입견 없이 죄의 무게를 정확히 측정하고 상응하는 형벌의 무게를 다른 쪽에 올려 균형을 잡는 것이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여깁니다. 형사사건 재판처럼 소년보호재판 심리 과정이 비행과 처벌의 균형을 찾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소년법 취지가 무색합니다.”

만 14세 이상 청소년 범죄의 죄질이 무거우면 형사재판을 받는다. 소년이라도 죄와 벌의 무게를 저울에 단다. 소년보호재판은 다르다. 모든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기에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왜 그랬는지 살펴본다. 소년보호재판에서는 재판 전 단계부터 비행의 원인을 여러모로 분석한다.

“지금 드러난 비행의 결과가 조금은 무거워도, 실제 비행이 하향곡선이라면 사회적인 노력을 해보자고 가벼운 처분을 내립니다. 반대로 비행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볍더라도 그대로 집으로 돌려 보냈을 때 여전히 비행 반복 위험이 있다면 무거운 처분을 내리기도 합니다. 결국 소년보호재판은 죄와 벌의 균형을 잡는 감각에 집중하지 않고, 소년이 재차 비행을 저지르지 않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처분을 결정하는 작업입니다.”

창원지법에 소년부는 하나다. 양산시를 제외한 경남 17개 시군 소년사건을 류 부장판사가 모두 맡는다. 2024년 4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 창원지법에 접수된 소년사건은 2768건. 단일 소년부 재판부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무겁게 처분을 내리는 까닭에 불복 건수는 단 2건이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소년보호재판은 결정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처분 결정 이후에 기본적으로 6개월 동안 집행을 감독합니다. 때로는 법률가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상담가인 것도 같고, 조사와 처분에 모두 개입하니까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것 같기도 하고. ‘소년호’라는 배가 잘 항해하도록 각 기능과 소통하면서 지휘하는 작업이라는 뜻입니다.” 류 부장판사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소년부를 5년 동안 담당하는 일은 교체 주기를 넘어선 보기 드문 일이다. 류 부장판사는 단지 누군가 소년부를 맡아야 한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자리를 지킬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소년전문법원이 생겨야 하고, 하다못해 소년사건 전문 법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에 이상한 일벌레가 있어서 많은 사건을 심리하면서도 불복률은 가장 낮고 평균 처리 일수도 빠른 것이 아닙니다. 1년 차에 파악을 끝내 2년 차에 조금 더 신속해지고 3년 차에 조금 더 잘하고 4년 차에 기관부터 지역의 아이들까지 다 아는 상태가 됐기 때문입니다. 오래 맡았느냐 1년만 맡고 떠나느냐 그 차이일 뿐입니다. 한 판사가 소년부를 오래 맡아주면 효율성은 더 높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