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백두대간·제주 바다...'끊어진 서식지' 연결 시급한 3곳

김고원 기자 2026. 9. 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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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도로·펜스, DMZ는 철책·습지 훼손이 장벽
제주 돌고래는 개발·선박 소음에 서식지 제약
보호구역 밖 서식지까지 잇고 주변 이용도 관리해야

능선을 넘던 산양이 도로 앞에서 멈춰 선다. 반달가슴곰은 철망 펜스에 막혀 건너편 숲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돌고래는 소음이 가득한 바다에서 헤엄칠 자리를 잃는다. 이들에게 부족한 건 서식지 자체가 아니라, 서식지와 서식지를 잇는 '길'이다.

보호구역을 아무리 잘 지켜도, 서식지가 단절돼 야생동물이 경계 안에 갇히면 이들의 삶은 위태롭다. 이 때문에 최근 전 세계 보전 생물학의 화두는 '얼마나 넓게 지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이어주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있었다. 강원 평창의 사유림과 국유림이 새로 보호구역으로 묶였다. 이를 통해 홍천까지 이어지는 숲 약 9300㏊가 하나의 보호공간으로 연결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연결이 아직 예외적인 사례에 가깝다고 말한다. 국내 보호지역 상당수가 마치 섬처럼 고립돼 있어서다. 
국내 보호지역 분포 지도. 색으로 표시된 보호지역이 곳곳에 점처럼 흩어져 있다. (자료 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 KDPA 화면 갈무리)/뉴스펭귄

전 세계 생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백두대간과 DMZ, 제주 연안 등 한반도의 중요한 생태축은 어디서, 왜 끊어져 있는지 살펴봤다.

세계는 지금, '끊어진 서식지' 연결에 진심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북미의 옐로스톤-유콘 이니셔티브(Y2Y)다. 미국 옐로스톤에서 캐나다 유콘까지, 로키산맥을 따라 약 3400㎞에 걸쳐 야생동물이 오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프로젝트로, 1993년 한 환경운동가가 캠핑 중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지금은 7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하는 초대형 협력망으로 자랐다. 이 사업으로 지금까지 약 980만㏊의 서식지가 보호되거나 연결됐고, 야생동물 전용 생태통로도 204개나 만들어졌다. 도로에 가로막혀 서로 만나지 못했던 회색곰 개체군 사이의 거리도 예전 240㎞에서 현재 80㎞까지 좁혀졌다.

유럽에는 냉전의 상처를 생태의 자산으로 바꾼 사례가 있다. 옛 '철의 장막'이 지나던 국경선을 따라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그 좁고 긴 땅이 오히려 희귀 동식물의 피난처가 됐다. 이를 눈여겨본 자연보호운동가들이 국경을 넘나드는 하나의 생태 벨트로 엮어낸 것이 '유럽 그린벨트'다. 독일 구간만 해도 1400㎞에 걸쳐 1200종이 넘는 희귀·멸종위기종이 살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분단의 선이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의 통로가 된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사회는 아예 숫자로 목표를 못 박았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2030년까지 지구 육상·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이른바 '30x30' 목표를 담았는데, 여기서 강조되는 것이 바로 '연결성'이다. 단순히 면적을 채우는 게 아니라, 보호구역끼리 이어져 있어야 실질적 효과가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산줄기 이어졌지만, 길은 끊긴 백두대간
산림으로 덮인 능선이 이어지는 남한 백두대간 전경.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특정 장소와 관계없음. (사진 산림청)/뉴스펭귄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한반도를 남북으로 가르는 큰 산줄기,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는 하나로 이어진 능선이지만, 실제로 그 위를 걷는 동물에게는 곳곳이 막다른 길이다. 도로가 산줄기를 가로지르고, 그 옆으로 철망 펜스가 세워지면서다.

미시령과 속리산 인근 버리미기재는 대표적인 '단절 구간'으로 꼽힌다. 도로가 산줄기를 가르고 철망 펜스까지 놓이면서 동물이 반대편 숲으로 넘어가기 어려워졌다는 게 백두대간진흥회 김준석 회장의 설명이다. 아이러니한 건, 사람의 출입을 막으려고 세운 시설이 오히려 동물에게도 장벽이 된다는 점이다. 비탐방로에 설치한 펜스가 동물의 이동까지 막아, 몸집이 작은 동물은 어떻게든 틈을 비집고 나가도 몸집 큰 동물은 아예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김 회장은 도로 위로 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다리 형태의 생태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흥미로운 건, 통로가 생긴 직후에는 동물들이 낯설어 이용하지 않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기들만의 이동 경로로 자리 잡는다는 점이다. 길은 만드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동물들이 '발견'할 시간까지 함께 마련해줘야 하는 셈이다.

통로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백두대간 중심 능선에는 어느 정도 보호장치가 있지만, 정상부 중심의 관리만으로는 산림 전체를 지키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립생태원 우동걸 선임연구원 역시 낙동정맥처럼 백두대간에서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산줄기까지 보호지역과 연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짚는다. 능선만 지키는 게 아니라, 거기서 갈라져 나온 실핏줄 같은 산줄기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엔 현실적인 벽도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26%는 국유림, 66%는 사유림이다. 국가가 관리하는 숲과 민간 소유의 숲이 뒤섞여 있다 보니, 한쪽만 잘 지켜서는 서식지가 이어지지 않는다. 뒤에서 소개할 평창 사례처럼, 소유 주체가 다른 숲을 함께 보호해야 진짜 '연속된 서식지'가 완성된다.

DMZ...철책에 갇힌 남북, 논밭에 밀리는 습지
숲속 철조망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설치된 DMZ 일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특정 장소와 관계없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한반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뜸했던 땅, DMZ.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다양한 생물이 깃들 수 있었지만, 이곳에도 두 가지 숙제가 남아 있다. 군사 철책에 가로막힌 남북 이동로, 그리고 민통선 안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습지다.

남북을 잇는 통로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구간은 설악산에서 진부령·향로봉을 거쳐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다. DMZ의 동서 방향은 사람의 간섭이 적어 연결성이 어느 정도 유지되지만, 남북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은 철책으로 완전히 끊겨 있다는 게 정인철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새들이야 철책 위를 날아 넘으면 그만이지만,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산양이나 반달가슴곰 같은 동물에게 철책은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이 벽을 허무는 일은 자연 보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설악산과 금강산을 잇는 축부터 선택적으로 연결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철책 전체를 한꺼번에 개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게다가 복원 과정에서는 지뢰와 전쟁 잔류 폭발물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해, 생태 복원이 곧 남북 협력과 평화의 문제로 이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정작 더 시급한 위기는 철책이 아니라 그 안쪽, 민통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파주 등 경기권 민통선 지역에서 저지대 습지에 흙을 채우고 논을 밭으로 바꾸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의 지적이다. 특히 이런 공사가 두루미 같은 대형 조류가 찾아오는 겨울철에 진행되면서 서식에 큰 교란을 준다고 한다. 새들이 철책은 넘을 수 있어도, 정작 내려앉아 쉴 습지가 사라지면 갈 곳을 잃는 셈이다. 주변 과수원의 펜스와 그물, 조류 퇴치 소음도 새들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김 소장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짚는다. 작은 환경 변화로 동물이 먼저 떠난 뒤에야 뒤늦게 조사에 나서면, 그 땅의 본래 생태적 가치가 낮게 평가돼 오히려 추가 개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파괴를 멈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딘가를 복원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민통선 일원에서 지금도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는 훼손부터 멈추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바다는 돌고래의 '집'이다. 
해상풍력발전기와 교량이 들어선 바다를 지나는 선박.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에 언급된 특정 장소와 관계없음. (사진 pixabay)/뉴스펭귄

바다는 육지처럼 눈에 보이는 담장이나 철책이 없다. 물길은 늘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헤엄치는 생명에게는 육지 못지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 촘촘한 장벽이 존재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제주 해군기지, 탐라·한림 해상풍력발전단지, 연안 매립까지. 제주 연안 곳곳에 들어선 대형 개발시설들이 돌고래의 서식 공간을 조각내고 있다는 게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의 진단이다. 애월항과 한림항 주변에서는 드나드는 선박이 점점 커지면서 수중 소음도 함께 커졌고, 그 결과 돌고래가 더는 이용하기 어려워진 바다 구역이 생겨나고 있다.

서식지가 줄어든 것도 모자라,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터전마저 다른 방식으로 위협받는다. 개발과 소음으로 서식 공간이 좁아진 데 이어, 남은 주요 서식지인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는 이제 돌고래를 보려는 관광 선박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살 곳을 잃어가는 동물을, 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한번 밀어내는 모양새다.

해법은 지금의 보호구역을 돌고래의 실제 생활 반경에 맞게 넓히는 데서 시작한다. 신도리 앞바다에 지정된 보호구역이 돌고래가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범위에 비해 좁다는 게 조 대표의 평가다. 그는 더 많은 지역을 돌고래 보호구역으로 확대하고, 선박 관광 자체를 금지하는 구역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도 놓쳐서는 안 될 지점이다. 모래해변과 모래언덕, 구릉지처럼 육상과 해양을 잇는 공간이 도시나 관광지로 바뀌거나 도로에 가로막히면서 연결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게 정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바닷속 보호구역을 넓히는 일 못지않게, 해안의 개발과 이용을 관리해 육지와 바다 사이의 서식지가 더는 끊기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함께 필요한 이유다.

국가와 민간이 함께 이은 평창의 숲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최근 눈에 띄는 사례가 나왔다. 산림청은 지난 6일 강원 평창 운두령·질골 일대의 사유림 23㏊와 국유림 147㏊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고 밝혔다.

시작은 한 산주의 요청이었다. 질골 사유림의 산주가 먼저 보호를 요청하면서, 계곡 상류의 국유림을 거쳐 운두령 북쪽의 기존 홍천 보호구역까지 보호 범위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결과 평창과 홍천에 걸쳐 있던 약 9300㏊의 숲이 하나의 보호공간으로 묶였다. 이미 물리적으로는 이어져 있던 숲이지만, 그동안 제도적 보호에서는 빠져 있던 구간을 채워 넣은 것이다.

규모로만 보면 크지 않은 지정이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소유 주체가 다른 사유림과 국유림을 하나의 생태축으로 엮어냈다는 점에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산림의 3분의 2가 사유림인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평창 사례는 앞으로 백두대간이나 다른 생태축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수 있다. 국가가 관리하는 숲과 민간 소유의 숲을 아우르는 관리체계가 중요한 가운데, '누구 땅인가'를 넘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기준으로 삼는 접근이다.

물론 숙제는 남아 있다. 보호지역 안에서도 탐방과 등산에 따른 간섭이 이어지면 실질적인 복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경계를 넓히고 이어붙인 이후, 그 안에서 사람의 활동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