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수첩에는 벌써... 서울시장 후보 훈식·원식·청래
김민석, 취임 뒤 “다음 보궐선거 대비” 공개 언급
수첩 아래엔 흐릿한 이름·영문 이니셜도 포착
이진숙·한동훈 이름 옆엔 ‘OUT’ 메모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살펴보던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라는 문구와 함께 여권 인사들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적힌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 포착됐다.
데일리안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서울시장 후보’ 아래 첫 줄에 ‘훈식’ ‘원식’ ‘청래’로 읽히는 글자가 나란히 적혀 있는데, 각각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우원식 전 국회의장,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 아래 줄에도 사진상 다소 흐릿하게 두 인사의 이름 또는 영문 이니셜이 적혀 있다. 이니셜은 ‘Mj’ 또는 ‘Ms’ 등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에선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이런 구상을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의 생각을 적은 게 아니라 주변 인사들과 언론이 언급하는 서울시장 후보군들을 별 생각없이 적은 것일 뿐”이라고 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대표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는 걸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정청래 전 대표는 수첩 사진이 공개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번에는 마이크 잡고 농락하더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이번에는 수첩으로 때립니까? 불쾌합니다. 전당대회 때 네거티브로 그렇게 때렸으면 됐지, 전당대회가 끝났고 이겼으면서도 진 사람을 왜 자꾸 때립니까? 너무 잔인하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그리고 서울시장은 말입니다... 서울시장의 꿈을 꾸다가 낙선한 민석, 영길 등도 좋은 후보이니 수첩에 적어 놓시지요”라고 했다. ‘민석’과 ‘영길’은 과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김민석 대표와 송영길 의원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됐다.
정 전 대표의 ‘지난번에는 마이크 잡고 농락하더니’라는 표현은 지난달 27일 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김 대표가 정 전 대표를 “대표적인 ‘중도는 없다’론자”라고 실명 거론하며 전당대회 결과를 ‘노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한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도 정 전 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마이크 독재” “거의 폭력적”이라고 반발한 만큼, 이번 수첩 메모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데 대해서도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오세훈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때문이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그 비용을 대신 내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지난 7월 공소사실에 포함된 여론조사 가운데 일부에 대해 오 시장이 명씨에게 조사를 의뢰하고 김씨가 비용을 대납했다고 판단해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했다. 오 시장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오 시장은 시장직을 잃게 된다. 재판 진행 속도에 따라 내년 초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정치권에서는 이르면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실제 보궐선거 실시 여부와 시점은 향후 재판 결과에 달려 있다.

김 대표도 당 대표 취임 이후 공개적으로 다음 재·보궐선거 준비를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공천혁신추진단 구상을 밝히면서 “올 연말까지 다음 보궐선거 및 내후년의 총선, 다음 지방선거까지 적용될 수 있는 안정적인 공천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도 서울시장과 강릉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준비를 언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당 인재위원장도 직접 맡았다. 당 대표가 공천 제도 정비와 인재 발굴 업무를 직접 챙기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날 그의 수첩에서 ‘서울시장 후보’라는 문구와 여권 인사들의 이름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포착된 것이다.

같은 수첩에는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이름 옆에 ‘OUT’이라는 표현도 적혀 있었다. ‘OUT’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최근 민주당이 강하게 대응하고 있는 인사라는 점에서 관련 대응 방안을 적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의 경우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관련 토론회 논란 이후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제명 촉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별도로 발의된 징계안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전날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의원이 자신의 징계·제명 등과 관련된 안건의 발언·표결을 회피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도 민주당 주도로 의결됐다.

한 의원은 최근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녹취록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이에 김 대표도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의원을 직접 겨냥해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전북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청문회와 한 의원 문제는 “별도의 사건”이라며, 당내 ‘한동훈 네거티브 전담 대응팀’에 청문회가 끝난 뒤에도 관련 의혹을 추적하고 법적 조치를 준비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지난 4일에도 한 의원을 향해 “자기 청문을 하셔야 할 시간”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OUT’이 두 사람에 대한 당 차원의 정치적·법적 대응을 염두에 둔 메모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진숙 의원은 자신의 제명 촉구 사유가 된 5·18 토론회와 관련해 “5·18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5·18 전야제 날 유흥주점에서 술자리를 한 김민석 대표와 토론회를 연 자신 중 누가 5·18을 모욕하고 폄훼한 것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한동훈 의원은 김승원 후보자 의혹 제기 과정에 ‘검찰 내 협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검찰로부터 자료 비슷한 것도 받은 적 없다”며 김민석 대표를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 조치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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