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잠자던 유전 깨어난다⋯ K-조선, 해양플랜트 ‘제2 전성기’ 왔나

염재인 기자 2026. 9. 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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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해양 개발 투자 올해 1370억달러 전망… 상반기 FID 90%↑
韓 초대형 FPSO·FLNG서 존재감… “미래 해양에너지 대비 병행해야”
해양플랜트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초대형 FPSO·FLNG에 강점을 가진 K-조선에 대형 수주 기회가 열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 삼성중공업 제공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 회복에 유가 상승세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대규모 고부가가치 사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양플랜트 시장은 유·가스전 개발 본격화에 따른 회복세가 뚜렷하다. 올해 상반기 최종투자결정(FID)이 내려진 해양 프로젝트는 3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 개발 투자액(664억달러)도 3배 이상 급증했다. 에너지컨설팅업체 웨스트우드는 에너지안보와 경제성 개선에 힘입어 올해 해양 유·가스전 개발 투자 규모를 전년(1052억달러)보다 30% 뛴 1370억달러로 잡고 있다.

고유가 흐름도 시장 회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유가 상승은 해양 유·가스전의 수익성을 높여 신규 투자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8일(현지시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9.46달러로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중동 원유 공급 회복이 지연되면서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평균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국내 조선업계에서 해양플랜트는 신시장이 아니다. 조선사들은 2010년대 고유가를 등에 업고 대형 해양설비 수주를 늘린 바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유가 급락과 공기 지연, 설계 변경 등으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뒤 기술 및 사업 역량을 한층 끌어올렸다.

일반 FPSO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우위지만, 초대형 FPSO에서는 한국이 건조·프로젝트 수행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4조3300억원 규모의 델핀 FLNG 1호기를 수주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브라우즈 FPSO 2기, 비너스 FPSO 수주전을 개시했다.

이처럼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시장 공략에 나선 배경에는 발주 확대와 프로젝트당 수조원에 달하는 수주 규모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초대형 FPSO와 FLNG 등 고부가 설비에서 강점을 가진 만큼 상선 중심의 수주 포트폴리오를 해양플랜트로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실제 해양 유전의 개발 경제성은 이전에 비해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 리스타드에 따르면 해양 심해유전의 평균 손익분기 유가는 배럴당 43달러로, 심해 프로젝트의 개발 비용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약 35% 감소했다. 향후 예상되는 심해 프로젝트의 80% 이상도 배럴당 60달러 미만에서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장기적인 글로벌 가스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FLNG를 중심으로 발주 전망이 좋은 편”이라면서도 “과거 유가 급락기에 쓰라린 경험이 있었던 만큼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사업 수행 역량이 많이 올라와 현재 수주하는 프로젝트들은 수익성을 기대해 볼 만하다”면서 “단기적으로 고유가와 오일·가스 시장 여건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대형 FPSO와 FLNG에서 경쟁력을 갖춘 만큼 수익성 중심의 수주로 역량을 이어가고,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해양에너지 프로젝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