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말만 하면 일 척척…국산 AI는 이제 출격

이수영 기자 2026. 9. 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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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AI' 내세운 오픈AI, 한국 공략 강화
1년 새 이용자 35% 증가, 기업용은 28배 급증
정부 K-AI 연말 출격…이용자 확보 시험대
김경훈 오픈AI코리아 총괄대표가 9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오피스 출범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년 간 사업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수영 기자

"얼마 전 문을 연 블로썸컴퍼니의 소개 영상을 컴퓨터에서 찾아 띄워주세요. 매장을 처음 임대했을 때 찍은 사진도 함께 보여주세요."

"매장 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준비된 내용부터 공유하고 사진도 이어서 띄워드릴게요."

말이 끝나자 오픈AI의 최신 인공지능(AI) 모델인 GPT-6 '아스트라'가 컴퓨터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매장 소개 영상과 임대 당시 사진, 인테리어 제안서가 차례로 화면에 나타났다. 3개월간의 매출을 분석하고 신제품 제안서까지 꺼내 보여줬다.

시연에 등장한 블로썸컴퍼니는 오픈AI가 만든 가상의 소품 매장이다. 사용자는 필요한 일을 음성으로만 지시했다. AI 아스트라는 관련 자료를 찾아 홈페이지와 제품을 디자인하고 광고 영상까지 제작했다.

질문에 답하던 챗GPT가 사람을 대신해 컴퓨터를 움직이고 업무를 마치는 AI로 진화한 것이다. 국내 이용자 약 2300만명을 확보한 오픈AI가 기업 업무까지 빠르게 파고들면서 이제 막 대국민 서비스를 준비하는 국산 AI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 챗GPT 1년 만에 가입자 35% 증가…기업은 28배 늘어

오픈AI코리아는 9일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년간의 한국 사업 성과를 공개했다.

오픈AI에 따르면, 국내 챗GPT 사용자는 지난 1년간 35% 이상 증가했다. 챗GPT 워크와 코덱스의 국내 사용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14배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리테일이 집계한 지난 3월 국내 챗GPT 앱의 월간 이용자는 2329만명이다. 국내 생성형 AI 앱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기업 차원에서도 챗GPT의 활용은 거세다. 오픈AI가 한국 오피스를 연 지 1년 만에 국내 기업·기관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이용자가 28배로 확대됐다. 법무와 재무, 인사, 회계 등 전문 업무에서도 AI 에이전트 활용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마케팅과 해외영업, 생산관리 등 여러 업무에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 오픈AI는 삼성전자와 차세대 반도체와 AI 인프라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약 5만명의 구성원이 연구와 학습에 오픈AI 제품을 활용 중이다.

김경훈 오픈AI코리아 대표는 이날 "최신 AI 모델 아스트라는 복잡한 일을 분석하고 이전 작업을 기억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람의 개입과 검토가 많이 필요했던 때를 지나 이제는 AI에 더 어려운 일을 맡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오픈AI는 AI 연산을 국내에서 처리하기 위해 삼성과 SK 등 국내 기업과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보도 협의하고 있다. 서비스와 이용자에 이어 데이터 처리 기반까지 한국에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는 여러 파트너와 논의하고 있다"며 "GPU가 새로 들어오면 한 곳에서 추론용으로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국산 AI 이제 뛰는데… 韓 AI 생태계, 챗GPT가 점령

챗GPT가 국내에서 '일하는 AI'로 빠르게 진화하는 사이 정부도 국산 AI 띄우기에 나섰다. 해외 기업에 기술과 시장을 모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자체 모델 개발부터 범국민 서비스까지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국가대표 AI를 선발하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사업에는 업스테이지와 LG AI연구원, SK텔레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단계별 평가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최종 두 팀을 선정할 예정이다.

연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모두의 AI'는 국산 AI로 만든 AI 서비스를 국민이 실제로 쓰게 만드는 사업이다. SK텔레콤과 카카오, KT가 각각 전화와 문자, 메신저, 미디어 서비스를 활용해 병원 예약과 민원 신청 등을 처리하는 AI를 준비하고 있다.

오픈AI가 아스트라를 앞세워 사람 대신 일을 처리하는 단계까지 나아간 만큼 국산 AI도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최종 모델을 선정하는 동안 챗GPT는 이용자와 기업 고객을 계속 늘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내 AI 시장 점유에 있어 격차는 1년 이상 벌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산 AI가 따라붙으려면 공공·생활 분야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대다수 국민이 챗GPT를 쓰는 상황에 국산 AI가 얼마나 많은 이용자의 선택을 받을지가 정부 사업의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4일 모두의 AI 프로젝트 착수 간담회에서 "대한민국에서도 세계적인 AI 플랫폼 기업이 나와야 한다. '모두의 AI'가 그 시작점"이라며 "그동안 준비한 기술을 서비스로 엮어 많은 국민이 사용하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AI 역량을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영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