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움직이고 AI가 도시를 읽는다…부산서 미리 본 ‘K-AI 시티’[르포]

천상우 기자 2026. 9. 9.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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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천안·아산은 ‘테스트베드형’…기존 도시에 AI 접목
새만금·광주는 ‘모델도시형’…도시설계부터 AI·로봇 반영
배송·순찰로봇부터 항공 정비·UAM 관제까지 한자리에
“기술보다 시민 체감”…국토부, 2030년 가시적 성과 목표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 2026)’ 내부 전경.(천상우 1000tkddn@)

네 바퀴를 단 소형 이동 플랫폼 전시돼 있고 자율주행 순찰로봇은 정해진 구간을 오간다. CCTV 영상은 AI 분석을 거쳐 교통량과 사고 위험 정보로 바뀐다. 서로 다른 배송·순찰 로봇은 관제 기술을 통해 한꺼번에 관리된다.

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6 월드 스마트시티 엑스포(WSCE 2026)’에서는 ‘AI 시티’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바퀴와 카메라, 관제 화면을 통해 구체적으로 펼쳐졌다.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산시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277개사가 참여해 AI와 모빌리티, 주거, 에너지, 안전 분야의 기술을 선보였다.

원주시 부스 모습. 현대자동차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모델과 소형 이동 플랫폼 ‘모베드’ 등이 전시돼 있다.(천상우 1000tkddn@)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공간은 원주와 천안·아산이 함께 꾸린 AI 특화 시범도시 공동관이다. 두 지역은 공공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기업이 서비스를 개발·실증하는 ‘테스트베드형’ 시범도시다.

원주 공동관에서는 현대자동차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모델과 나노모빌리티, 소형 이동 플랫폼 ‘모베드’,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셔클’ 등이 관람객을 맞았다. 바퀴 4개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모베드는 차체의 높낮이와 기울기를 조절해 경사로나 울퉁불퉁한 노면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원주는 이 같은 모빌리티와 로봇을 기존 교통·생활 인프라에 연결해 배송과 순찰, 안내 서비스 등을 시험할 계획이다.

한 방문객은 “로봇이 택배를 나르거나 위험한 곳을 대신 점검하는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생활과 가까운 기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다만 실제 도로나 아파트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도 제대로 작동할지는 궁금하다”고 말했다.

천안·아산시 부스 전경.(천상우 1000tkddn@)

천안·아산 공동관에서는 기존 CCTV와 도로 센서에 AI 기능을 더하는 기술이 눈길을 끌었다. 노타의 에지 AI 솔루션은 CCTV 영상과 도로 데이터를 현장에서 분석해 교통량과 위험 상황을 감지한다. 클로봇의 ‘크롬스’는 제조사와 용도가 다른 물류·순찰·안내 로봇의 위치와 상태, 임무를 통합 관리한다.

천안·아산 부스 관계자는 “AI 특화 시범도시는 AI가 도시를 이해하고 로봇이 현장을 움직이며 시민이 변화를 체감하는 새로운 도시 운영 모델”이라며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면 AI가 상황을 분석하고 로봇과 드론을 현장에 보내 위험구역을 확인하거나 실종자를 찾는 서비스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만금개발공사 부스 모습.(천상우 1000tkddn@)

기업 등의 선제적인 인프라 투자가 예정된 새만금과 광주에는 AI와 로봇을 도시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는 ‘모델도시형’이 적용된다. 도로와 건축물, 에너지·통신망을 계획할 때부터 자율주행차와 로봇이 움직일 공간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새만금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부터 약 9조원을 투자해 로봇 제조공장과 AI 데이터센터, 그린수소 생산시설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AI 데이터센터에는 GPU 5만 장이 들어간다. 새만금 수변도시는 수소 생산과 AI 분석, 로봇 활용을 연결한 AI 수소도시로 조성된다.

광주는 지역의 AI 산업과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모델도시를 추진한다. 현재 ‘AI 모빌리티 국가시범도시’ 기본구상 용역이 진행 중이다. 자율주행과 교통관제 기술을 도시 공간에 적용하고 로봇과 에너지 분야로 실증 범위를 넓히는 구상이다.

LH의 ‘CITY PARK’와 ‘AI 파크 빌더’ 모습.(천상우 1000tkddn@)

4개 시범도시의 구상을 뒷받침할 생활·안전 기술도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WONDER LH : AI ON THE LAND’를 주제로 도시 데이터가 계획·개발·운영과 시민 생활로 연결되는 과정을 테마파크 형태로 구현했다.

전시관 중심의 대형 미디어 타워 ‘CITY BRAIN’에서는 영상과 휴머노이드 로봇을 결합해 AI 도시의 작동 원리를 보여줬다. ‘CITY EYE’에서는 재난관리플랫폼을, ‘CITY PARK’에서는 보행안전솔루션과 ‘AI 파크 빌더’를 소개했다. ‘CITY LIFE’에는 임대주택 종합서비스 앱 ‘LH HOMEZ’ 등이 전시됐다.

LH 관계자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LH가 그려가는 미래 AI 도시의 모습을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선보이고자 한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 사회와 기술에 대응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도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의 이동 범위는 하늘로도 넓어졌다. 대한항공 전시관에서는 인스펙션 드론과 지상 이동형 로버가 항공기 외관을 촬영해 결함을 찾아내는 AI 항공 정비 시스템을 소개했다. 도심항공교통(UAM) 통합 운영 솔루션 ‘ACROSS’는 여러 기체가 도심 상공을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운항을 지원한다.

국토부는 이날 AI 혁신서비스와 인프라 구축, 시범도시 조성, 선도모델 확산, 법·제도 마련을 담은 ‘K-AI 시티 실행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2030년까지 시범도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K-AI시티의 성패는 얼마나 발전된 기술을 보여주느냐보다 그 기술이 도시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국민의 삶을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바꾸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