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민하는 이웃과 함께” 가족법 지형 바꾼 가정법률상담소 창립 70주년

서하연 기자 2026. 9. 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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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민하는 이웃과 함께." 가정법원도, 법률구조공단도 없던 1956년 방 한 칸에서 시작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2026년 9월 9일 서울 여의도동 상담소 회관에서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난 발자취를 돌아봤다.

상담소는 1956년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인 고(故) 이태영(고시 2회) 박사가 여성문제연구원의 방 한 칸을 빌려 문을 연 '여성법률상담소'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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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 서울 여의도동 한국가정법률상담소 회관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왼쪽부터). 백성현 기자

"번민하는 이웃과 함께." 가정법원도, 법률구조공단도 없던 1956년 방 한 칸에서 시작한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2026년 9월 9일 서울 여의도동 상담소 회관에서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지난 발자취를 돌아봤다.

상담소는 1956년 한국 최초 여성 변호사인 고(故) 이태영(고시 2회) 박사가 여성문제연구원의 방 한 칸을 빌려 문을 연 '여성법률상담소'에서 출발했다. 법의 보호에서 소외된 여성과 가족을 위한 상담 창구를 열며 민간 법률구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1976년 현재 명칭으로 개칭했다.

1979년 무료 법률구조를 위한 '백인변호사단'을 창단한 데 이어, 1988년에는 민간단체 최초로 법률구조법상 법률구조법인으로 등록했다.

상담소는 가족법 개정운동에도 앞장섰다. 상담 현장에서 확인한 차별과 제도적 한계를 개인의 문제로만 남겨두지 않고 제도 변화로 연결했다.

1962년과 1977년, 1990년 세 차례 가족법 개정운동을 벌였고, 이후 동성동본 금혼제와 호주제 폐지 운동을 이어갔다. 이러한 활동은 1997년 동성동본 금혼 규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과 2005년 호주제 헌법불합치 결정, 관련 민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1999년 가정폭력상담소 설치 이후에는 양육비 법률구조와 공익소송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매년 약 5만 건의 상담과 1,200여 건의 소송구조를 실시하고 있다. 

상담소는 법률문화 발전과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법원이 2026년 신설한 '제1회 세종법률문화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세종법률문화상은 국민의 사법접근권 확대와 법률문화 발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대법원과 세계은행이 공동 주최한다.

곽배희 소장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중 가정과 무관한 것은 없다"며 "지난 70년 동안 그래왔듯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는 이웃과 소외계층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조희대(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은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을 법률가의 책무로 여기게 된 데에는 상담소의 공이 크다"며 사법적 보호 확대에 힘쓰겠다고 했다.

김상환(20기) 헌법재판소장은 상담소의 70년을 "우리 사회의 구체적 삶 속에서 헌법의 가치가 하나씩 실현돼 온 역사"라고 평가했다. 조순열(33기)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역시 "암울했던 현실 속에서 여성을 지키고 가정을 지켜온 곳"이라며 70주년을 축하했다.

한편 이날 감사패는 백인변호사단 소속 천정환(33기) 변호사가, 공로패는 김상용 중앙대 로스쿨 교수가 각각 대표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