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확대 두고 갈등 격화⋯대정부 투쟁 예고한 약사들 [현장]

전다윗 2026. 9. 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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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실효성을 높이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약 배송 확대를 둘러싼 진통이 커지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추진에 대한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모든 환자로 약 배송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약사 측 입장과 달리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약 배송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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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비대위 출범⋯20일 전국 약사 궐기대회 예고
이용자 87.5% 약 배송 확대 찬성⋯엇갈리는 현장 목소리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비대면진료 실효성을 높이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약 배송 확대를 둘러싼 진통이 커지고 있다.

약 배송에 반대하는 약사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 데 이어 전국 단위 궐기대회까지 예고하면서 정부와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대한약사회가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했다. [사진=전다윗 기자]

대한약사회는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추진에 대한 총력 대응을 선언했다. 이날 현장에는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해 비대위 공동위원장과 16개 시도지부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약사회는 비대위 결성 배경으로 오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한 개정 의료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약 배송 확대에 나선 점을 들었다.

오는 12월 24일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 따라 그동안 시범사업으로 운영돼 온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다. 다만 비대면진료 의약품 재택 수령 대상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유형으로 제한된 상태다.

정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대면진료를 이용하는 모든 환자로 약 배송 허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약사법과 의료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검토할 예정이다. 환자의 약 수령 편의를 높여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비대면진료의 실효성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약사회는 개정 의료법이 시행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 배송 확대를 논하는 건 앞서 이뤄진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의약품 배송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정부는 법이 채 시행되기도 전에 국회의 입법 결정을 무시한 채 전면 확대를 추진하며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깨부수고 있다"며 "시스템도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왜 그렇게 급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의약품 전달은 투약의 과정이며 단순 배달이 아닌 엄중한 보건의료 영역이다. 처방전 위·변조를 막을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 시스템도, 안전한 비대면진료를 관리할 비대면진료 지원 시스템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태에서 약 배송 전면 확대는 비대면진료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대책 없는 위협 속으로 국민 건강을 내모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약 배송 확대가 민간 플랫폼의 영향력을 키우고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특히 정부가 비급여 처방이나 조제약 배송 실태에 대한 충분한 통계와 평가 없이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회장은 "비급여 처방 실태나 조제약 배송 실태에 대해 객관적인 통계나 체계적인 평가 자료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안전성 검증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약 배송을 확대하는 것은 무책임한 도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약 배송을 전면 허용하는 순간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약물 오남용이 폭증할 것"이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져 필수·중증의료의 기반을 흔들고 국민의 건보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영희(왼쪽 세 번째) 대한약사회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면진료 약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다윗 기자]

약사회는 이날 비대위 출범을 시작으로 대정부 대응 수위도 높일 방침이다. 다음 주부터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를 순차적으로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오는 20일에는 '전국 약사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범부처 민관협의체에도 약 배송 확대를 전제로 할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약사회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약 배송 확대를 둘러싼 잡음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약사 측 입장과 달리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약 배송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일부 재택수령 대상자를 제외하면 비대면으로 진료를 받더라도 약을 수령하기 위해 환자가 직접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야간·휴일에 비대면진료를 이용하거나 주변 약국에 처방받은 약의 재고가 없는 경우 여러 약국을 찾아야 하는 불편도 발생한다. 진료만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반쪽짜리'란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 비대면진료 이용자들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월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7.5%는 약 배송 허용 범위를 현행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배송이 허용될 경우 이용하겠다는 응답도 88.5%에 달했다.

약국 방문 과정에서 실제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50.1%가 약국 방문 수령 과정에서 불편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8.8%는 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약국 뺑뺑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휴일에 운영하는 약국을 찾기 어려웠다는 응답은 49.1%, 결국 약을 수령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23.4%로 집계됐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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