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호프> 미국선 ‘호평 일색’? …확인해보니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가 미국에서는 ‘호평 일색’이라는 취지의 게시물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하고 있다. 실제 북미 반응을 살펴보면 극찬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평론가들의 전반적인 평가도 국내 관객 반응보다 호의적이다. 그렇다고 미국 관객들이 한목소리로 <호프>를 극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기 상영을 본 관객들의 반응에서는 국내에서 나타났던 ‘극호와 극혐’의 양극화가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9월 9일 오전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보면 8~9일 4개 영어권 사이트에서 수집한 반응을 묶었다. 주의해서 볼 대목은 시점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NEON)은 <호프>를 9월 9일부터 미국 1500개 극장에서 정식 개봉한다. <기생충> 이후 한국어 영화로는 미국 최대 규모 개봉이다. 게시물이 만들어진 시점은 미국의 정식 개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다. 네온은 이에 앞서 돌비 등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조기 상영을 진행했고 일부 회차는 매진됐다. 게시물에서 보이는 ‘미국 관객 반응’ 상당수도 이런 사전·조기 상영 관객의 반응으로 보인다.
수치만 놓고 보면 북미 평가는 분명 좋은 편이다. 9일 현재 미국 영화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호프>는 평론가 77명의 평가를 바탕으로 신선도 77%를 기록하고 있다. 관객지수도 81%다. 메타크리틱은 평론가 19명의 평가를 종합해 68점을 매겼다. 19건 중 긍정 평가가 13건, 중간 평가 5건, 부정 평가 1건이다. ‘호평 우세’라고 부를 수 있는 숫자이지 ‘호평 일색’은 아니다. 로튼토마토 관객평가도 아직 인증 관객 50여명 수준이어서 미국 일반 관객의 최종 반응을 말하기에는 표본이 작다.
찬사를 받는 부분은 놀랄 만큼 일관돼 있다. 액션과 촬영, 특히 전반부 1시간~1시간30분이다. 할리우드리포터와 IGN, 더랩은 지난 5월 칸영화제 공개 직후부터 자동차와 말을 이용한 추격전, 속도감 있는 연출을 높이 평가했다. 미국 개봉에 맞춰 나온 휴스턴크로니클의 평도 “첫 90분”의 액션과 긴장감을 특히 높게 평가했다. 로튼토마토가 제시한 평론가 총평 역시 압도적인 프로덕션 디자인과 인간 등장인물 중심의 액션을 장점으로 꼽는다.
혹평의 지점도 국내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요커 리뷰는 전반부 추격전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외계 생명체의 컴퓨터그래픽을 10여년 전 좀비 게임을 연상시키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영화 전체에 대해서는 전작보다 “야심은 커졌지만 정교함은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후반으로 갈수록 세계관 설명이 갑자기 쏟아지고 마지막 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도 했다.
슬랜트매거진의 평가는 더 가혹하다. 제목부터 <호프>를 ‘정신없이 부산하고 볼품없는 외계침공 스릴러’로 규정했다. 괴물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뛰어나지만 이후 반복되는 추격전과 어색한 시각효과 때문에 힘이 빠지고, 160분짜리 영화 전체가 후속편을 위한 준비처럼 끝난다고 비판했다. 미국 평단에서도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CG, 160분의 러닝타임, 후반부 서사와 결말 문제가 그대로 지적되고 있는 셈이다.
관객 반응으로 들어가면 ‘미국에서는 호평 일색’이라는 평가는 더욱 맞지 않는다. 미국 최대 극장 체인 AMC의 유료관람 멤버들이 모이는 레딧 게시판에는 8일 돌비 조기 상영 직후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다. 글을 처음 올린 관객은 CG가 “10~15년 뒤처졌다”고 혹평하고 후반부 반전을 “최악의 반전 중 하나”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럼에도 전반부 90분의 액션만으로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다며 10점 만점에 7.5점을 줬다.
그 아래부터는 평가가 양극단으로 갈린다. “처음에는 굉장했는데 마지막 30분이 영화를 망쳤다”, “마지막 45분 때문에 1점”, “올해 본 영화 가운데 최악”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가 하면 “나는 이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후속편이 나오지 않으면 화가 날 정도”라는 반응도 올라왔다. 한 관객은 영화제 상영 당시 중간에 나간 관객을 자신이 본 영화 중 가장 많이 목격했다고 적었다. 다른 관객은 1.5점을 주면서 액션 장면만큼은 좋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나타난 현상과 상당히 닮았다. 국내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9~10점을 준 관객이 5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많은 집단이 1~2점을 준 관객 21%였다. 가운데보다 양끝이 두꺼운 전형적인 ‘호불호 영화’였다. “걸작”과 “시간이 아깝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는 것이 국내 개봉 이후의 특징적 반응이었다.
차이는 평가의 최종 결론에서 엿보인다. 미국의 초기 관객과 평론가 가운데는 CG나 결말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액션영화로서는 극장에서 볼 만하다고 점수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말은 끔찍하지만 7.5점”, “후반부가 무너져도 큰 화면으로 볼 가치는 있다”는 식이다. <호프>를 완결된 서사보다 과격한 장르영화 또는 극장용 스펙터클로 받아들이는 관객층이 조기 상영에 많이 몰린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정식 개봉 전 프리미엄 상영을 찾아간 관객은 나홍진 감독이나 한국영화, 호러·괴수 장르에 원래 관심이 높은 층일 가능성이 크다.
대사의 체감 차이도 생각해볼 만하다. 국내에서는 욕설과 대사의 어색함이 불호 이유로 자주 거론됐다. 뉴요커도 등장인물들이 거의 욕설과 모욕적인 말을 내뱉는다고 지적했지만 이를 영화 특유의 거친 코미디와 연결했다. 한국어의 뉘앙스를 자막으로 접하는 북미 관객에게 이 문제가 국내 관객만큼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까지 나온 반응을 가장 정확하게 요약하면 ‘미국에서는 호평 일색’이라기보다 ‘미국 평단은 대체로 호평, 조기 관객은 한국처럼 극단적으로 갈림’에 가깝다. 액션과 촬영에 대한 평가는 한국보다 한층 강하게 호의적이지만 CG와 후반부, 결말을 둘러싼 논쟁은 국경을 건너서도 거의 같다. 미국 1500개관 정식 개봉 이후 일반 관객 표본이 크게 늘어나면 이 차이가 유지되는지 더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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