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소설로 풀어낸 ‘임종’

한상갑 기자 2026. 9.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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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 모습을 정면(正面)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특히 요양병원은 가족과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노년(老年)의 삶과 죽음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바깥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구의 신경과 의사 김진국 씨가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늙음과 죽음,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임종'(학이사)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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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저, 도서출판 학이사 펴냄
/학이사 제공

늙음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우리는 좀처럼 그 모습을 정면(正面)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특히 요양병원은 가족과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노년(老年)의 삶과 죽음이 모이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바깥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구의 신경과 의사 김진국 씨가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늙음과 죽음, 가족의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임종’(학이사)을 펴냈다.

저자는 오랜 시간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마주한 삶의 풍경을 주인공 길상연의 시선을 통해 담아냈다. 병실에는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있고, 그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가족들이 있다. 치매와 질병을 둘러싼 판단, 부모를 시설에 모실 수밖에 없는 자식들의 죄책감과 갈등도 등장한다.

특히 책의 중심에는 한날한시에 삶을 마친 노부부의 신비로운 죽음이 놓여 있다. 이를 통해 저자는 늙음이 한때의 삶을 살아낸 인간의 시간이 아니라 어느 순간 사회적 부담이나 혐오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들여다본다. 죽음 역시 존엄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지만, 때로는 너무 값싸고 가볍게 다뤄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책 속에는 지방에 남은 늙은 부모와 서울에서 성공한 두 아들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자식들은 부모를 외면하고 싶지 않지만 직장과 가족을 꾸려가는 현실에서 병든 부모를 직접 돌보기는 어렵다. 부모 역시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랑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돌봄의 현실이 가족 사이에 거리와 갈등을 만든다.

저자는 누구의 잘못인지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늙고 병든 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것은 불효인가’, ‘가족이 모든 돌봄을 떠맡는 것이 가능한가’, ‘치매는 언제부터 한 사람을 규정하는 이름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 ‘임종’이 향하는 곳은 죽음보다 삶이다. 저자는 존엄한 죽음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존엄한 삶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되묻는다. 죽음의 순간만을 존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관계를 존중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1960년 대구에서 태어난 김진국 씨는 대구에서 초·중·고교와 대학을 마치고 줄곧 대구에서 활동해온 신경과 의사다. 의학적 질병뿐 아니라 사회적 환경이 인간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두고 글을 써왔다. ‘우리 시대의 몸 삶 죽음’, ‘나이듦의 길’, ‘기억의 병-사회문화현상으로 본 치매’, ‘인공지능시대와 인문치유’, ‘철학치료’ 등을 펴냈으며 한겨레신문과 영남일보, 국제신문, 경산신문, 평화뉴스 등에 칼럼을 연재했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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