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운 美의 '11월 시계' 맞추기…주는 건 많고 받는 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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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1월 중간선거(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한국의 파병과 3500억 달러(약 46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에만 관심을 쏟으며 동맹에 대한 압박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이 기대하는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개정 관련 후속 안보협의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논의엔 무관심한 모습이다.
반면 한미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장을 위한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안보협의)에는 전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관세 폭탄에 따른 전례 없는 대미 투자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됐지만,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의 문이 열린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 외의 다른 미국의 행정부에 기대하긴 어려운 성과임엔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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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주의 외교'로 변질…"파병 결정 전 상응 조치 확답 받아야"

(서울=뉴스1) 한상희 윤주현 기자 = 미국이 11월 중간선거(상·하원 선거)를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한국의 파병과 3500억 달러(약 468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에만 관심을 쏟으며 동맹에 대한 압박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이 기대하는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개정 관련 후속 안보협의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에 대한 논의엔 무관심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외교'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9일 제기된다.
호르무즈 파병·대미 투자로 성과 원하는 美…아픈 경제 성적표 '외교'로 만회?
지난달 28~31일에 진행된 로이터·입소스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가장 낮은 33%의 지지율을 얻었다. 집권 초기 47%를 기록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
이는 중간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면 국정 동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임기를 2년 남긴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당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8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중간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제 문제를 당장 두 달 안에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집권 1기 때 북미 대화 등으로 외교적 치적을 뽐낸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적 압박이 거세진 이유도 이 같은 상황에서 찾을 수 있다. 다시 외교에서 성과를 내 이를 선거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투자 문제는 '불공평한 관계'를 바로잡고 어려운 경제를 해소하기 위한 '승리'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중동 전쟁의 정당성을 내세울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는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11월 전까지 투자 및 파병 문제를 '결심'할 것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도 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과 원자력발전소 8기 건설 등으로 투자 문제에 대한 미국의 수요에 대응하고,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보내 파병 여건을 살피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약 없는 핵잠·원자력 협정 개정 협의…전작권 전환 '목표 연도' 설정도 난망
반면 한미는 한국형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장을 위한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안보협의)에는 전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당초 올해 1월부터 시작하려던 안보협의는 지난 6월에서야 겨우 첫 회의를 열렸는데, 이후 미국은 다시 대미 투자를 이유로 우리 측의 협의 재개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안보협의의 '7부 능선'을 넘는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사실상 올해 안에 협의를 더 진전시키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잠 사업 관련 협의 의향을 통보하고 IAEA의 규정에 따라 포괄적 안전조치협정(CSA·Comprehensive Safeguards Agreement) 제14조에 따른 별도 약정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는 등 핵잠 도입을 위한 제반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지만, 결국 미국의 지원이 필요한 한미 간 핵연료 조달 협의에 진척이 없다면 핵잠 사업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올해 안에 '목표 연도'를 정하겠다던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국방당국 간 논의도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오는 11월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의 시점을 합의해 양국의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의 분위기에서는 미국이 이 문제도 다른 한미 현안과 묶어 한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쓸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직접 협상에 대비한 한미 간 사전 조율 장치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가 됐지만, 이 역시 밀도 있는 논의는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
거래주의 외교의 이면…급하면 동맹도 '성과의 수단'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는 그간 장단점이 뚜렷했다. 관세 폭탄에 따른 전례 없는 대미 투자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됐지만,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정 개정의 문이 열린 것 역시 트럼프 행정부 외의 다른 미국의 행정부에 기대하긴 어려운 성과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무리한 중동 전쟁과 낮은 경제 성적표로 자신이 궁지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외교'가 '일방주의 외교'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정치 일정에 맞춰 한국에 신속한 결정을 요구하면서 정작 한국이 요청한 안보 현안에는 일정조차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징병제 국가인 한국에 파병을 재촉하는 것을 두고 한국의 국민감정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과, 한국 청년들을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장에 사실상 '징병'하려는 것과 다름없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제기한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쟁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뒷수습의 부담까지 빠르게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차원의 행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전투 파병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라며 "파병을 한다면 핵잠이나 원자력 협정 개정, 전작권 등 우리가 받을 수 있는 것을 강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한미가 일방적 상황을 재정리하고 주요 현안의 협의를 재개할 수 있을지 여부는, 곧 있을 대미 투자 합의문 발표와 조현 외교부 장관의 방미를 통한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18~19일쯤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대미 투자 합의문과 이후 상황에 대한 밀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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